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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Nov 02. 2023

생일 축하해

별별챌린지 8일 차

 그저께 주문한 선물이 도착했단다. 여자친구에게 문자를 날려본다. 집으로 돌아가면 널 반기는 게 있을 거라고. 포장을 뜯고서 환하게 웃을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이 지어진다.

 "생일 축하하고 사랑해!"


 문득 생각했다. 나는 어떤 축하를 받아왔었나.


근래에는 여자친구와 가족에게서였다. 사실 그걸로도 충분했다. 뭐랄까 굳이 성대한 잔치를 벌여서 온 사람들이 함께 모일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더불어 맘에도 없는 덕담 따위가 오간다면 피곤해지기만 하니까. 그래서일까. 카톡 프로필에 생일을 감춰버렸다. 그냥 알 사람만 알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허전했다.


사실은 부러웠던 걸까. 아니, 섭섭한 걸 지도. 서서히 잊혀진다는 것이. 솔직히 곁에 있는 이들.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게 아닐까. 더불어 날이 갈수록 축하의 표현이 점점 옅어지는 반면, 아쉬움은 커진다.

 

결국 뒤숭숭한 감정들을 감추려고 '나의 생일'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던져버렸다. 나중에는 어쩌면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를 테고, 언젠가 나조차도 모르는 날이 올지도.


그렇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생각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잊지 말자. 사실 생일은 아직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가장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날이 아니었으면 지금은 없었으니까.

 

나의 다음 생일은 24년 3월 25일이다. 이 날엔 그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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