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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Jan 01. 2024

새해엔 더 단단하게

설산의 돌멩이처럼.

 어김없이 새로 찾아온 한 해를 시작하며 다가올 설렘보다 스쳐갈 서글픔과 아픔에 대하여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마음에도 한 해만큼의 나이테가 쌓였나 보다.

삶이 기쁨과 행복만으로 가득 찰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는 다소 허황된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이 비관이 막연하지는 않다. 커다란 역병이 지나간 탓인지, 전문성도 지혜도 없는 지도층의 무능 탓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개인의 삶은 팍팍하고

나라의 경제가 어렵다. 청년들은 여전히 빈곤하고, 중장년층의 부담은 날로 커져간다. 대다수가 어려운 탓에 공감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약자들은 더 빈번히 아프고 외롭다.


 여러 군데서 앓는 소리가 나오는데, 정쟁과 이전투구에 혈안인 위정자들의 꼴을 보자니 답답한 마음이 더 아득해진다. 어떤 이념도 실용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쪽도 저쪽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의미 없는 반목을 바라보며 추운 겨울과 뜨거운 여름을 가리지 않고 광장에 합류하던 민초들은, 미동도 없는 현실정치에 대해 관심조차 잃어간다.


 상황은 대략 이렇다. 그러나 별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가야 할 뿐이다.

내 삶과 동료 시민의 삶을 나아지게 할 후보를 고르고 골라 한 표 보태주고, 나의 생업을 영위하기 위해 묵묵히 버틸 뿐이다. 막연한 낙관도, 패배주의적 비관도 우리 삶을 실질적으로 지탱해주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단견으로나마 아주 오랜만에 시대에 유감을 표했다. 어렵고 서글픈 현실일지라도 어차피 부딪혀야 할 새해라면 모두가 조금 덜 아프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답답한 심정을 차치한 채 현실을 빠르게 인정하고 그저 묵묵히 살아가자고 이야기한다.

낙관이나 비관 따위의 개인적 감흥을 덜어낸 지극히 현실적인 태도가 때론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우리 조금 더 단단해지자. 설산의 바위는 엄동설한에도 추위를 모른다. 바위처럼 내 몸이 식는 줄도 모른 채 떡하니 버티자. 물론 우리는 바위보다는 돌멩이에 가깝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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