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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Feb 26. 2023

1-2. 알이탈리아 비행

유럽 여행기 2편



13:55분 비행기를 탑승하고



이륙을 준비한다. 저 멀리 비행기 4대가 주기돼 있다.


출발 전 필름카메라 한 장.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아마도 러시아 상공 어디쯤 아니었을까.


비행기에서 찍은 창 밖 사진은 아름답다.


창문을 반쯤 덮으면, 꼭 눈꺼풀이 내려앉은 사람 눈 같기도 하다.



첫 번째 간식.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되면 승무원들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첫 간식은 과자와 음료. 처음 보는 과자다. 우리나라로 치면 새우깡 정도 되는 이탈리아 국민 간식이 아닐까, 하는 근거없는 추측을 해봤다.


맥주도 있었고 탄산, 커피, 녹차, 와인 등이 있었다.


권유는 대개 이런 식으로 들어온다.


"음료는 4가지가 있어. 어떤 거 먹을래?"


"와인 플리즈"


"하얀 거 줄까? 빨간 거? 줄까?"


"하얀 거용"


화이트 와인을 처음 먹어봤다. 와인 자체를 거의 처음 먹어본 순간이었나보다. 선택지들 중에서 굳이 내가 매일 먹는 음료보다는 안 먹어본 음료를 먹고 싶었다.


단맛은 전혀 없었다. 뜹뜨릅했고 은은한 과일향이 혀 가장자리로 스윽 퍼져나갔다.


체감상 알코올 도수는 5~10도쯤 됐던 것 같다.


2차전이 시작됐다. 반찬이 참 많다. 한 상에 가득 차서, 대접 받는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컵밥과 삼김으로 연명하던 지난 6개월이 이렇게 보상되는구나, 싶었다.


이번 멘트는 이랬다. '우리는 이제 너에게 식사를 제공할 거야, 여러 선택지가 있어. 무얼 먹을래?' 같은 긴 말은 없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이탈리아 아저씨가, 내 옆에 오자마자 단답형으로 물어왔다. 사실 기내식 멘트야, 이미 저 멀리서부터 카트를 끌고 올 때부터 수십 번 듣고 있다. 비행기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니까. 이미 마음의 결정도 내려둔 상황이고. '첫 번재 질문에는 뭐라고 하고, 두 번째 질문 때는 뭐라고 답변해야겠다'라고 여러 번 연습해두고 있었다.



"치킨 or 롸좌냐?"


"치킨 플리즈"


"왓 우쥬 라익투 드링크?"


"삐어 플리즈"



육계가 된 것 같았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좌석 넓이에 시간 때에 맞춰 나오는 음식들. 행복해하는 나.



음식은 총 4종이었다. 치킨, 소고기 오이 볶음, 브라우니, 식전빵.


메인 음식은, 뭐랄까 스타벅스 같은 데에서 파는 레토르트 맛이었다. 소고기 오이 볶음은 외국 한식당에 있는 외국인 주방장이 조리한 한식같은 느낌?


맛 없었다는 말이다.


브라우니는 꾸덕꾸덕했다. 이에 달라붙는 게 싫어서 한 입 먹고 버렸다.


3차전이다. 후식도 나온다.


육지에서 돌아다닐 때보다 더 잘 챙겨먹고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빵에 커피까지 바로 챙겨주다니..


빵은, 그냥 햄버거 빵 사이에 치즈와 터키를 넣은 정도였다. 엄청 짰다. 미군들이 좋아하는 맛. 아니, 그 친구들도 뭐 그냥 배급이 나오니까 먹는 거겠지만.


영화 한번 보고, 지도 한번 보고.

아직도 멀었다.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그런 데인가.. 스탄국 어디쯤을 지나고 있었다.


창가에 서리가 내렸다. 서리에 포커스를 맞췄다.


창가에 손을 대면 냉기가 전해진다. 저 뒤는 점점 붉어져간다. 어둠이 내리는 중이다.



4차전. 두 번째 식사라 그런지, 나름 라이트하다.


머핀에, 햄버거라..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적당히 여유로울 때가 되니 입국 신고서가 배부됐다.


승무원이 돌아다니면서 나눠 준다.


미리미리 써둬야 한다(내리기 전에).


안 그러면 입국 심사대 근처 책상 같은 데에서 혼자 쪼그리고 쓰다가 길게 늘어선 줄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입국 심사대에서는 간단한 질문들을 3~4가지 했던 것 같다.


당연한 질문들이었다.



2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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