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녹보수 분갈이 시기를 놓치고는......
초겨울 첫추위에 흙을 뒤집어 거칠게 분갈이해줬더니, 일주일 뒤 잎이 다 떨어져 버렸다. 샤프심 쏟아지듯.
벗은 목대 주제에 가지 두 개를 부여잡고,
겨우내 아픈 화분 속에서 마음을 꾹꾹 누르며 견디기만 했다.
그저 살려둠에 감사하길 강요받았고,
그래서 물 한 모금만을 애타게 소망하며 버텼다.
도대체 얼마나 없이 살았기에......
그런 녀석이 이제 해를 향해 손을 내밀려 애쓰고 있다. 또다시 제 속을 들끓게 하고, 그것을 끌어올려 잎 끝까지 소중히 보내고 있다.
너처럼 따스함을 향해 뻗어가고, 뿌리내리며 살아가고 싶다.
봄이니까.
또다시 여름이 온다는 기대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