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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아이에게 이 글은, 프롤로그

가난이 남긴 흔적, 그리고 내가 만든 길

by 고용환

코로나로 온 국민이 고통과 불안에 떨며, 앱으로 확진자의 위치를 추적하던 그때. 나는 직업군인이었다. 군대는 철저하게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서 싸웠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격리시키며 오랜 시간 마스크 속에 얼굴표정을 감추고 살아야 했다.


이 글은 회의 때 동료가 확진자가 되면서 같이 격리가 된 2주라는 시간 동안 작고 작은 관사에서 쓰였다. 주변에 피해 주는 것이 싫어서 증상이 없음에도 나는 집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공간에 오랫동안 머물다 보니 지난날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복도에 위치한 내방은 낮에도 어두웠다. 나는 그 어둠은 친구 삼아 조용히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책의 제목은 여러 번 수정되었다. 이미 브런치에도 한 번 공개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후 나는 글을 내렸다. 내 삶의 일부 아니 많은 부분이 들어간 이 글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욕심 때문이었던 거 같다. 이 글은 자전적 소설이다. 많은 어둠을 그대로 표현했지만 일부는 등장인물을 새롭게 탄생하는 작업을 거쳤다. 평소 날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이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경험했다. 새로운 인물을 내 인생에 끼워 넣는 것이 어색하면서 불편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가상으로 만든 소설속 몇 명의 인물들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그냥 그러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희망을 내게도 여전히 남겨두고 싶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묘사나 표현, 그리고 부족했던 과거의 설명은 많은 부분들을 수정했다.

주인공은 반지하 단칸방에서 태어났다. 낮은 천장과 습기 어린 벽, 창문 밖으로는 사람들의 발만 스쳐 지나가던 곳. 그곳은 세상의 바닥이었고, 동시에 내 첫 번째 집이었다. 아이였던 그는 몰랐다. 집이란 단순히 비를 피하는 지붕이 아니라, 삶의 무게와 인간의 존엄을 증명하는 가장 날카로운 무대라는 것을.


집은 늘 그를 시험했다. 좁은 부엌에서 연탄불을 피우던 아버지, 냄새와 구더기로 가득한 화장실 앞에서 겁에 질렸던 모습, 주인집의 호통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던 엄마. 그 모든 장면이 집 안에 새겨졌다. 지켜보던 벽은 말이 없었지만, 언제나 우리 형편과 신분을 웅변했다.


‘너희는 여기까지다’라고 그 선명한 경계선을 차갑고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반지하 집 때문에 주인공은 가난에게 일찍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결국 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집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에게 집은 운명이자 또 다른 얼굴이었다.


이 글은 반지하에서 시작된 한 아이가,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야 했던 여정을 담고 있다. 주거의 어둠, 가난의 상흔, 사랑의 상실 그리고 무능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단함까지. 하지만 모든 것이 단지 불행의 기록은 아니다. 짓눌리고 밟히며 처참한 순간도 있었지만, 동시에 살아갈 힘과 길, 가장의 무게와 책임감을 배웠다.


나는 믿는다. 반지하에서 시작된 이 아이의 기억이 나만의 기억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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