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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란 Apr 29. 2024

인도의 음식 문화

수저도, 포크도, 나이프도, 식탁도 필요 없다!

제목에 인도라는 말을 썼지만 아래 내용은 베다의 음식 문화에 대한 설명이다. 베다는 지식이라는 뜻으로 구체적으로는 경전을 통해 신에게서 내려온 지식을 뜻한다. 그래서 베다 문화는 매우 영적인 문화이다. 


베다 문화는 세계에서 인도에 가장 잘 보존되어 있으므로 인도 문화와 베다 문화가 혼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도 역시 전쟁, 식민지화, 서구 문명의 유입,  토속 신앙, 지역색 등으로 고대의 베다 문화가 많이 희석되고 변질되었기에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엄밀히 다르다. 이 글은 인도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베다 문화, 혹은 베다를 따르는 인도 문화에 관한 내용이다.


한국인이 이런 말 하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인도에서 1년 반을 살면서 김치가 그리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꽤 많은 한국 사람들, 특히 어르신들이 인도의 향신료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나는 인도 음식이 가장 소화가 잘 되고 인도 음식을 먹을 때가 가장 건강했다.


1) 향신료


인도에서는 향신료를 정말 다양하게 쓴다. 향신료는 음식의 맛을 낼 뿐만 아니라 소화를 돋구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많은 향신료들이 약재로 쓰인다. 페널fennel, 쿠민cumin, 페누 그릭fenugreek 등 씨앗 형태로 있는 향신료가 있고, 강황 가루, 힝hing, 고수 씨 분말 등 가루 형태로 된 것들도 있다. 여러가지 향신료를 분말 형태로 섞은 만능 양념을 마살라masala라고 한다. 


향신료는 식자재와 조리법에 대해 다양하게 조합된다. 그래서 인도 요리 입문자에게 레시피는 필수이다. 마음대로 이것 저것 섞으면 이도 저도 아닌 맛이 된다. 

2) 손으로 먹기


많은 사람들이 손으로 먹는 문화에 거부감을 느낀다. 야만적이고 불결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다에 의하면 음식으로 먹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첫째, 내 손으로 먹는 게 가장 청결하다. 

식당에서 쓰는 공동 식기는 어떻게 세척되는지 알 길이 없고 전염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내가 관리하는 내 손만큼 확실한게 없다. 그래서 많이 알려져 있듯이 인도인들은 왼손과 오른손 구분을 철저히 하여 왼손은 주로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할 때만 쓰인다. 왼손으로 남에게 물건이나 돈을 건네는 것은 대단한 실례이다. 


둘째, 손으로 먹는 것은 소화를 돕는다. 

소화는 촉각으로부터 시작된다. 손으로 음식을 집으면서 뇌는 음식의 온도와 식감을 미리 감지하여 소화기관에 신호를 보내어 미리 준비를 한다. 손으로 집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음식은 아직 몸에 들어가기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숟가락이나 포크는 음식과의 접촉을 차단하기에 몸은 이런 정보를 알 길이 없다.


셋째, 지구상의 수많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 

인도 음식을 먹을 때는 수저, 젓가락, 포크, 나이프 이 모든게 필요가 없다. 뒤에 더 설명 하겠지만, 심지어 식탁도 필요 없다. 베다 문화에는 이렇게 인위적인 것들이 많이 생략되어 있다.


3) 바닥에 앉아 먹는 문화 


베다 문화에서는 음식을 바닥에 놓고 양반다리인 수카사나sukasana로 앉아 먹는다. 식탁을 살 돈이 없을 정도로 가난해서 이렇게 먹는 걸까? 사실 이 자세로 먹으면 포만감을 쉽게 느끼고 소화액이 잘 분비된다고 한다. 물론 식탁을 구비할 필요가 없기에 경제적이고 공간을 절약해주기도 한다. 대신 바닥 청결을 잘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인도인들은 바닥 청소에 매우 열성적이며 수시로 물청소를 한다. 바닥에 물을 뿌리고 고무 밀대로 물기를 밀어내 먼지 한 톨도 남지 않도록 관리한다. 


4) 인도 음식의 서빙


베다 문화에서는 음식을 서빙하는 것도 절차와 법식이 있다. 일단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다 같이 산스크리트어 기도문을 읊는다. 식사 전 기도하는 문화는 만국 공통인 것 같다. 과학적으로도 음식을 먹기전에 기도를 올리면 음식의 분자 구조가 바뀐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서빙을 맡는 사람들은 먼저 손을 깨끗이 씻고 음식이 든 양동이를 들고 돌아다니며 원하는 양을 물어보고 바닥에 놓인 접시에 음식을 떠준다. 모든 메뉴를 다 서빙하고 난 뒤에도 다시 돌아다니며 더 필요한 게 있는지 묻는다. 

이렇게 모두가 만족스럽게 먹고 나면 이제 서빙했던 사람들이 자리에 앉고 식사를 마친 사람이 양동이를 들어 음식을 떠준다. 이렇게 서로 직접 음식을 주고 받으며 가족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음식을 받거나 떠주는 행위로 저절로 남에게 봉사하게 되고 상대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가 많이 누그러진다.


5) 정성

인도 요리는 전날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물론 간단한 요리도 많이 있지만, 제대로 준비하는 요리들은 전날부터 콩을 물에 담가 불리고, 반죽을 빚고, 발효하는 과정을 거친다. 북쪽 지방에서 쌀보다 더 많이 먹는 주식인 납작빵 차파티는 반죽을 빚고 하나 하나씩 떼어서 밀대로 밀고 구워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보통 인도 요리는 낮은 불에 천천히 가열하여 재료 본연의 맛이 우러나도록 조리한다. 그래서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식감이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된다. 거의 10년 가깝게 인도 요리를 접하면서 센 불에 빠르게 볶아 익히는 조리법을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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