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행복을 채집해야 하는 날이다.
아침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떠올렸다. 어떤 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리고는 기지개를 켜려는 찰나, 가슴 한 곳이 답답해지며 목이 칼칼해진다.
-쿨럭
뭔가 잘못 됐음을 직감했다. 어젯밤 목이 간질 했던 느낌에 집에서 굴러다니는 감기약 한 알을 삼켰건만, 별 효과가 없었나 보다.
아, 오늘 행복해야만 하는데.
점심을 목전에 앞두고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졌다. 목안에는 면도날이 박힌 듯한 느낌이었고 뱉어내려고 기침을 해봤자 전 보다 깊숙이 쑤실 뿐이었다.
"저... 점심시간에 병원 좀 다녀오겠습니다...!"
두드리고 있던 키보드는 내던지고선 롱패딩을 걸쳐 입고 회사 밖을 나섰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큰 종합병원이 하나 있다. 원무과에서 접수를 하고서 곧바로 내과 대기실에 앉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다들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도 당연할 것이 몸이 힘들어서 찾아왔으니까.
행복은 어디에도 찾기 힘들었다.
병원서 주는 약을 먹었지만, 큰 차도는 없었다. 오히려 퇴근을 앞두고서 한기가 몸 주위에 맴돌았다. 슬슬 걱정이 되었다. 열나면 독감검사를 하러 다시 병원으로 오라고 했는데... 순간 이마에 손을 얹어 보니 뭔가 뜨거웠다. 기분 탓일까.
어찌 되었든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밥맛이 아니, 입맛이 없었다. 혓바닥은 모래를 끼얹은 마냥 텁텁했다. 맛도 모르겠고 그냥 씹힌다는 것만 느껴졌다.
얼른 침대로 가야만 했다.
겨우 샤워를 마치고서 옷을 갈아입자 다시금 강한 오한이 몰려온다.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었다. 곧장 이불을 걷어 젖히고는 발라당 누워버린다. 턱 밑까지 끌어올린 도톰한 이불은 그대로 나와 한 몸이 된다. 집에 오자마자 켜둔 전기장판은 차가운 기운을 멀리 쫓아낸다. 머릿속을 가득 메우던 불안, 걱정들도 함께.
기어코 다가온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