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려면 이혼하세요

3화 보잘것없는 사람 - 이혼을 강요 당하는 아버지

by 고용환

“이혼해도 얼굴은 보고 살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근데 아버지도 책임은 지셔야죠. 그리고 좀 보세요. 힘들어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언제까지 우리한테 고통만 줄 거예요. 제발 이혼하셨으면 좋겠어요.”

이 말은 남기고 두 분이 생각 좀 하시라고 집을 나왔다. 공원을 걸으면서 한없이 생각하였다. ‘참으로 못나고 매정한 자식을 뒀다고 생각하실까?’ ‘내가 부모라면 그래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고 자식들 때문에 힘든 거 다 참아가면서 살아왔는데 잘못을 했다고 남남으로 갈라서자고 하는 아들놈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지만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아버지처럼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식 된 입장에서 평생을 보니 아버지의 인생에서 배울 점보다는 따라 하면 안 되는 것들이 더 많았다. 아버지의 단점을 적어도 보고 어떤 행동이 닮았는지 비교도 해 보았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오랜 시간 붙어 지내면서 모르는 사이에 닮아 가는 것이다. 내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분명 나중에 아버지처럼 행동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지금 와서 삶을 되돌아보면 아버지와 반대로 살기 위해서 노력한 덕분에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습관들은 내 삶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아직 자리에 앉아 계셨고 아버지는 나가셨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이혼하기 싫다고 절대 이혼 못 한다고 화를 내며 나갔다고 했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누가 쉽게 도장을 찍고 남이 되려고 하겠는가? 그것도 본인이 가진 것이라고는 빚이 전부인 중년 남자가…. 지금 본인을 도와줄 유일한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개인 회생을 하면 아버지 급여로 일을 하면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법무사에 수수료를 내고 개인 회생 준비를 시작했다. 소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기에 열심히 살았지만 사업 실패 이후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었다고 거짓말로 글을 쓰는데 죄책감까지 밀려왔다.


쪽팔리지만 주변 지인에게 찾아가 검수까지 받아가며 최대한 애절하게 아버지의 실수를 써 내려갔다. 부채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금융 기관, 카드 회사에 모두 방문하고 내용을 첨부해야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군 생활하면서 배운 행정 능력이 유용하게 활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정신없이 모든 것들을 준비해서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였다.

달력을 보니 4일 후면 복직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부대에서 전화가 왔다. 인사과에서 근무하는 담당관이었다.


“선배님 보직을 격오지로 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군대에서 퇴근을 못 하는 격오지 근무가 있다. GP, GOP, 해·강안이 그곳에 해당한다. 당시에 미혼이었기에 한 달에 2박 3일밖에 휴가를 못 가게 되어 있었다. 퇴근 없이 24시간 부대에서 동숙을 하면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후배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조기 복직을 한 이유와 한 달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그리고 아직 일이 진행 중이기에 퇴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존심은 땅바닥에 내팽개쳐지고 있었다. 사실 인사 실무자는 오래전에 내가 직접 스카우트해서 내 밑에서 일을 함께한 친한 후배였다. 하지만 후배는 내 말을 다 듣고 상당히 냉정하게 답을 했다.


“선배님,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고, 주임원사님이 격오지 들어가랍니다.”

극심한 배신감이 밀려왔다. 마음을 표현할 여유도 없었다. 한심하다고 여겨져서 참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격오지 부대에 보직이 될까 봐 초초하고 불안했다.

복직신고 날 주임원사실로 찾아갔다. 부사관 보직을 위임받아 권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인연도 있기에 세부적인 사정 이야기를 했다. 간곡한 내 청에 격오지 부대로 보직되는 것을 1년간 유예해 줄 테니 일단 집중해서 아버지 일부터 처리하라고 하셨다.


한 달이 지나고 다행히도 아버지의 개인 회생은 개시되었다. 월급의 대부분은 부채로 상환되었다. 그날 이후부터 아버지 통장 관리를 내가 직접 하게 되었다. 은행에 가서 아버지 용돈을 위한 체크카드를 하나 발급받았다. 그리고 네임펜으로 카드 뒷면에 글을 썼다.


“아빠 힘내세요.”


카드를 드리면서 정해진 범위의 돈만 쓰라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도 어떻게 되었든 빚 문제가 해결돼서 너무 홀가분하다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믿어 달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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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 <보잘것없는사람> 일부입니다.

이미지출처 : Goo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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