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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책장 Apr 08. 2022

지금,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닭

<착한 달걀> 조리 존 글/ 피트 오즈월드 그림 / 김경희 옮김

큼지막한 안경 안에서 활짝 웃고 있는 착한 달걀을 보니 덩달아 웃음이 난다.  우리 집 냉장고 지킴이 달걀의 이름을 개성 있게 불러주는 작가라니. 오늘 우리 집 식탁에는 알롱이와 알토 이를 꺼내놓아야겠다. 착한 달걀은 당분간 푹 쉬게 해 주련다. 또 재잘재잘 즐거운 밥상 그림책이 될 것 같다.



아아아아아 ~ 주 착한 달걀은 도움이 필요한 곳 어디든 달려간다. 무거운 장바구니도 들어주고,  마른 화분에 물을 철철 넘치게 뿌려주고, 낡은 집에 페인트칠을 하며 사방팔방 화려한 색칠을 한다. 

반면 친구들은 늘 장난치고, 달달한 시리얼만  먹고, 짜증 내고, 이유 없이 울고, 물건도 부순다.

착한 달걀은 두고 볼 수 없다. 이러다가는 큰일이 생길 것 같다. 말려야 한다.

착한 달걀이 노력을 하거나 말거나 알아주지 않는다. 맘껏 장난치고 즐겁게 지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착한 달걀 껍데기에 금이 쫙쫙 간다.

의사 선생님은 부담을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착한 달걀은 "나쁜 달걀들 속에서 혼자만 착한 달걀을 할 수는 없어."라고 말하면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 





나 혼자 머무를 수 있는 작은방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요즘이다. 이사로 작은방이 생겼다. 내 공간!

카페에 찾아가 나만의 시간을 즐기거나, 천을 따라 걷기 위해 나 자신에게 시간을 내는 것이 

내게 보약이라는 것은 코로나가 가져다준 선물이다. 

늘 사람들 속에 섞여 착한 이미지로 살고 싶어 했다. 그러다 나도 탈이 난 적이 있다. 착한 달걀처럼 금이 가는 줄 모르고, 툭 치기만 해도 깨질 것 같은 멘털을 들고 약으로 버티고, 구시렁거리고, 지인들의 응원을 받으며 버텨갔던 것 같다. 깜이 안 되는 일까지 하려고 하는 데서 문제가 일어난 것도 있다. 착한 달걀은 착한 콤플렉스에 빠져 자신이 가진 힘의 크기를 모른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모든 자기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더 힘이 세고, 튼튼한 고양이를 들어 올려 나무에서 구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기 고양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까지 참견하는 건지도 모른다. 낡은 집에 페인트칠을 도와주는데 그 집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집주인의 난처한 표정을 보니 어쩔 땐 민폐가 될 수도 있다. 

그 착함은 선한 마음일지 몰라도 그것이 넘치면 오히려 피해를 준다. 또 그래서 자신이라도 행복하면 좋은데 점점 병들어 가고 있다. 남이 몰라주면 더 서운하다. 

 나만 착한 달걀이고 곁에 있는 친구들은 모두 나쁜 달걀이라는 생각으로 원만한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란 이, 대란이, 특란이, 알뜰이, 알록이, 알롱이, 알맹이, 알알이, 알찬이, 알콩이, 알톨이 (이름이 다들 귀엽고 재밌군) 각자의 개성과 생각을 가지고 사는 개별의 계란들이 착한 달걀을 바로 볼리 없다.


 몸이 아프고서야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한다. 돌아보기 시작한다. 왜 이런 시간은 이렇게 금이 가야 갖게  되는 것인지. 조금 더 일찍 눈치챌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병이 나서야 언제부터가 원인이었지 하고 찾아보기도 한다.

착한 달걀은 혼자 여행하고 산책하고, 독서하고, 글도 쓰고, 명상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자신만으로 가득 찬 충만한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건강한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돌아간다. 우리는 이렇게 책을 보지 않는가. 지금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고 점검해 보자. 나는 요즘 코로나 수발로 책을 지르고 있다. 하루 한 권 야금야금. 숨구멍을 이렇게 찾고 있다. 지금,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닭(너무 갔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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