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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Jul 20. 2024

장마 안부

올해도 어김없이 긴긴 비의 계절이 왔네요.

장화를 신지 않은 스스로를 불평하며 젖은 발을 말리린다 거나, 우산을 써도 이내 축축해진 어깨를 터는 일은 왜 도대체가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그래도 나무들은 쑥쑥 자라겠구나, 해묵은 강물은 한바탕 깨끗해지겠구나 하며 흐린 날의 의미를 부러 헤아려봅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이 있을 텐데요, 제겐 긴긴 장마가 그렇습니다. 투둑투둑 빗소리는 간혹 백색소음처럼 생각을 부추겨요.

그 사람과 나눠 쓰던 우산이 아련해지기도 하고(왜 사랑에 빠진 우리는 그 비좁은 우산을 나눠 쓰며 굳이 굳이 어깨를 적시는지), 비를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우연히 나눠마신 짙은 커피 향이 떠오르기도 하고.

쏟아지는 빗속을 손잡고 쏘다닌 하루, 발목에 쩍쩍 붙은 축축한 풀의 느낌이 생생해지기도 하고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지난 사랑을 기리는 식으로 청승만 떨지는 않아요.

박준의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를 재정독 한다거나, 정인의 <장마> 혹은 Lauv의 <Paris in the rain>을 반복해서 듣는 건 장마를 흠씬 즐기는 저만의 방법이에요.

비와 시와 노래는 왜 이리도 잘 어울릴까요?


장마를 잘 보내는 여러분만의 방법도 무척 궁금한데요. 비를 흠뻑 머금고 쑥쑥 자라는 나무처럼, 비의 시절을 잘 즐기면 가을의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믿어보려고요. 모쪼록 흐린 날씨에도 마음만은 맑게 보내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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