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비밀요원> 박주혜 동화 · 정인하 그림 / 창비
2022년 어린이 도서연구회 '동화동무씨동무' 저학년 동화책이다. 마침 우리 아이도 3학년이다. 책을 무지 안 읽는 3학년이다. 책 읽으라고 따라다니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도 열 번? 은 하는 것 같다. 이론 ^^::
책은 안 읽어도 상상은 많이 한다. 지금도 혼자서 방에서 중얼중얼. 뭐 하냐고 물어보면 상상 중이라고 말한다. 그런 게 대부분 '아머드 사우르스'같은 지금 보고 있는 프로그램의 연장일지라도. 상상도 습관이다!
시대가 많이 변했음을 이 책을 보고 알겠다. 슈퍼도 아니고, 구멍가게도 아니고, 마트도 아니고 편의점! 사실 난 편의점 이용 고객이 아니었다. 솔직히 처음에 편의점이 생겼을 때 난 망할 줄 알았다. 그땐 '비싸다' 이것만 머릿속에 있었다. 주 1만 원을 받는 첫째는 용돈 받는 날이면 편의점에서 장을 보듯이 2+1 또는 1+1을 쓸어온다. 동네 어느 편의점이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지, 사장님이 친절한지, 앉아서 먹기 편한지 상세한 설명을 할 줄 안다. 이런 형을 보고 자란 3학년 둘째의 소원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 먹는 것이다. 이사 온 곳에는 현재 슈퍼가 없다. 작은 편의점 딱 한 곳만 있다. 동네 모든 돈이 개미 떼가 기어가 듯 편의점으로 가고 있다. 하교 시간에는 초등학생 손님들이 넘쳐난다. 초등학생이라 돌멩이 과자, 쫄쫄이 비슷한 레벨의 먹거리를 살 것 같았는데, 아주 당당하게 1700원 닭꼬치를 나도 먹고 너도 사주면서 계산을 척척! 오잉
여기 더 특별한 편의점 있다. 아이들의 즐거운 하굣길을 만드는 편의점에 비밀 요원이 나타났다. 노란 조끼를 입고 가슴에 WDB라고 적힌 명찰을 달고 말이다. 이 비밀 요원은 어디 소속일까?
더운 여름방학식 날 편의점 냉동고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려는 우찬이와 병준이는 손에 자신이 먹고 싶은 맛과는 다른 아이스크림이 잡힌다. 상어 바를 먹고 바닷속을 아슬아슬 탐험을 하는가 하면, 복숭아 바를 먹고 복숭아 워터파크에서 신나게 논다. 여긴 어딘가. 집 앞 오렌지 마트가 아니다. 편의점이다. 편의점에서 가장 눈이 가는 건? 2+1 아니던가. 편의점 형은 하나 더 준다. 팥이 빅 그다음은 상상할 수 있겠다.
우리 3학년은
이런 편의점이 있으면 멜론 바를 먹고 싶다. 멜론 파도에서 멜론 서핑을 하거나 멜론 껍질 보드를 타고 싶다. 또 멜론에 구멍을 내서 들어갔다 나왔다 놀고 싶다.
<미용실 외계인> 은 제인 미용실을 외계인의 계인과 비슷하다며 '(외)계인 미용실' 놀이가 시작된다. 열펌 기계는 정말 외계인같이 생기기는 했다. 여기엔 우찬이 마음을 뺏는 별이가 있으니 뭐, 둘이 만나는 외계 세계는 더 재미나지 않을까.
<버스 사파리>는 할머니 댁에 동생을 데리고 버스를 타고 가는 중 무시무시한 동물들이 버스 밖에 있다고 상상한다. 여름방학을 한참 달리고 있는 여름날, 오싹하게 더위를 날려주는 버스 사파리. 동생을 챙겨 처음으로 버스를 탄 두려움과 걱정이 동물을 보면서 드러난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상상하는 사이 어느덧 무사히 할머니 댁 정류장에 하차한다.
우리 3학년은
미용사 제인처럼 빠르게 머리를 자르는 미용사가 있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고, 손목이 계속 똑같은 방향으로 간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된다. 지구에 편의점 비밀 요원처럼 외계인이 지구에 있으면 어떻게 될까? (@@)
상상 친구가 있어서 아이들은 장난감이 없어도, 혼자 있어서 심심하다고 외치면서도 잘 놀 수 있는 것 같다. 상상이 아이스크림도 주고, 외계인도 만나게 해 주고, TV에서 본 동물도 다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하늘을 날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짠하고 달려가 힘껏 돕기도 한다. 다 된다. 나도 하고 싶다.
그런데 그림은 또 왜 이렇게 귀여운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