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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Aug 23. 2024

인사이드 아웃 2, 너 뭐 교과서야?

공교육으로 보내버려


(매우 확실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봉한지가 언젠데 끝물에 보러 간 인사이드 아웃 2. 평일 낮에 나 같은 백수가 주변에 없기에 탄산 한 잔 사 들고서 혼자 덩그러니 앉았다. 내 티켓 값으로 전기세는 되려나.      



 애니를 보다 보니 초반부터 등장인물들의 대립구도가 생겼다. 기쁨이 팀이랑 불안이 팀 중에 대체 어느 팀이 이기는 거야!!! 하고 흥미진진하게 감상했다. 그런데 웬걸? 마지막 결과는 내 예상 밖이었다.     


 




 감정들이 모인 두 팀이 하나가 되어 소녀 에일리의 건강한 자아 형성에 기여하게 되었는데, 긍정적, 부정적 기억 모두 그대로 느끼게 만든 게 핵심 포인트였다.     

출처: 메가박스 앱


 사실 이 교훈은 예전에 내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찾아봤을 때의 공통적인 조언과도 같았다.      


한 사람의 건강한 정신과 자아 형성을 위해서는 모든 감정이 억압되거나 무시되지 않고 조화롭게 존재하며 있는 그대로 수용되어야 한다.


 여러 상황에서도 내 마음에서 올라오는 감정들을 억누르거나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불안 등의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감정 자체가 나쁜 게 아니며 모두 내게 필요하니까 존재하는 감정이라는 것. 그때 그 감정을 나쁘다고 스스로 판단 내릴 때 나에게 있어 나쁜 감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애니에서 불안이도 말했다.

다 에일리를 위해서 한 일이었다고)



  

  다만, 그 감정을 아무 판단 없이 수용하고 소화하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그렇다. 이론은 간단하나 실천이 어려운 경우인데 생불이 아닌 나도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해진 거 보니 사실 누구나 가능하다.


          


 정신 건강을 해쳐서 십수 년을 고생하다가 이제야 겨우 회복한 사람인 나에게 이 애니는 거의 정답에 가까운 이론적 해결책이었다. 난 얼마 전에 겨우 터득했는데 이제 대놓고 영화관에서 알려주네?! 사실 명상에서도 이런 게 결국 핵심적인 내용이더라.     




 어쩐지 감정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살려고 발버둥 칠수록 인생이 더 안 풀리더라만. 억누르고 무시하고 회피했던 감정들을 뒤늦게 하나하나 있는 그대로 느끼고 나서야 자연스럽게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된 내 경험과도 일맥상통한다. 타고난 예민함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서 이제는 힐링이나 심신 안정을 위한 도피처를 안 찾고 웬만하면 멘탈 이야기도 여기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할 일을 미루지 않는 방법은 여전히 모르겠다. 두려움 때문인 건 안다. 시험 기간에 딴짓하는 것처럼 요즘은 글 쓰는 게 너무 재밌다. 혹시 해결 방법(아마도 수용과 용기겠지만)을 찾게 되면 업로드가 뜸해질 것이고 또 나중에 여기서 이야기를 나누겠다.



  

 마지막으로 인사이드 아웃 2를 통해 느낀 것 한 가지, 사람의 심리란 정말 신기할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는 것(내 마음 들여다 본 줄). 그래서 이건 정말 공교육 교과서 감이다.


디즈니 교과서! 픽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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