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시작은 대회 전날부터
<대회를 앞두고 먹는 것 조심! 무리하지 말기! 아무것도 하지 말기>
평소에도 많이 먹었다. 매운 김치를 워낙 좋아했다. 김치찌개 노래를 부르길래 나는 해줬을 뿐이고, 맵다 맵다 하면서 두 가득 먹었다. 그게 경기 당일 탈이 날 줄 몰랐다. 차가 막힐 것을 예상하고 서둘러 아침상을 차렸다. 간밤에 덥다고 두어 번 깨서 안방에 오고 해서 그런지 피곤해 보였다. 속이 안 좋다며 비실비실하더니 설사를 했다. 그리고 춥다고 누워만 있다. 화장실 다녀왔으니 괜찮겠지 하고 출발했다. 아이의 이마, 콧등, 볼에 땀방울이 맺혀있다. 얼굴 전체가 헬슥하다. 다행히도 지나가는 길에 일 년 365일 연 약국이 있어서 문 열기를 기다렸다 약을 살 수 있었다. 계속 배가 아프다는 말을 힘없이 하고 잠들었다. 좋은 생각하고 힘내면 나 할 수 있겠지?라고 내게 확답을 받고 싶은 간절하게 처진 두 눈을 보여주며 잠이 들었다. 두 시간 후 도착하는 가평 경기장에서는 약발이 받기를 바랐다.
제일 먼저 경기에 못 뛸 경우를 생각해서 출전 선수 명단을 보니 다행히도 10명이었다. 선수가 많지 않으면 더욱 당일 컨디션을 위해 조심해야겠다. 늘 이렇게 겪어봐야 안다니..
아픈데 경기는 뛰고 싶다고 하는 말을 감독님과의 대화에서 들었다. 별이는 2루를 지키고 타석에도 올랐다. 3회까지 나오고 벤치에 앉았다. 그토록 간절하던 안타를 쳤다. 한 끼도 못 먹고 땀 삐질 흘리고 아프니 집중이 더 잘 된 걸까? 힘을 빼고 에너지를 하나로 모은 건지 암튼 '탁'하는 경쾌한 맛을 봤다. 아픈 건 안타깝고 안타를 친 건 기쁘고 감정의 균형선을 맞추는 야구의 한때다.
승리의 맛보기 바로 직전
우리 팀은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경기를 잘 이끌어주었다. 3회 7:3 경기를 아주 넉넉한 마음으로 보았다. 대단히 재밌게 보았다. 이제 정확하게 반년. 벌써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제법 야구복도 어울린다. (살이 좀 빠져 보인다는 얘기다.) 그새 동네에서는 야구하는 형, 아이로 불린다. 6개월 동안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성장이 눈에 다 들어오는 경기였다. 그 성장의 시간은 야구 클럽 안에서만 만들어가지 않는다. 지금 시합을 뛰고 있는 현장에서도 배움은 계속된다. 계속 경기 일정이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는 가족여행이 점점 야구장으로 바뀌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야구 경기에서 아이들은 1회가 끝날 때마다 감독님과 코치님께 배운다. 경기를 하면서 실책 했던 수비,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모션을 취하며 가르쳐 준다. 부족했던 부분,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부분 등을 다음 회로 넘어가기 전에 코칭하는 모습을 본다. 현장에서 뛰고 바로 피드백받는 경험이 크겠다.
아무튼, 다음 주도 경기는 계속하겠구나 하며 본 경기는 7:7까지 갔다. 꿈나무 경기는 1시간 20분으로 그 시간 안에 시작된 경기까지 한다고 한다. 7:3이던 4회 말, 상대팀 투수가 공을 쉴 틈 없이 던졌다. 나는 그 모습만 보고 저 친구가 많이 긴장했는데, 저려면 계속 실수할 텐데 우리 팀이 이기겠구나. 아주 즐겁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이들의 실수를 보고 질책과 버럭으로 일관하는 상대팀의 감독님의 한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오... 그럼 그렇지. 들린다. 그런데 천천히 호흡해라 등 가라앉히지를 않고 '빨리빨리" 하라고 독촉을 한다. 다음 경기가 있는 것 같더니 지니까 빨리 끝내고 가고 싶구나 나름 해석했다. (그래도 그렇지!) 그리고 우리 팀 3 아웃. 드디어 이겼구나 하는 순간! 아니 이런 경우도 있냐고요. 야구 정말 알 길이 멀다.
1시간 20분 경기 기준으로 우리 팀 선수의 3번째 아웃을 외친 시간이 1시간 19분째 캬캬캬 캬캬캬 이런 거군요. 상대팀 감독님이 너무 빨리 던진다고 소리 높이지 않고, 빨리 던지라고 한 이유를 알았다. 이렇게 나는 또 꿈나무를 알아간다. 그리고 결과는 7;7 무승부로 마쳤다. 추첨인지, 뽑기인지, 아이들이 고른 공에 동그라미와 엑스가 있는지, 승과 패라는 글자가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이 뽑기에서 다음 경기를 할 수 있는 9개 중 2개를 잡았다고 한다. 오늘로 꿈나무(백호) 경기는 마친다. 추첨 상관없이 오늘 경기 참 잘했다. 이렇게 점점 이기는 경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조심스럽게 밥을 먹고 배가 아파서 움켜쥐고 잠이 든 아이를 본다. 야구가 뭐라고!!!
잠들기 전
"엄마, 지금도 배가 조금 아파. 내일도 아프면 나 학교 못 가"
- 내일은 괜찮을 거야.
"학교에서 배 아프면 나 조퇴해?"
- 오늘 그 배로 야구했으면 학교에서 의자에 앉아있는 건 더 잘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