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베이비붐 세대

5화 보잘것없는사람 - 5남 3녀의 일곱째로 태어난 아버지

by 고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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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5남 3녀의 일곱째로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났다. 초등학교도 졸업 못 하고 어린 나이에 공장에서 매일 일을 하며 주급이라고 받는 적은 돈도 모두 할머니를 가져다주었다고 했다. 제대로 된 음식과 어린 나이를 즐기지도 못한 채 평생을 일만 하고 살아온 한 남자였다.


그런 배경을 알고 있기에 아버지가 석유 소매업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왜 그렇게 과소비를 하고 남을 챙기면서 인정을 베풀고 다녔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이제 곧 죽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아들한테 이혼 서류를 받고 협박까지 당하면서 애절하게 구원하던 힘없는 그 깡마른 사람이 불치병에 걸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냥 한 남자의 인생이 너무도 처량해서였다. 못났든 잘났든 부모인데 자식한테 제대로 된 효도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이렇게 젊은 나이에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것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병실에 가서 아버지께 현재 몸 상태에 대해서 최대한 침착하게 전달했다. ‘혹시 아버지가 못 견디면 어떡하지? 눈물을 흘리면 닦아 드려야 하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말씀드렸는데 걱정과는 달리 아버지는 너무도 침착했다. 전혀 걱정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곤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

“옆구리가 미친 듯이 아프고 숨도 안 쉬어지고 했는데 여기 와서 뭐 좀 치료를 받으니 하나도 안 아프네. 신기하다. 별거 아닌가 보네….”


모든 것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고함을 치고 오열을 하며 살고 싶다고 애원했으면 같이 눈물이라도 흘렸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태연하게 본인은 이제 안 아프니 문제없다고 하는 낙관적인 모습에 여러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간암 때문에 다시 아버지는 백수가 되었다.


이번에는 강제로 백수가 되어 버렸다.


나중에 간암의 원인을 알았을 때 너무도 한심했다. 오래전부터 B형 간염 보균자였고 그걸 계속 방치해 둔 결과 결국 암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10년 가까이하면서 신체검사를 받게 되어 있는데 몰랐다는 것이 이상했다. 주유소에 전화를 했다.


직원 말로는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휴가를 줘도 절대 검사를 받지 않았고 동료분들과 놀러 가는 것 같았으며 이 때문에 주유소에서 벌금까지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무능함을 떠나서 몸 관리에 대해 철저히 외면한 대가를 스스로 받은 것이다. 피검사라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모든 것이 아버지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무관심했던 가족들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본문 내용은 <보잘것없는사람> 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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