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우리의 신혼집 그 집_3
여름이 시작한 그쯤..
1층 복도 제일 끝집인 그 집은… 너무 더웠고, 아기는 칭얼대고, 사람이 무서워 문도 잘 열지 않았던 나는…
결국 집 양끝 창문과 베란다의 문을 열어뒀다..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아침 점심 저녁 할거 없이 집안은 담배 냄새로 가득 찼다.
담배 냄새의 원인을 찾아 집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니 담배의 시작은 옆집이었다.
아기 때문에 오랫동안 집을 비운 사이에 옆집의 세입자는 바뀌어 있었다.
중년 부부가 살고 계셨고, 그 집 아저씨는 일이 잘 안 되어서 이곳에 왔는지 쉴 새 없이 담배를 태웠다.
담배 냄새가 들어올 때쯤 , 나가보면 안 계시고, 몇 번 엇갈리다.. 결국 만나
아기가 이제 갓 신생아니 조심해 달라 했지만, ‘네’, ‘알겠다’ 대답만 끊임없이 해주고 변한 건 없었다.
아… 점점 이 집을 떠나고 싶은 욕망이 커져만 가고, 시간은 잘 가지 않았다.
나는 아기를 출산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일을 나가야만 했고, 내가 없는 사이엔 남편은 아이를 돌보고, 그 시간을 반복했다.
신혼집 그 집은
치열했다. 집도 치열했고, 주변도 치열했다. 주차도 치열했다.
사람들의 삶의 여유도 없고 삶도 치열해 보였다.
어느새 약 3개월의 시간이 지나버렸고, 드디어 이삿날이 되었다.
주황머리의 주인은…
겉 포장지가 없는 투명 비닐에 아기 기저귀와 화장지 한팩을 들고 오셨다.
보증금 4천만 원 중 2천만 원을 당장 줄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환심을 사기 위함이었다.
약 한 달 뒤쯤 돈을 마련할 거 같다면서, 그때 줄 수 있다. 했다.
순진한 우리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알겠다고 했다.
그 어떤 서류와 약속된 문자나 증빙은 전혀 없었다.
그저 그곳을 벗어난다는 것과 대출이 잔뜩 낀 우리의 새 아파트로 간다는 것에 너무 기쁜 나머지 그것을 큰 문제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아기가 백일이 되기 전,
걸어서 1분 거리 한강이 보이고, 보증금 4천만 원의 월세 20만 원의 강서구의 약 15평 아파트.
우리의 신혼집, 우리의 첫 보금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