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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쥴줜맘 Aug 24. 2022

남편 선물로 이것을 살 줄이야.

과연… 생각은 배송을 늦출 뿐…?

남편소개 : 나의 남편은 평소 사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없는 참 무던한 사람입니다. 오늘 뭐 먹나? 물어보면 늘 밥을 먹는다고 하는 사람이지요. 생일인데 선물로 뭘 갖고 싶나? 물어보면 특별한 날도 아니니 특별한 선물도 필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여름휴가에는 어디 갈까요? 물어보면 더운데 어딜 가냐고 해요. 벌써 13년째입니다. 허허이

이런 사람이 갑자기 ‘사고 싶은 게 생겼다.’고 말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엄청 반가웠어요.

그래서 이야기했습니다. 어서 말해보라고. 현기증 나니까 어서. 천천히 들어도 될 뻔했다고 생각한 건 약 1분 뒤였습니다.

‘여보 나는 테슬라가 사고 싶어.’

‘테슬라가 뭐여?’

‘전기 찬데 좀 똘끼 있는 오너가 만드는 차래. 근데 스마트하고 재밌을 거 같아. 그렇지만 우리 사정에 어렵겠지? 안 사도 돼.’

가만있어보자.

이건 지금 밀당인가?

진심인가?

노력을 하는 것인가?

요망을 떠는 것인가?

내가 지금 고민할 것은 이것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남편은 진심인가 아닌가였어요. 그런데 그가 매우 진심이었던 것 같은 느낌은 아주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어요. 그날 남편은 진심 200%였어요. 남편에게 일단 좀 알아보자고 말했고 하루가 지났어요. 나도 하루정도 지나니 남편이 원한다면 뭐… 그 차! 살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우리가 타고 다닐 차는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우리 시에는 보조금도 많이 지급해주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나는 남편의 요청을 들어주고 싶었어요.

‘그래! 사. 얼마여 근데?’

‘뭐하고 뭐해서 얼마 얼마 중얼중얼’

‘아 모르겠고 그냥 사. 어디 가서 차를 보나?’

그랬어요. 그렇게 말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전주에 사는 우리는 테슬라 쇼룸으로부터 한참이나 거리가 있었고, 직접 볼 수 없으니 핸드폰으로 옵션을 선택했어요. 쿠팡에서 양배추 주문하듯이 계약금까지 결제하니 주문이 완료되었답니다.

십만 원!

단돈 십만 원에 테슬라를 계약했어요.

당최 어떻게 생겼는지 승차감은 어떤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채 국비와 지방비가 매칭 되면 수령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라 했어요.


현타는 한 달 뒤에 왔어요.

그때가 바야흐로 2년 전 4월이었어요.

그러니까 2020년 4월인데 그때부터 테슬라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 시작하면서 현타를 세게 맞게 됐어요.

‘우리 차를 사는 건 좋은데 그 돈으로 주식을 샀어야 했나?’

‘이러다 말겠지. 언제까지 오르겠어….’

10%, 20%, 30%…… 쭉쭉 오르면서 테슬라를 기다렸어요. 그러다 기다리던 테슬라의 수령 여부를 결정하라는 전화가 왔어요. 복잡한 머리를 진정시키기에는 용단이지! 생각하면서 얼른 받겠다고 답했어요. 보조금을 포함하여 잔금을 모두 치르고 나니 잠시 차를 감상하는 동안 테슬라 주식은 잊히는 듯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 1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오르던 테슬라 주식을 보면서 우리는 돈의 가치에 대해서 마음고생이라는 수업료를 지불하며 배웠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눈 딱 감고 저질렀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었지만 다시 하라고 해도 그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이유는 남편이 지금도 차와 물아일체로 지낸다는 것 때문이에요. 많은 물욕이 없지만 애정을 쏟는 것에는 최고의 정성을 선물하는 그에게 진중함이 묻어나요. 그 차가 곧 그인 것 같아 나도 테슬라가 싫지만은 않아요. 잘한 일중 하나가 그 차를 지른 것이라고 생각 들어요.

그러려고  벌지. 걱정 ! 당신의 물욕은 내가 해결할게.  워킹맘 이자나. 부담 가지라고 하는 말이야.’

우리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항상즐기자.’ 외쳐봅니다.

매일 우리 아파트에서 충전중인 남편의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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