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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Sep 05. 2024

갈대밭 동화(2)

큰 물길이 되어가는 소년

가난한 소년은 꿈을 꿀 수 있을까? 

아이에게 꿈이란 씨앗을 심어주는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부모가 인정해주지 않은 재능을 아이 혼자 터득하여 대성하는 경우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지금 저기 나무 아래에서

 누가 버리고 간 행주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가 바로 밧소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주인공. 


어쩌면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관계를 엮어줄 중간다리가 되어줄 존재. 


소중한 아이가 울고 있다면, 

부모들은 하던 일을 탁 내려놓고 한걸음에 달려가 달래줄 거야.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때 느끼는 감정을 우리는 흔히 '위화감'이라고 하지.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때, 

내가 아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이 다를 때. 마음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


'너의 세계가 지금 위협을 받고 있어'라고 말이야.


하지만 어떨까?


위협받는 세계를 붙잡고 울고만 있기보다

지금 이 충격을 통해 나의 좁은 틀을 부수고, 보다 넓은 세상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될 거야. 


그리고 마음이 단단해진 어른일수록, 마음이 넓어질 가능성을 점차 옅어진단다. 

밧소는 어쩌면 지금 개울에서 깊은 강으로 이어지는 길목 어딘가에 있어. 


좁은 골목을 굽이굽이 내려오던 물길들이 만나는 자리에는 철썩 거리는 소리가 들려. 

서로 다른 길을 걷다가 하나가 되는 일이란 서로가 부딪히는 소음이 가득하지.


하지만 넓은 물길이 되어야 갈대는 더욱 풍성해지고,

 더 많은 생물이 그곳에 깃들어 살아간단다.


어느 것이 더 좋거나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작은 물길에서는 작은 물고기들이 안심하고 헤엄치며 놀 수 있어. 


큰 물길에서는 많은 철새와 큰 물고기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지. 

오랜 여행에 지친 철새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추위를 막고, 

옹기종기 모여서 다음 행선지와 지난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거야!


그래서 무엇이 더 소중하냐는 중요하지 않아. 

모두가 소중하기 때문에 모든 물길은 그 자체로 귀하단다.


물길을 따라 내려가며, 물끄러미 풍경을 바라보던 밧소의 마음도 어느덧 더 큰 지류를 만나게 되었어. 


소년은 만남을 통해서 더 큰 마음을 만들어나가지. 

저 물가 어딘가에 지어놓은 비버의 안식처처럼. 

조금씩 조금씩 작은 가지를 덧붙이며 더 아늑한 곳이 되어가는 거야. 


그러면 언젠가 한 가정이 그 안에 들어와 살 거야. 밥도 짓고, 밤에는 동화책을 읽어주며 잠드는 그런 가족. 


오늘은 어쩐지 대단한 사건이 있지 않았어. 밧소의 변화가 대단하다면 그렇달까? 

하지만 중요한 건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변화에 달려있음을 기억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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