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아서 좋고 싫었다
평일 대낮 1시에 어딘가로 향해 버스를 탔다. 정류장을 거칠 때마다 탑승객이 늘고, 금방 만원 버스가 됐다. 내릴 때까지 앉는 건 꿈도 못 꿨다. 출퇴근 시간도 아닌데 만원 버스라니. 이런 게 도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 대도시에서 1년 가까이 살게 되었지만 만원 지하철과 버스가 여전히 놀랍기만 하다. 엄청난 인파에 짓눌리는 기분을 막기 위해 혼자서 여기는 원래 그렇다고 수십 번은 속으로 되뇌어야 했다.
굳이 대도시에 살 이유가 없다고 1년을 가까이 살고 나서야 알았다. 이곳에 뜻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야 그저 세상살이 자체에도 별뜻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단지 형태 없는 집착과 헛된 희망으로 머물었을 뿐이다. 또다시 떠돌이처럼 어딘가로 옮겨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얹혀사는 아파트의 꼭대기층에 올라 보았던 저 멀리 피어오르는 불꽃축제의 풍경은 잊을 수 없겠지만 멀리서 봐야 좋은 건 사람이나 도시나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많으니까 재밌는 것도 많고 복잡하고 정신이 없는 이곳에서 다음의 거처는 어디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