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장이 일러주는 슬기로운 건강생활

2. 균형이 중요해!

우리 몸의 한가운데에는 가슴과 등으로 둘러싸인 몸통이 있다. 그 속에는 7개의 목뼈, 12개의 등뼈, 5개의 허리뼈가 수직 방향으로 열을 맞추어 서있다.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는 도너츠처럼 생긴 물렁뼈인 추간판 (디스크)이 있는데, 딱딱한 척추뼈가 대오를 흩트리지 않고 구부리고 펴고 돌리는 운동이 가능하게 작용한다. 

척추뼈로 이루어진 가상의 기둥을 척주라고 한다. 척주를 이미지로 표현하면, 이음매가 없이 긴 하나의 직선 기둥이 아니고 낱개의 조각이 일렬로 배열된 점선 기둥이다. 문어처럼 흐느적거리지 않고 똑바로 서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몸통 안에 척주가 있기 때문이다. 

척주는 목뼈 부분에서는 앞으로 약간 굽어지고 (전만), 등뼈 부위에서는 뒤로 약간 굽어지고 (후만), 허리뼈 부위에서는 다시 앞으로 약간 굽어진 (전만) 커브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정상적인 척주의 굽어짐 (만곡)이다. 그런데 척주의 커브가 옆으로 휘어지거나 (측만), 앞이나 혹은 뒤로 지나치게 휘어지면 (과전만 혹은 과후만), 이것은 정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대개 목, 등, 허리가 꾸준히 또는 은근히 아픈 사람은 척추 측만이 있다. 측만 (scoliosis)이란 몸통 부분을 엑스레이로 촬영했을 때, 척주가 일직선에서 벗어나 옆으로 휘어진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사람은 진찰실에서 바로 선 자세로 팔을 아래로 향하여 90도로 허리를 굽히게 하면, 척주의 좌우에 있는 등근육의 높이에 차이가 있다. 

측만에는 선천성 측만과 후천성 측만이 있는데, 후천성 측만은 주로 척주 주변 근육의 균형이 깨어져서 생긴다. 척주의 좌우에 있는 척추 기립근은 깊은 층, 중간 층, 얕은 층의 세개의 층에 걸쳐 분포하는데, 이 근육들의 긴장도가 좌우별로 차이가 난 채 장기간 지속되면 좌우근육의 높이가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후천성의 척추측만은 허리나 목의 디스크 병변, 나쁜 자세, 한쪽을 주로 사용하는 생활 습관들로 인해 생긴다.

내가 척추 측만을 가졌다면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나의 몸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자. 측만을 가진 사람은 골반의 좌우 높이가 다르거나, 바지를 입었을 때 한쪽의 바지길이가 더 길게 느껴진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여성의 경우, 한쪽 유방의 크기가 더 크거나, 스커트를 입었을 때 스커트가 옆으로 돌아간다고 느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균형잡힌 건강한 척추를 가지는 것이다. 척추의 불균형과 통증은 상호간에 순환적인 인과관계가 있다. 몸의 한쪽 방향이 아프면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진 자세를 유도하여 균형을 깨뜨리고, 균형이 깨진 척추는 다시 통증을 가속시킨다. 역으로 나쁜 자세나 편향된 습관으로 척추의 균형이 깨지면 통증이 유발되고, 통증은 다시 척추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사지의 관절은 중심부의 척추에서 말단부의 관절로 향하는 분절신경에 의해 지배를 받는데, 척추가 균형을 잃으면 사지의 말단 관절로 향하는 분절신경이 초과민하게 변화된다. 분절신경의 초과민성화는 분절신경의 기능 저하를 의미하고, 이는 곧 분절신경의 지배를 받는 말초의 조직 약화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허리부위인 요추 척추에 병변이 있으면, 요추에서 하지로 향하는 분절신경의 기능저하로 발목을 잘 삐거나, 무릎이나 발목이 시큰거리는 느낌이 들거나, 다치지 않았는데도 이유없이 발등이나 발목이 잘 아프다. 

“척추의 불균형과 통증 중에 무엇이 최초의 원인이냐?”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개체간 차이도 있을 뿐 더러, 장기간 한 개인의 척추 변화를 추적관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아니면 알이 먼저냐?”를 굳이 판별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듯, 둘 사이에는 상호의존적 인과관계가 있음만 기억하자.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운동을 매일 하고,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삼가고, 그래도 통증이 심할 때에는 그에 맞는 치료를 받고 적절한 안정을 취하면 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매일 스스로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매일의 운동은 병원에 가지 않고 지낼 수 있는 한가지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