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년 전부터 외출할 때 텀블러를 챙긴다. 일회용 생수를 사지 않기 위해서다. 이제 습관이 어느 정도 된 것 같아 뿌듯하고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낼 때 부심이 남다르다. 에코백에서 쓱 꺼내들어 입구를 돌려 목마른 아이들을 챙겨주는 내 모습이 치명적으로 기특하다. 이 습관은 아이를 낳고 보온병에 분유물을 챙겨 다니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고는 한두 번씩 빼먹긴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 잊지 않고 챙겨 다녔었다. 특히 아이들과 동행하는 외출에는 반드시 챙긴다. 운동할 때 등산할 때도 꼭 챙긴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도 어깨가 으쓱이다. 매우 기특하다.
결혼하기 전에는 분리수거도 못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지 못하는 살림 바보였다. 지금도 쓰레기들은 남편이 처리해 주지만 못 버려서는 아니다. 결혼 전 나는 관심이 없었다. 쓰레기나 자원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어쩌다 에너지 문제를 접하긴 했지만 불편한 진실 앞에서, 또 무서운 재앙 앞에서 내가 할 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환경호르몬에 대해서 알게 되고 알레르기와 환경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었다. 모성이 무서운 건지 본능이 대단한 건지 나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할 일을 찾아냈다. 그 후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들이 환경을 망치는 것들인 것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되었다. 나는 바로 아이 입에 들어가는 것들부터 살폈다. 그리고 만지고 두르는 것과 살고 지내는 곳, 환경에 대한 생각까지 확장된 것 같다. 한 번에 얼마나 바뀌겠나 싶다. 우선은 그릇과 비닐을 많이 대체했다. 플라스틱 용기와 집기들은 사기나 나무로 교체했다. 일회용품은 다회용품으로 바꾸고 세제는 천연세제를 사용했다. 그렇게 신경 써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그래도 할만했다. 문제는 집 밖에서의 생활은 일회용품이 아닌 게 없었다. 더군다나 코로나 시국과 함께 의료용품, 위생용품, 배달 용품까지 일회용품몇 배 아니 몇십 배는 늘어난 것 같았다. 그래서 더 필요했다. 가족이 모두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각자 하나씩의 텀블러가… 큰아이에게는 보온병이 작은 아이에게는 빨대컵을 선물했다. 지금도 학교와 유치원에 잘 가지고 다닌다. 당연한 듯이 어딜 가도 자기 컵에 물을 따라 마신다. 남편은 무거운 보온병 대신 삶아서 사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그래도 계속 소독해서 사용할 수 있으니 우리는 그것에까지는 타협했다. 무엇보다 가족이 모두 잘 따라주고 동의해 줘서 내가 가방에 보온병을 챙기는 모습이 기특하고 귀여워졌다.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일주일 하다가 포기해 버렸을 것 같다. 가방에 보온병을 볼 때마다 내가 참 귀엽고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