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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문 Don Kim Dec 20. 2020

<Mosul>, 가족과 일상을 만나기 위한 전쟁

영화로 떠나는 아랍 여행 - 이라크



'Mosul'(الموصل 모술)(매튜 마이클 카나한 감독, 2019년, 90분)


이 영화는


오늘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이라크이다. 이라크의 북부 모술 지역이다. 영화는 'Mosul(모술)', 2019년에 개봉한 영화로 넷플릭스에서 2020년 11월에 공개한 영화이기도 하다. '매튜 마이클 카나한'이 감독을 맡았다. 90분 분량의 영화이다.


티그리스 강변에 닿아있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도 바벨론 문명의 중심지였던 바그다드와 더불어 가장 중요했던 도시가 모술이다. 앗시리아 제국의 수도 니네베(구약 성경의 니느웨)가 이곳이다. 이라크 기독교 역사의 중심이기도 했고, 구약 성경의 선지자 요나의 사역 현장이라는 유래 덕분에 요나 기념 이슬람 사원도 존재한다.



이 영화는 독특하다. 전쟁 영화인데, 영웅이 없다. 전쟁 영화인데 백인이, 미군이, 유대인이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그리고 영어 대사도 99 퍼센트 없다. 단지 새롭게 SWAT팀으로 받아들인 자씸이, 카와에게 옷 사이즈를 물을 때 '미디엄' 사이즈를 확인할 때 나온 것이 거의 유일이다. 나머지는 아랍어 대사, 그것도 이라크 아랍어 사투리가 대사를 이루고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특수부대 SWAT 팀의 팀장과 팀원 모두를 영웅화하지 않는다. 건조할 정도로 담담하게,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극을 이어간다. 흔한 영웅 서사가 전혀 없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차분하다. 튀지 않는다. 누구도 영웅이 아니고, 누구도 특출 난 능력을 가진 이도 아닌 것이다. 


IS라는 괴물 집단 격퇴 전쟁이지만, IS 자체도 악마화하지 않는다. 단지 모술에서 그들을 쫓아내야만 하는 적일 뿐이다.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은 모술의 실제 모습이다. 그러나 나머지 지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무대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제4대 도시인 마라쿠쉬 Marrakesh(مراكش‎)이다. 이라크 모술은 아직도 재건이 요원하기만 하다.




영화의 줄거리


이라크의 제2의 도시, 북부 지역의 중심 도시인 모술은 IS의 거점 도시이기도 했다. 이슬람의 수니파에 속한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ISIS는, 이라크에서 이라크 주민들을 잔인하고 잔혹하게 지배했다. 그들을 도시에서 몰아내기 위한 특수부대 SWAT의 희생이 이 영화의 큰 줄거리이다.  IS와의 전쟁도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잔잔하게 드러내고 있다. 



영화 초반에 21세의 경찰 카와가 팀장 자씸과의 대화에서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자씸 : 너, 결혼했냐? 

카와 : 내가 결혼했다면 나는 여기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에 카와는 남아있던 아미르를 비롯한 5명의 팀원들에게 말한다. 


카와 : 아미르, 당신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갑시다.


IS 격퇴를 위해 싸우고 희생한 이들조차, 가족들과의 일상을 살고자 하던 평범한 시민들이었던 것이다.



영화 속 상징과 그림 언어


영화 속에서 SWAT팀의 팀장 자씸은 자주 자신이 머문 곳의 쓰레기를 쓰레기 통에 넣는 등,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IS의 거점에 널려있던 성인잡지를 정리하다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이어졌다. 자씸의 IS와의 싸움은 더럽혀진, 어지럽혀진 이라크 사회를 정리하고 깨끗하게 하는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SWAT 팀은 전투 중에도 기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기도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장면은, 이슬람이 이슬람에 충실한 인물이 극단주의자이거나 테러집단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있다. SWAT 팀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과 싸우는 것도 그들의 이슬람 정신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전반부에 작전을 수행하던 팀원들이 TV가 켜져 있는 한 집에서 쉬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방안에는 쿠웨이트 여성 2인이 대화를 나누는 대담 방송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 모술 지역에서 그것도 IS 연루자가 은신했었을 수도 있는 집에서 쿠웨이트 방송이 흘러나온다는 것은 하나의 상징이다. 


이것과 영화의 마무리 부분에 IS 거점에서 발견된 성인 잡지와 더불어 IS 추종자들 가운데도 그저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갈망과 욕망을 갖고 있었음을, 영화는 드러내고 싶은 듯하다. 이것은 적이지만, 그들을 악마화하지 않고, 그들과 싸우지만 영웅화하지 않는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에 닿아있다.



카와와 투마훈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같이 듣고 있다. 음악을 듣느라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있던 투마훈이 긴급 상황에 몸을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다. 그저 시민들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과정에 예상도 못했던 폭력적인 상황으로 삶을 빼앗긴 이라크인들의 현실이 떠오른다. 


또 다른 하나는 물담배 '아르길라'의 등장이다 팀원 중의 한 사람이 아르길라를 꺼내서 조립하고, 아르길라용 숯불을 밝히는 장면이 나온다. 아르길라, 물담배는 아랍인들 특별히 아랍 남성들이 즐기는 중독된 일상 습관 같은 것이다. 영화 속의 아르길라는 이라크 사회, 심지어 전투 중인 특수요원조차 누리고자 하는 평범한 일상성을 그리는 주요한 도구로 등장하는 듯하다.





영화로 문화 익히기


경찰 자밀의 배신으로 SWAT팀이 머무는 곳 근처에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공격이 벌어졌다. 대장이 피하라고 긴급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어폰을 이용하여 음악을 듣고 있던 투마훈이 목숨을 잃는다. 그의 시신을 수습하고 운구하는 과정에 대원들은 그의 명복을 빌고 기도한다. 





영화 초부에 SWAT팀 팀장과 카와의 대화 장면이다. 카와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 이름 세 개를 대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름 세 개? 아랍식 이름은 공식적으로 성을 빼고도 이름이 세 개로 구성된다. '본인 이름 + 부친 이름 + 조부 이름 + 성' 이런 식이다. 그래서 한 사람의 법적인 이름만 보면, 수많은 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



영화로 아랍어 배우기


이 영화 속의 아랍어는 이라크 아랍어이다. 영화를 보면서, 등장인물의 아랍어를 들으면서, 처음 이라크인을 만나 대화하면서 무척 난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라크 사투리는 주변 아랍국가와는 많이 다르다. 5 W1 H 의문사가 다 다르니 다르게 다가온다. 


얄라(Yalla يلا), 영화 속에서 팀장 자씸의 대사 가운데 자주 나온다. 그가 팀원을 독려할 때 사용한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기 위해 수레에 시신을 싣고 가던 아이들에게도 사용한다. 그냥 '얄라'라고 말할 때도 있고, '얄라 얄라 얄라'라고 반복적으로 말할 때도 있다. 이 표현은 일상에서 다양한 뜻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서둘러', '얼른', '으샤', '자 자' 등 다양한 뜻으로 사용한다. "'같이' 갈까?" 등의 표현에서는 '같이', '함께'의 뜻으로 풀 수도 있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에서 '자'의 의미가 담긴다. 한국말도 그렇듯이 아랍어도 교과서에 담긴 뜻으로만 어떤 단어나 관용구가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자씸의 대사 가운데 '얄라 샤밥' (Yalla Shabab يلا شباب), '얄라 하비이비'“Yalla Habibi يلا حبيبي  등의 표현도 나온다. 문자 그대로라면 '샤밥'은 청년들, 젊은이들을 뜻하고, '하비이비'는 내 사랑, 내가 친애하는 등의 뜻이다. 이런 표현을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사용한다. 나이 든 사람이 젊은이들을 부를 때만 사용하는, 아재들의 표현이 아니다.


젊은 세대 사이에도 서로를 다독일 때 '얄라 샤밥', '얄라 하비이비' 등으로 표현하곤 한다. 문자 그대로의 뜻이 아닌 것이다. 하비이비를 사랑의 표현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이집트나 많은 아랍국가에서 친밀감을 표현할 때 사용하고, 싸디이끼(Sadiqi صديقي - my friend)도 곁들여 사용할 수 있다. 



참 묘한 표현은 또 있다. 자씸이 앞서 이야기한 두 아이들에게 차에 타라고 재촉할 때, 두 아이들에게 '얄라 암므'라고 말하는 것이다. '암므'(عم)는 '아저씨'라는 아랍어 단어이다. 혈연관계에서는 아버지 쪽 형제를 뜻하는 단어이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에게 '암므'라고 말한다. 이것 또한 친근감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슈누?' 대화 중에 종종 등장한다. 우리말로 '뭐?', '뭐라고?'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왜?', '왜죠?'는 '레이쉬?'로 표현한다.



영화로 상식 넓히기


영화 속 '다에시(Daesh)는 IS(Islamic State)를 비하해 부르는 이름'이라는 설명이 한국 언론이나 온라인 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이다. 


다에쉬(Daesh 또는 Dāʿish)는 아랍어로 داعش로 적는다.  ad-Dawlah al-Islāmiyah fī 'l-ʿIrāq wa-sh-Shām( الدولة الإسلامية في العراق والشام )의 단어의 머리글자 4글자( الدولة الإسلامية في العراق والشام )를 딴 것이기 때문이다. IS 조직에서도 자신들의 명칭을 저 긴 문장 그대로 주고받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기억들


2003년 3월에 일어난 이라크 전쟁 전후 이라크를 수차례 오가면서 그곳에 머물면서 사용하던 이라크 아랍어(사투리), 이라크식 누룩을 넉넉하게 넣어 부풀려서 화덕에 구운 사문 Samoon 빵과 이라크 식 홍차 차이 Chai에 얽힌 추억과 기억이 새롭다. 


요르단에서 아랍 교회 사역을 하면서, 제자 훈련을 하면서, 사문 빵과 이라크 식 홍차 차이를 나누면서 애찬을 성찬을 한 적이 있다. “바그다드에서 ‘사문을 먹고 ‘차이를 마실 때도 함께 하신 하나님, 암만에서 난민으로 살며 요르단식 빵 쿠브즈를 먹고 요르단식 홍차 샤이를 마실 때도 함께하심을 기억하자”라고 말을 전한 적이 떠오른다.


떡과 포도주, 성찬, ‘먹고 마실 때마다’, 끼니를 거르는 곳이 일상이었을 식민지 유대 땅의 주민들이 느끼던 성찬의 의미가 달랐을 것이다. 난민에게도 원주민에게도 성찬의 의미는 일상이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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