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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Dec 11. 2024

물 새고 고치고

얹혀서 서울 살이 중에


 한 달 넘게 서울에서 살아본 건 처음인 요즘, 집에 문제가 생길 때가 종종 생긴다. 지난달, 어딘가 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세탁실의 한쪽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가족들과 공유한 뒤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오빠도 일찍 퇴근했고, 나중에 직원분이 오셔서 천장을 열어보고 배수관인지, 그 뚜껑인지가 문제니 일단 뚜껑을 씻고 꽉 닫는 조치를 취한 후 지켜보기로 했다. 결국엔 집이 오래되어 우연히 뚜껑이 살짝 열렸던 것인지 2주가 넘도록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다. 심각했던 오빠 표정과 걱정과는 달리 문제는 잘 해결되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아침에는 오빠가 싱크대 아래장의 바닥에 물이 고인 걸 발견했다. 급하게 주방용품들을 꺼내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대야를 두었다. 오빠가 출근한 후, 수전헤드와 사이즈가 같은 샤워기 헤드로 갈아 끼워 테스트하며 물이 샌 원인을 찾아보니 호스는 많이, 헤드는 약간 물이 새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철물점에 방문해서 싱크대 호스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원홀메탈호스라는 걸 사 왔다. 혼자서 할 수 있겠냐는 사장님 말씀에 저 말고 같이 사는 사람이 할 거예요 하며 살짝 내숭을 떨고 돌아왔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싱크대 아래 수도 밸브를 두 개 모두 돌아가지 않을 때까지 꽉 잠그고 물이 한 방울도 안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일단 무게추를 제거하고 수전 호스 연결부위를 렌치로 돌려 원홀메탈호스를 분리하고 위로 죽 빼냈다.


 그리고 일단 쓰던 헤드를 새 호스에 조립하고 수전 호스 구멍으로 이리저리 돌려가며 호스줄을 아래로 넣었다. 다시 호스를 원래 연결 호스에 꽉 돌려 조립 후, 수도 밸브를 열어서 물을 틀고 확인했다.


 미세한 누수가 있는 수전 헤드의 고무패킹이 닳은 곳에도 급한 대로 고무줄을 감았더니 수도를 틀어도 이제 물이 새지 않았다. 하지만 수전헤드를 조만간 교체할 필요는 있어 보여 오빠가 새로 주문하기로 했다. 아래의 추도 비슷한 위치에 다시 달았다. 이렇게 응급조치 완료.



 어차피 혼자 살든 둘이 살든 누군가는 고쳐야 하는 일이다. 한가한 백수 동생이 어떻게든 고쳐놨다고 톡 했더니 출근한 오빠는 이제야 안심해하는 것 같았다. 오빠가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지 늦었으면 싱크대 하부 판자는 다 불어 터졌을 것이다. 이래저래 한 번씩 집의 문제를 발견하고 고치면서 역시 혼자보단 여럿이서 사는 게 좋은 점이 많다는 생각도 했다. 같이 사는 게 편하고 익숙한 나, 독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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