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간암

4화 보잘것없는 사람 - 미웠던 아버지가 불쌍해졌다.

by 고용환


어느 날 점심에 어머니께 전화가 걸려 왔다. 아무 생각 없이 받았는데 울음 가득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저 어떻게 하냐는 말만 반복하며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셨다. 겨우 진정을 시키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아버지가 쓰려져 응급실에 입원했고 보호자를 찾길래 병원에 왔더니 의사 선생님 말씀이 피검사 수치상 아버지가 암인 것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닐 거라고 정밀 검사받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애써 어머니를 안정시킨 후 중대장에게 전화해서 보고하고 청원 휴가를 받아 바로 병원으로 이동했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안 좋은 일로 급하게 귀국했다. 그런데 그 문제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인생을 흔드는 일이 발생했다. 주변에 암에 걸려 고통받았던 지인이 없었기 때문에 항상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생각했던,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너무 당황했다. 설마 아니겠지라고 수천 번 생각하면서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과 면담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검사 결과 간암이 확실하다고 했다. 못 들은 척하고 싶었다. 술과 담배를 피기는 하셨지만 비만도 아니고 식사도 잘하셨다. 어디 아프다고 한 적도 없는 나름 건강한 아버지였다. 그런데 갑자기 간암이라니…. 그 말을 듣고 나니 아버지가 정말 환자처럼 아파 보였다. 잠시 행복으로 기대했던 시간은 이렇게 한순간에 어둠으로 변해 다시 불행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일단 침착해야 했다.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재정적인 부분을 알아보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어머니께 혹시 보험 가입해 둔 것이 있는지 여쭤봤다.

아버지 이름 앞으로 3개의 보험이 있다고 했다. 아주 오래전에 가입한 보험으로 만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 가입 일을 확인해 보니 부모님이 신혼일 때 가입한 보험이었다.


치료에 들어가는 예산과 보험 수령액을 확인했다.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보험사별 보장 금액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요즘의 내가 알고 있는 그런 보장액이 아니었다. 3개의 보험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은 600만 원이 전부였다.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는 암을 치료하는 것이 흔하지 않았고 옛날이기에 보장 금액도 낮게 설정되어 있던 것이었다.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바쁘고 정신없이 사느라고 그 누구도 보험을 갱신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미래를 대비하는 여유조차 가난한 사람들에는 사치였던 것이다.

눈앞이 깜깜했다. 앞으로 어떻게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나 막막했다. 부모님 보험도 신경을 쓰면서 살았어야 했는데 누구를 원망할 문제도 아니었다. 한 번도 이런 상황을 상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대비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적은 돈의 보험이라도 가족을 위해서 가입해 둔 어머니께 감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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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내용은 책 <보잘것없는사람 >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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