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색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는 것 같다.
출근길 지하철 안.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웃었다. 하지만 그것은 억지로 지어낸 웃음이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어깨 위엔 아무 색도 피어나지 않았다.
회사 앞 카페에서 만난 여자도 그랬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그 미소 너머엔 텅 빈 공기만 흐르고 있었다.
그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인데 사람 같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 같은데 생기가 없었다.
감정이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너무 오래 눌러서, 색조차 빛을 잃은 걸까?
감정이 보인다는 건, 내겐 늘 그 사람의 '살아 있음'을 느끼는 일이었다.
화가 나든, 슬프든, 기쁘든.
그 모든 감정은 그가 ‘존재한다’는 신호였고,
그래서 나는 그 색을 볼 때마다 조금은 안도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얼굴들.
색을 지운 사람들.
그들은 살아있는 걸까, 혹은
그저 살아내고 있는 걸까?
며칠 전엔 지하철 계단을 내려오다
몸이 흔들려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혔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감정을 보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무서웠다.
감정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이 사라져 버린 세상이라면,
나는 이 능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문득, 이 능력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
그저 무력한 ‘관찰’에 불과한 건 아닐까 두려워졌다.
그래서 그날, 오래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내 눈은 여전히 세상의 색을 보고 있었지만,
정작 내 마음은 어느 색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감정은 어떤 색인가요?
그리고 나는 오늘도 색이 사라진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의 온기를 찾으려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