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사랑 표현법

보잘것없는 사람 2화 - #부사관, #직업군인, #부모반대, #중년취업

by 고용환


“여기 앉아 보세요.” 아버지께 말했다.


아버지께 취조하듯이 묻기 시작했다. 답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호통을 치면서 계속 물어봤다.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어머니는 민망한지 자리를 피하셨다. 벌어진 모든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노트북으로 타자를 치며, 부채 내용을 상세하게 적어 내려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아버지는 숨겨진 부채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보고서를 만드는 것처럼 부채를 금융 회사별, 연체 이자 순으로 세부 정리를 했다.

“사실, 이건 내 이름으로 빌린 건 아닌데…. 내 친구가 자기 이름으로 대출받아서 빌려준 돈도 있어. 근데 이건 급한 건 아니야.”


더 이상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참고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집에는 고작 80만 원만 가져다주고 가끔 아들에게 전화해서 몇백만 원씩 빌려 가기도 했다. 용서할 수가 없었다. 한없이 고함을 지르고 나니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사실 아버지가 도박 비슷한 것을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경마인 것 같아서 그냥 스트레스 푸는 거구나 하면서 넘어갔었다. 하지만 경마 때문에 이렇게 많은 빚이 생겼다고는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모든 빚을 확인하니 대략 2억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다음 날 복직을 하겠다고 전화를 했다. 무슨 일 있냐면서 왜 이리 일찍 복귀하냐는 말에 그냥 웃었다. 대충 일이 좀 생겨서 복직하게 됐다고 둘러대고 성급히 전화를 끊었다. 복직은 한 달 뒤에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장이자 친구였던 아저씨께 전화를 걸었다. 만나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되냐고 여쭤봤다. 아저씨가 당황해하며 물으셨다.

“네가 왜 나를 보려고 하냐?”


아버지 문제로 여쭈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매입한 아파트 집문서를 함께 챙겨 들고 버스를 탔다. 가끔 아버지를 안타깝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한때는 같이 석유 배달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주변 친척들도 도와주면서 몸뚱이 하나로 열심히 사셨다. 다만 돈 관리와 시기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장사는 망하였다. 그렇게 되다 보니 아군이었던 주변 사람들과 친척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으면서 한동안 많이 힘들어하셨다.


반대로 같은 업종에 종사했던 사회 친구인 지금의 사장은 큰 주유소가 몇 개나 있는 부자가 되었다. 아버지는 몇 년을 백수로 보냈다. 병사로 입대 후 부사관 지원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 다른 동기들은 빨리 제대를 하고 싶어 했지만 내게 군대는 너무도 편한 곳처럼 느껴졌다. 자퇴 후에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여러 일을 하면서 사회에 쓴맛을 보았다. 그냥 전역하면 다시 그 생활을 하게 될 것이 두려웠다. 잠시 안정된 도피처가 필요했다. 부사관 지원을 보고하니 부모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면회 온 부모님께 부사관을 지원할 테니 서명을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황당하게 아버지가 반대를 하셨다. 못 배운 사람들이 군대에 말뚝을 박고 부사관을 한다는 인식이 때문에 고집을 부리셨다. 나는 그런 아버지께 협박하듯이 말을 했다.


“아빠, 일 시작하면 부사관 지원 안 할게.”


그리고 몇 며칠 뒤 부대로 어머니가 전화를 했다.


“네 아빠 주유소에서 일 시작했다.”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쉬웠으면 진작 일을 하지 지금까지 뭐 했나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직업 군인으로 생활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해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 밑에 들어가서 일하는 아버지를 보면 가끔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본문의 내용은 책 <보잘것없는사람 >의 일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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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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