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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란 Mar 29. 2024

인도 사원의 일과 - 갓생

얼마 전 갓생이라는 신조어를 접하게 되었는데, 사원 생활의 루틴을 나타내주는 정확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갓(God), 생(life style). 이전 글에 설명했듯이 박티 요가는 사랑과 헌신으로 최고의 존재와 연결하는 수행법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박티는 사랑과 헌신, 요가는 연결을 뜻한다.) 

*이전 글 참고 (요가의 종류-박티요가란 무엇인가?) https://brunch.co.kr/@jhulan/18


수행의 목표가 신과의 연결이기에,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삶과 존재가 점점 신성해진다. 즉 신과 가까워진다. 그렇다고 해서 박티 요가의 목표가 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신을 사랑하고 신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신과 가까워지는 것은 수행의 부산물이다. 


박티 요기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망갈라 아라티mangala arati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예배가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4시에 일어나면 늦잠에 속한다. 출근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허둥지둥 해야 한다. 개인에 따라 새벽 1시, 2시에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왜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걸까?


베다(산스크리트어로 지식을 뜻함. 인도 고대 경전에서 나오는 모든 분야의 지식을 총칭하는 말)에서는 시간을 나누는 단위로 무르타murta를 쓴다. 하나의 무르타는 약 48분 정도이고, 하루에 총 30개의 무르타가 있는데 가장 신성한 시간대는 해뜨기 2시간 전으로 “브람하 무르타brahma murta”라고 한다. 이 시간에 하는 모든 영적인 활동은 가장 큰 혜택을 얻는다.


인지 과학적으로도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나머지 하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미라클 모닝에서는 아침 일어나면 제일 먼저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마찬가지로 박티 요기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신상을 보고, 만트라를 듣고 외며 의식을 정화해 우리는 사실 영적인 존재이며, 이 삶이 끝나면 영계로 돌아가는 목표를 되새긴다.


첫 예배는 한 시간 정도 진행되어 5시 30분쯤에 끝난다. 그 뒤 개별적인 명상 시간을 갖는다. 여기서 하는 명상을 자파japa라고 하며, 묵주를 이용한 만트라(반복해서 외는 산스크리트어 주문) 명상이다. 이때 쓰는 만트라는 다음과 같다.


하레 크리슈나 하레 크리슈나

크리슈나 크리슈나 하레 하레

하레 라마 하레 라마

라마 라마 하레 하레


이 만트라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쓸 예정이다. 


만트라 명상은 개인에 따라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이어지고, 7시 15분이 되면 아침 예배가 시작된다. 망가라 아라티와 마찬가지로 기도문을 부른 뒤 8시가 되면 예배 프로그램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경전 수업을 한다. 이 수업에는 모든 사원에서 공통적으로 ⟪스리마드 바가바탐Srimad Bhagavatam⟫이라는 책을 쓴다.


아침 예배-신상의 커튼이 열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경전 수업



왜 경전을 공부할까? 신은 완전히 영적인 존재로, 우리의 물질적인 감각을 초월한다. 그런데 우리의 물질적 감각으로는 물질 에너지만을, 그것도 아주 제한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우리의 눈으로 와이파이 신호를 볼 수 있는가? 공기는? 바이러스는? 비록 볼 수는 없지만 모두가 이게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단지 우리의 시력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너무 미세하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영혼은 가장 미세하고 순수한 에너지로 물질적인 감각으로는 인지할 수 없다. 그러면 신을 믿는 자들은 어떻게 신을 볼 수 있을까? 그래서 신은 우리에게 경전을 내렸다. 


⟪스리마드 바가바탐⟫은 신의 모습이 어떤지, 그의 성격은 어떻고 어떤 행위를 했는지, 그의 친구들은 누구인지 등 신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가 어떻게 우주를 창조했는지, 왜 전쟁이 일어나고 자연재해가 생기는지 등에 대한 세상에 관한 지식, 왜 고통이 생기는지, 왜 착한 사람들은 힘든 일을 겪고 나쁜 사람들은 즐기는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삶의 지혜도 제공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리마드 바가바탐⟫을 접하고 나면 소설이나 잡지 같은 다른 독서를 저절로 끊는다. 모든 지적, 문학적 욕구가 이 책으로 충족이 되기 때문이다. 


경전 수업은 스승과 도반이 필수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인지 능력은 제한되어 잘못된 해석을 내릴 수 있기에, 우리의 생각과 의심을 확인하고 답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특히 고대의 지혜를 현대의 생활 방식에 적용하려면 같은 실천을 하는 사람들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영적 지식은 물질적 지식과는 달리 단순 암기가 아니라, 스승의 축복이라는 매개를 통해 제자에게 전수되는 심오한 과정이 있기 때문에 스승의 역할이 매우 지대하다.


이렇게 수업이 끝나면 9시로 거의 대부분의 사원에서는 이 시간에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이렇게 4시 30분에서 시작한 아침 수행은 아침 식사를 포함해 총 5시간이 소요된다. 사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박티 요기들은 집에 신상을 설치하고 같은 구성의 수행 프로그램을 가족들과 매일 진행하기도 한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이런 영적인 수행을 하루에 5시간이나 하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사실 바쁘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목표를 잊어버리고 생계와 눈앞의 일에 파묻히기 쉽다. 경전에서는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는 이 망각에서 온다고 본다. 영혼과 신을 망각하면 물질 에너지인 마음에 기대게 되는데, 바가바드 기타에 의하면 이 마음이  우리의 친구이기도 하면서 가장 무서운 적이다. 마음은 있지도 않은 현실을 만들어내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영적인 수행은 마음을 친구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수행을 통해 우리는 영혼으로서의 정체성과 신과의 연결을 상기하고, 마음을 친구로 만들며, 이 과정에서 오히려 바쁜 일과를 헤쳐나갈 힘과 지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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