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판사 대표님에게 메일이 왔다. 책 <보잘것없는 사람> 4월 판매량을 정리해서 보내신 것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엑셀 파일을 클릭했다. 그리고 놀란 마음에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대표님? 이게 인터넷과 오프라인 서점 전체 판매량인가요?"
책이 출간되고 나름 아주 가까운 지인들에게 홍보를 했다. 그리고 몇 명의 지인들은 책을 주문하고 인증샷을 보내주면서 응원을 해주었다. 사실 인증샷을 받는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나란 사람과 친하기에 그냥 구매를 한 것은 반대로 말하면 억지로 사준 것처럼 느껴졌다. 출고된 양을 보니 극소 소의 지인들이 사준 것이 전부인 것 같았다. 이후에 출판사에 모집한 서평단 독자분들이 남겨주신 글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고 개인적으로 브런치와 인스타를 통해 홍보도 진행했다.
물론 출간의 목적이 돈 벌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에 알리고 싶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실천한 것이었다. 홍보적인 측면에서 인스타가 조금 더 빠른 반응을 보이는 듯했다. 물론 사비로 광보를 선택해서 몇 번 금액을 지불하면서 웹사이트 방문 횟수를 추적하기고 했다. 그리고 인스타에 분석한 홍보 결과를 보면서 클릭을 했다고 구매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유는 연령대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위로와 위안을 주는 수많은 책들과 자극적인 주제와 소제를 다룬 책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무명작가의 책을 아무리 아름답게 홍보해도 책 속에 담긴 무거운 내용을 좋아할 젊은 세대는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브런치에도 다시 재편집을 해서 브런치 북을 발간했다. 이전에 독자분들이 한번 보았던 내용이어서 인지 역시나 반응은 차가웠다.
또한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반기획 출판이라서 출판회사가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줄 거라는 기대도 약간 실망스러웠다. 페이스북, 인스타 홍보는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쑥스럽게 대표님께 그런 홍보는 언제 진행이 되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당연히 홍보에는 비용이 들기에 무명작가의 책을 돈 들여서 해준다는 것은 욕심 그 자체 였던 것이다. 만약 내가 출판사를 운영해도 그런 부분을 고려 할 테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렇기에 저조한 판매량을 예측하기는 했으나 괜히 내 책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 듣고 싶어 하고 관심이 집중되는 그런 글을 썼어야 했나?라는 짧은 생각도 했다. 나 스스로의 치유 목적과 반성 그리고 인생 이야기가 아닌 요즘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그런 주제로 글을 썼다면 조금 더 팔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후회는 없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거창하게 생각했던 기부에 대한 부분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많은 부분을 이번 책을 통해서 돕지는 못하겠지만...
어른이 돼서 하고 싶은 대로 살기보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삶에서 적어도 글 하나만이라도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써서 눈치 안 보고 출간한 것에 미련이 남지 않는다.
회사생활에서 실적과 윗사람 눈치 그리고 가족 관계 속에서 나보다 타이 틀속에서의 역할 등 그렇게 기준점이 모두 남에게 맞춰져 있지 않았던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 글이 쓰고 싶어 졌다. 미숙한 것은 당연한 거 아닐까? 만약 나라고 해도 지금 유명한 작가들의 수많은 책이 서점에 있고 그런 책도 다 못 읽었는데 내 책을 샀을까? 아닐 것이다. 내가 쓴 책이라고 특별할 거라는 생각은 상당히 이기적이고 순수한 착각이다. 다만, 하나의 좋은 취미를 얻었고 결과물로 만들어 보았다는 것이 내 삶에 큰 의미가 될 것이다. 살아가는 모든 경험은 글로 표현될 수 있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많은 감정과 추억을 고스란히 경험할 것이다. 그 말은 얼마나 쓸 글이 많다는 것인가....
지금은 젊지만 더 성숙해져서 노년에도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옆에 아메리카노를 친구 삼아서 키보드로 내 감성을 표현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정말 가치 있는 삶의 마무리를 장식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과정이 가장 아름다웠다면 그것으로 나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좋은 선물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25일 인세가 지금 되면 아주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스스로 약속했던 기부를 진행해 보려고 한다.
창작의 노력으로 지급된 소중한 돈이 더 소중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쓰이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한걸음씩 가다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도착할 것이다. 앞만 보지말고 천천히 주변도 보면서 걸어가면 된다.
지금까지 그 무엇조 한번에 쉽게 된 적은 없었으니 조금씩 더 사랑받을 수 있는 글쓰기를 연습하면서 가슴에 남는 책으로 다가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