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너구리 삼총사>/ 이반디/ 창비
이현 작가의 『동화 쓰는 법』 <스토리와 플롯> 부분에서 언급하던 책이어서 분과원들과 함께 보자고 한 책이다. 코로나 확진자 세 남자 수발로 참석하지 못했다. 나는 함께 책 읽고 나누는 모임에 참석해야 하고, 읽고, 생각하고 모임에 가는 길을 끝까지 가지 못했다. 아마도 꼬마 너구리 삼총사처럼 같이 갈 친구가 없어서였나 보다. 우리 집 남자 1호만 멀쩡했어도 으쌰 으쌰 이 사태를 나누며 빛나는 사과 같은 모임을.. 됐고! 다음 차례를 기다려!
꼬마 삼총사의 모험담을 보니 코로나로 학교 운동장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생각나서 속상하다. 이 책은 눈치챘겠지만 1,2, 3학년을 위한 동화책이다. 둘째는 코로나와 입학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운동장을 보고 우다다다 달려 나가 단체로 친구들과 눈싸움 한 적 없고, 먼지 날리게 공을 차고 와서 흙먼지를 뒤집어쓴 바지를 벗어 놓은 적이 없다. 이번 달부터 아이들에게 운동장을 개방했다. 학년이 공평하게 나눠서 주 2회 점심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가 햇볕 아래서 뜀박질할 수 있다. 하원 교통지도를 하러 가서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감동이 밀려왔다. 날은 또 놀기에 왜 이렇게 적당한 것인지. 팔다리를 맘껏 휘두르며 기지개를 쫙 켜고 뛰어놀 수 있는 일상을 얼마나 바랐던가. 1/3만 돌아왔지만, 소중한 날이다.
꼬마 너구리 삼총사 이름은' 짱이, 퉁이, 뚱이' 짱 먹는 아이, 퉁퉁 거리는 아이. 통통한 아이. 아이들이 딱 눈치챌 수 있는 이름이다. 흰 코 아저씨가 알려준 비밀 모랑모랑 마을에서 나는 빛나는 꿀 사과와 붉은 새를 만나러 삼총사의 모험이 시작된다. 모랑모랑 마을로 가는 동안 방해 장치들이 도사리고 있다. 여행 가기 전 가져갈 목록을 뽑고, 며칠 전부터 가방을 싸는 우리처럼 준비하다 배 놓칠 것 같은 청설모 꼼꼼씨, 모든 것을 책으로 배우는 거북이 줄줄 씨, 마지막으로 삼총사를 이간질시키는 뱀 흥 씨의 방해를 이겨내고 모랑모랑에 도착한다. 달콤하지 않고 시기만 한 사과지만 모험 끝에 만나 사과 앞에서 삼총사는 마냥 행복하다.
운동장 정글 짐에, 시소에, 미끄럼들 위에, 모래 위에 우글우글 아이들이 모여있다. 집 앞에 나가면 더 좋은 놀이터가 있지만, 떼로 맘껏 놀 수 있는 학교 점심시간의 운동장 놀이터는 여럿이 모험하기에 딱 좋은 장소다. 그곳에는 어른들이 끼어들 수 없는 상상이란 것이 있다. 미끄럼틀이 배가 됐다가, 기린의 목이 됐다가, 모래 위에서 바다를 만들기도 한다. 놀이가 끝나는 종이 치면 우리 별이는 배가 고프다. 놀이의 충만함 끝에는 허기진 배가 있다. 신 사과도 맛있지. 암
이렇게 모험의 맛을 아는 너구리 삼총사는 아픈 엄마를 위해 붉은 열매를 따라 서쪽 숲에도 간다.
<서쪽 숲에서 생긴 일>은 불꽃 열매를 따고서 숲에서 멧돼지 괴팍 씨의 포도인지 모르고 먹었다가 변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변상이란 것의 기울기가 괴팍하다. 이미 여러 동물들이 괴팍 씨의 노예가 되어 가혹하게 일하고 있었다. 엄마를 위해 딴 붉은 열매의 활약이 욕심 많은 괴팍 씨를 응징하고, 힘없는 동물들을 살린다.
더 단단해진 우정을 확인하고 싶다면 <새빨간 도토리>를 먹고 날씬해진 뚱이 이야기를 만나보자. 과연 나머지 두 친구는 몰라보게 날씬해진 뚱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뚱이를 보고 '쟤는 누굴 닮아 그럴까. 창피하다'라는 부모의 대화를 보고는 뜨끔하다. 텍스트로 보니 더 찌릿. 흠
무조건 친구라서 편들어주고, 뚱이 자체만을 보는 친구들. 이런 친구들의 우정을 확인한 뚱이는 부모에게서 받은 설움도 너구리 삼총사 덕에 다 날려버릴 수 있는 날이다.
우리 아이들이 돈독한 우정의 탑을 쌓아가며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