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을 벗어나는 것이 제일 어렵다
대학생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밤새도록 머리를 싸매게 만드는 전공교재와의 풀타임 데이트라고 말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언제 파국을 맞이할지 모르는 난파선과 같은 조별과제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본인에게 있어 가장 힘든 일은 설거지다. 전공책과 조별과제는 언젠가는 끝이 난다. 그리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인 일들이므로 사력을 다해 끝내게 된다. 하지만 설거지와 같은 집안일은 어떤가? 밥을 먹고 옷을 입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 한, 집안일은 끝날 일이 없다. 아침 설거지를 끝내고 나면 점심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다. 저녁도, 내일도 끝없는 설거지가 두 팔 벌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너무 자주 보면 싫증이 난다고 했던가. 설거지라는 친구는 자연스레 정이 떨어져 치일피일 미루게 된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싱크대 안의 높디높은 탑 그릇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왜 이렇게 설거지가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사실 설거지는 아주 간단하다. 세제를 주방 스펀지에 묻히고, 순식간에 식기를 닦은 다음 물로 헹구면 끝이다. 3일을 내리 미룬 설거지 거리도 30분 안이면 끝낼 수 있다. 그럼에도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즉,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는 것이 어렵다.
시작하는 게 어려운 건 설거지뿐만이 아니다.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에 가거나, 방학 때 평소 배우고 싶었던 제2외국어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회사로의 이직을 하려 할 때 우리는 망설이게 된다. 굳이 힘들여가며 고생을 해야 하나, 성급하게 일만 벌려 놓는 건 아닌가, 섣불리 도전했다 실패해버리면 어떡하나와 같은 수많은 걱정들에 과감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가도 어느새 다리가 풀려 다시 원래의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들에 얽매여 하고자 하는 일을 포기해선 안 된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더라도, 과감하게 발을 내딛는 용기가 필요하다. 일단 첫 발자국을 남기게 되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출발선을 넘어서면, 그 이후부터는 눈썰매에 올라타 경사로를 질주하듯이 순탄하게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이 글을 쓰는 본인 역시 걱정이 많아 해보고 싶은 여러 일들의 출입문 앞에서 서성거리다 끝내 문고리조차 잡지 못하고 돌아선 적이 많았다. 하지만 도전 없이는 성취도 없다. 이루고 싶은 간절한 목표가 있다면, 조금만 용기를 내어 도전해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문을 열어젖힐 수 있는 찰나의 용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