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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Aug 30. 2024

반짝이는 서점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브런치를 찾는 이유



 유명한 지역 서점을 방문했다. 유튜브에 익숙해진 눈은 그 어떤 화려한 커버 디자인에도 5초 이상을 머물지 않았다. 잠시 펼쳐도 활자 자체를 안 읽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가 정말 관심 없는 게 티가 난다며 웃었다. 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이게 무슨 일?     








 연초에는 10년 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과 카페에서 책 얘기를 했다. 정확히는 취미 얘기 들어준 거지. 셋이노의 어쩌구 하는 책 제목들에 속으로 책이라면 학창 시절 논술학원에서부터 지겹게, 아마 너보다 많이 읽었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갑자기 동창보다 성적이 더 좋았던 내가 더 나은 대학교에 갔던 것, 그런데 그때 날 부러워하던 동창은 졸업 후 대기업 직원이 되었고(열심히 했고 심지어 집도 잘 산다) 난 입에 풀칠조차 어렵게 했었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었다.


  

 이놈의 열등감에 순수한 책 얘기도 허세로 받아들이려는 내 모습이 참 못났었다. 책 많이 읽어 봤자 될놈될, 안될놈안될 아니냐고 삐딱하게 생각하는 나와 책읽기 따위도 다 귀찮게 느껴졌다. 그런데 사실 무엇보다도, 내게 종이책 한 권을 완독하는 것이 이제는 토지 전집 읽는 것과 비슷한 인내가 필요하거든. 그니까 정말 관심이 없다고.



 겨우 이북 한 권도 일주일에 걸쳐 힘겹게 완독했다. 올해 책을 몇 권 읽었더라. 도서관도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니 5권 정도일까. 세상 돌아가는 데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당분간은 내가 찾는 것이 거기에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을 뿐이다. 또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 믿어왔던 건 사실 헛된 힐링이나 도피가 필요해서 자기 세뇌를 해온 게 아니었을까 했다.








 한편, 짧고 강렬하며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유튜브에 취해 사는 나는, 입만 인스턴트를 찾는 게 아니라 눈도 마찬가지였다. 뭐든지 유튜브 같은 게 좋다. 그러니 책이 귀찮은 내가 매일 찾아와 3-4분은 읽어보게 되는 브런치도 어떻게 보면 유튜브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그럴 거다. 짧은 집중력, 짧은 시간, 때로 강력한 자극까지. 도파민 중독이다.     



 어떻게 보면 TV 방송과 유튜브 관계랑 비슷한 게 출판 책과 브런치 관계 아닌가. 좀 다르기도 하지만, 묵직하고 정제된 프로를 원하면 서점에 깔려 있으니 책에 있는 글을 읽으면 된다. 하지만 요즘 내게 필요한 건 완벽하지는 않지만 날것의 글이고, 이곳 브런치의 글은 충분하다. 거기에 감튀처럼 빠르게 찍먹해도 괜찮은 입맛, 아니 눈맛인가. 고소하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불완벽한 것들이 좋아진다.

불완벽한 글과 사람은 편안해서 예쁘다. 그러니까 도파민(브런치)+사람 냄새(글) 조합은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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