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14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오늘의집은 왜 직매입과 PB상품을 강화했을까?

비즈니스 모델 탐구 1호

by 에이든든 Jan 25.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나는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했다. 주로 학교 진학, 군 입대, 직장 입사처럼 인생의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자주 이삿짐을 꾸렸고, 그때마다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앱이 바로 ‘오늘의집’이었다.


나름 똑똑한 소비자라고 자부하는 터라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다른 플랫폼에서 비슷한 제품이 있는지 꼭 비교해보곤 했는데, 의외로 오늘의집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도 많고, 가격도 최저가인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레이어(LAYER)’라는 자체 PB 브랜드를 선보였는데, 다른 플랫폼과는 조금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는 점도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오늘의집은 요즘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을까?

그 방향성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의 비즈니스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까?



오늘의 집, 최근 행보


오늘의집은 “공간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라이프스타일 앱”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IT업계에서 모범 사례로 손꼽히던 콘텐츠 커뮤니티와 커머스의 동반 성장을 통해, 안정적인 비즈니스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 흐름은 시공 중개나 홈서비스(수리, 설치, 이사) 등 추가 서비스 확장으로도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 오늘의집은 두 가지 주요 사업 방향으로 한층 더 움직이고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직매입 배송 확장

 “오늘의집, 제3물류센터 신규 확보…‘직매입 배송’ 더 세진다”

 “직매입 키우는 ‘오늘의집’…물류센터 2000평 추가 확보”


자체 PB 브랜드 런칭

 “대형마트처럼 PB상품 키우는 오늘의집, 수익성 개선 이룰까”

 “오늘의집, 오리지널 가구브랜드 ‘레이어 론칭”


사실 이 두 방향 자체가 커머스 플랫폼에서 낯선 모델은 아니다. 다만 직매입 배송은 물류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서, 웬만한 규모가 아니고서는 쉽사리 뛰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또 PB 상품 역시 대부분 ‘가성비’(저렴한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를 강점으로 삼는 것과 달리, 오늘의집은 상대적으로 고관여 상품인 가구를 중고가로 출시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직매입과 PB 상품을 키우는 의도는?


오늘의집이 왜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는 재무제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DART에 공시된 2023년도 오늘의집 매출 구조를 보면 아래와 같다.  


상품매출 (=직매입+PB상품)

오늘의집이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상품의 매출      프리미엄 조명 등 가구를 중심으로 매입


수수료매출 (=커머스)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판매, 렌탈상품, 시공서비스 등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음      가구, 가전, 패브릭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최소 11%~최대 23%의 표준 수수료


기타매출 (=광고)

홈페이지 등에 계약기간 동안 배너 광고 서비스를 제공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에 걸쳐, 혹은 클릭 수나 노출 수에 따라 수익 인식


브런치 글 이미지 3


이 내용을 보면,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은 모두 ‘상품매출’ 카테고리에 속한다. 2022년과 비교했을 때 2023년 상품매출의 성장 폭이 그리 크진 않았는데, 이는 성장 속도가 둔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아직 더 성장할 여지가 남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의집은 이 상품매출 부문을 부쩍 강화해 이익 구조를 개선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데이터가 사용되었을까?


직매입 배송은 소비자 경험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오늘의집만의 경쟁력을 다지기 위한 선택일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의집 배송 상품 vs. 일반 상품 비교 데이터


동일 카테고리·동일 가격대의 상품 클릭률(CTR), 장바구니 전환율(CVR), 구매 전환율(CVR) 등을 분석했을 때, ‘오늘의집 배송’ 뱃지가 달린 상품이 더 좋은 성과를 보였을 확률이 높다. 이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배송이 구매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오늘의집 배송 상품의 소비자 경험 데이터


오늘의집 배송 상품 구매자들의 별점과 후기, 재구매율 등이 높은 편이라면, 직매입 배송이 소비자 만족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빠르고 정확한 배송”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브랜드 충성도까지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 적극 투자할 가치를 느꼈을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직매입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 고도화

이미 축적된 직매입 데이터를 토대로 수요 예측과 물류 효율성을 계속 개선해왔을 가능성이 크다. 인기 상품을 미리 확보해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최근 물류 배송 시스템(TMS, 배송기사 앱, WMS 등)을 고도화하기 위해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는 점도,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을 통해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브런치 글 이미지 6


한편, PB 상품은 플랫폼 내 부족한 가격대와 카테고리를 보강해 고객의 구매 경험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인기 상품군의 비활성 가격대·카테고리 데이터         

잘 팔리는 가구 디자인과 품질을 참고해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요소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정 가격대 혹은 카테고리에서 판매량이나 피드백이 저조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PB 상품으로 채워 보완하고자 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존 입점 업체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고민이다. 오늘의집 측 설명에 따르면 고가와 저가 가구 사이 영역을 노려, 중·저가가 주력인 많은 입점사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가지 않도록 조정했다고 한다. 이는 PB 상품을 통해 플랫폼에서의 구매 니즈를 충족시키되, 입점사와의 상생 구조도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고가 PB 상품의 우려점과 도전 과제


쿠팡이나 무신사의 예를 보면, PB 상품은 주로 “저렴한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다”는 인식으로 시장 파이를 키우며 플랫폼 전체를 활성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하지만 가구처럼 소비자 관여도가 높은 제품에선, 단순히 가성비로 승부하기 어렵다. 더 정교한 판매 전략이 필수다.


그렇기에 오늘의집이 중·고가의 고관여 제품으로 PB를 선보인 점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차별점이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가격 대비 품질이라는 기본 가치 외에도, 디자인과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브런치 글 이미지 7



요약하자면  


    직매입 배송은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고 구매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직매입과 일반 상품 데이터를 비교·분석하고, 물류 시스템을 고도화해 비용 효율화를 어디까지 실현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고 있을 것이다.      

    PB 상품 도입으로는 상품 다양성을 확보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의도가 엿보인다. 플랫폼에서 활성화가 필요한 가격대나 카테고리를 데이터를 통해 파악하고, 기존 입점사와 불필요한 경쟁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고심했을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8

결국 오늘의집은 이 두 가지 전략을 상호 보완적으로 굴려, 비즈니스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 직매입 배송은 신속하고 안정적인 물류망을 토대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구매 전환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고, PB 상품은 독창적인 제품군으로 고객 충성도와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기존 입점 업체들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2025년에는 이런 전략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아마 더욱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까. 오늘의집이 만들어갈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진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