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 분석 7호
기업의 혁신은 정부가 허가한 특정 범위 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규제가 완화될수록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하는 것이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오랫동안 정부의 강력한 규제 속에서 발전의 속도가 제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건강정보 고속도로 데이터를 개방하면서, 이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음과 같은 목차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1. 아직은 봄이 아닌 디지털 헬스케어
2. 건강정보 고속도로의 등장
3. 마이데이터로 혁신하는 기업
4.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재와 미래
5. 요약하자면
최근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의료 분야는 상대적으로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른 업계에 비해 투자금이 몰리거나 빠르게 스케일업되는 사례가 적을 뿐 아니라, 수익화 모델 역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와 인증 문제
의료 서비스와 제품은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특성상 다양한 규제와 인증 절차가 필수적으로 뒤따릅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별 규제와 표준 인증을 추가로 받아야 하므로, 이중삼중의 비용과 시간이 투입됩니다.
보수적인 시장 환경
의료 현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특성상, 새 기술이나 솔루션에 대한 의사결정이 매우 신중하게 이뤄집니다. 기존에 사용 중인 시스템이나 장비가 있다면, 이를 대체할 만한 솔루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 진료 기록을 완전히 디지털화해도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 사고 책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수익화 모델
의료 스타트업이 병원이나 약국 등에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환자, 의사, 보험사, 정부 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조율해 수익화 구조를 마련하려면, 임상적인 가치뿐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유효하게 작동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의료 혁신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으며, 규제 개선의 결과로 정부에서 건강정보 고속도로 출시했다는 점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인 건강정보 고속도로는 개인의 의료데이터를 본인 주도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이를 통해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서비스 혁신을 목표로 합니다.
초기에는 예방접종 이력과 건강검진 정보 등 공공기관 보유 데이터에 집중했으며, 2022년 5월 의료법 시행령 개정으로 민간 의료기관 데이터 연계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2023년 9월 본격 가동 이후 현재 1,300여 개 의료기관이 참여하여 진료정보, 수술이력, 약물처방내역 등을 표준화된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요 기술적 과제였던 320여 개 병원 정보시스템 간 데이터 표준화는 HL7 FHIR(차세대 의료정보 표준)과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변환 레이어를 구축하여 해결했습니다. 보안과 관련해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데이터 유형별 동의 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24시간 임시 접근 코드 발행으로 시간 제한적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등 데이터 공유 플랫폼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는 보건복지부가 서울아산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에 건강정보 고속도로를 통한 본인 진료기록 조회 연계를 허가하면서 헬스케어 서비스 혁신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데이터의 개방과 표준화는 스타트업이 대형 의료기관이나 기존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의료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사용자 중심의 더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건강정보 고속도로와 같은 데이터 게이트웨이의 필요성은 헬스케어 플랫폼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요구되어 왔습니다. 특히, 아래 세 곳의 기업은 의료 마이데이터 활용 기회가 열리자마자 발 빠르게 관련 허가를 획득하며 유저 경험 개선과 사업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며, 더 나은 의료 접근성과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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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닥터): 의료진의 정확한 비대면 진료
메라키플레이스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를 운영하며, 원격으로 의료진과 환자를 연결하는 헬스케어 슈퍼앱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환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자택에서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 서비스입니다.
나만의닥터는 현재 국내 비대면 진료 업계 선두주자로 성장했으며, 2024년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되며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양한 원격 진료과목 커버
여러 분야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감기 및 비염, 소아과, 코로나19 진료, 탈모약 처방 등 진료를 받을 증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친화적인 UI/UX 설계
앱 내에서 병원 예약, 건강 기록 관리, 증상 검색 등 다양한 기능을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의료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병원·약국과의 네트워크 강화
진료 예약, 처방전 전송, 약국 방문 또는 약 배달까지 복잡한 과정을 간소화하여 한 사이클 안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주말이나 일요일, 연중무휴 약국까지 찾을 수도 있고, 각 약국별로 약값까지 나와서 최저가 약국 찾는 데 용이합니다.
메라키플레이스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업계 최초로 의료 마이데이터 데이터 연동을 승인받아, 환자 동의하에 다른 병원의 진료기록, 투약 이력, 검진 결과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를 비대면진료 시 의료진에게 제공함으로써 진료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의 맞춤 의료를 실현하며 과거 병력이나 중복처방 내역을 참고하여 진단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비대면진료에서 환자 이전 기록을 활용하는 첫 사례로,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진료 혁신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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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헬스케어: 맞춤형 건강 모니터링 서비스 제공
카카오헬스케어는 카카오 계열의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으로 2022년 분사 설립되었습니다. “기술로 누구나 손쉽게 건강 관리”를 비전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과 병원의 디지털 전환 솔루션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주요 제품으로 연속 혈당관리 앱 PASTA(파스타)와 AI 기반 의료 상담 도구 케어챗(Karechat) 등이 있으며, 병원과 연계한 디지털 헬스 서비스도 추진 중입니다.
데이터 중심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연속 혈당 관리를 지원하는 AI 기반 건강관리 앱 PASTA로, 환자의 생활 습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며, 비만 및 혈압 관리 서비스로 확장해 더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제약사·병원과의 강력한 네트워크
병원의 의료 데이터를 가공해 신약 개발 및 약물 사용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병원 데이터를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분석해 의료 산업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과의 연계
병원 행정 서비스를 디지털화하여 카카오톡을 활용한 병원 예약 및 행정 절차 간소화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친구 추가만으로 병원 예약이 가능합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정부의 의료 마이데이터 정책에 호응하여 환자 개인 건강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초개인화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특히 복약 지도에 마이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자 합니다.
건강정보 고속도로를 통해 수집된 환자의 처방·투약 이력을 분석하여 환자에게는 안전한 복약 관리를 돕고, 의료진에게는 중복처방 방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하여 카카오 사용자 기반과 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맞춤형 건강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룰루메딕: 건강 개선 코칭과 해외병원 이용 연계
룰루메딕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으로 시작하여, 연속적인 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건강관리 서비스까지 진출했습니다. ‘당신의 건강코치’를 표방하며, 혈당 관리, 건강나이 예측, 맞춤 건강 개선 제안 등 연속적이고 전문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현재는 해외에서도 원활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해외 여행자 의료지원 트레블케어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으며, 정부의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어 관련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마이데이터 선도서비스 과제로 해외 의료기관 방문 시 국내 의료기록 연동 및 번역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건강정보 고속도로와의 연계를 준비 중입니다. 여행이나 해외 체류 중 현지 병원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간편하게 의료정보를 관리, 조회, 전송하는 기능과 인공지능(AI) 기반 번역, 의료기록 분석 기능 등이 탑재될 전망입니다.
향후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블루오션으로 평가되는 의료 서비스 산업은 공급자·치료 중심에서 환자·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환자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1년 약 6조 원에서 매년 15%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보건의료 데이터 시장 규모는 2033년에 약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헬스케어 빅데이터와 디지털 헬스 분야는 연평균 두 자릿수의 고성장이 예측되고 있습니다. (의학신문)
그러나 아직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의 수익 창출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Rochhealth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초창기부터 규제 대응, 임상 시험, 의료기기 인증 등으로 인한 높은 비용 구조를 안고 출발하고 있습니다. 의료 규제 및 보험제도와의 연계가 필요한 복잡성으로 인해 일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대비 수익화 속도가 현저히 느리며, 실제 매출은 극히 일부 기업에서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안정적인 흑자 구조가 아니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후속 투자에 계속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rockhealth)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1조원 가치를 평가받는 의료 AI 기업 루닛의 성공적인 성장과 더불어 정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지원 정책, 관련 제도 개선, 의료기관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도입 증가 등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마찬가치로 뚜렷한 수익 구조를 만든 기업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건강 관리, 디지털 치료제, 원격 의료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즉, 개인 건강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됨에 따라, 기업들은 데이터 기반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함으로써 뚜렷한 수익 구조를 구축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는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규제와 인증 문제, 보수적인 시장 환경, 불확실한 수익화 모델로 인해 다른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딘 상황이었습니다.
건강정보 고속도로는 개인 동의 하에 의료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메라키플레이스, 카카오헬스케어, 룰루메딕과 같은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 데이터 기반의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높이며 환자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 실현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앞으로 더 빠른 혁신을 위한 의료 데이터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선도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에 의한 전 국민 관점에서 뚜렷한 효용성 증가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들이 개인 건강 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하면서도 환자 중심의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는 규제 기관에 실질적 근거를 제공하고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진료 효율성 향상, 의료비 절감, 예방 중심 건강관리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규제 개선의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이제 막 개방되어 활용되기 시작한 의료 마이데이터는 국내 의료 산업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대형 의료기관 중심 생태계에서 데이터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으며,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 정보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의료 마이데이터가 가져올 이러한 변화는 국내 의료 산업의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