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기 5편!
1월 26일. 여행 4일차.
목차
1. 킹스크로스역
2. 세븐 시스터즈
3. 브라이튼 햄버거 가게 - Patty & Bun
멀고도 멀다.
기차를 2-3시간 탄 뒤, 또 시내버스를 1시간 이상 타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 시골까지 가는 기분이다.
St.Pancras역. 런던 중심역이다. 세인트 판크라스역이라고 부른다. 첫 날에 지나쳤던 곳이기도 하다. 굉장히 크다. 길 한번 잃으면 다시 찾기 어려울 정도다. 사진 속 건물 하나가 전부가 아니다. 큰 건물 2개 정도로 구성돼있다.
브라이튼으로 가려면 St.Pancras역에서 기차표를 사야 한다. 3인 이상이서 끊으면 할인이 되는 티켓이라,
동행을 구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한국인을 마주했고, 3인 할인 프로모션을 같이 받자고 제안했다. 함께 표를 끊고는, 그 길로 각자 갈 길을 갔다.
브라이튼으로 가는 근교. 창 밖으로영국 시골이 지나간다. 배틀그라운드 에랑겔 맵이 떠오른다.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볼 법한 시골. 농노와 영주가 함께 살 것 같은 농촌이다. 봉건제가 스친다.
한적하다.
다음에 유럽을 언제쯤 갈지 모르겠지만, 아니, 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간다면 그때는 근교 도시들도 탐방해보고 싶다. 유럽의 원색을 느껴보고 싶다.
브라이튼에 도착했다. 근교 도시답게 아기자기하다.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공기 냄새가 달라졌다. 습하지는 않고 시원했다. 런던에서는 맡아본 적 없는 냄새.
브라이튼. 소규모 도시이지만, 나름 프리미어리그 축구 팀도 있다. ZARA, H&M 등 기본적인 매장들은 전부 다 있다.
유럽에서는 어느 도시를 가든 교회가 있다. 유서 깊은 중소도시일수록 그 도시만의 앤틱한 교회가 있다. 교회 신도는 아니지만 그런 교회를 보면 꼭 한번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불국사를 가는 기분으로.
기도 한번 해보고 싶은 교회. 없던 신앙심도 생기는 교회. 오른쪽 사진에 있는 카드 한 장이 버스 티켓이다.
브라이튼 기차역에서 내린 뒤 기차역 바깥으로 나오면, 하얀 컨테이너 박스가 있다.
한강공원에 있는 슈퍼들처럼 생겼다. 영화 <괴물>에서 송강호가 운영하는 그런 콘테이너 슈퍼. 거기서 표를 사면 된다. 그런 다음, 도보를 따라 5~10분 정도 아래로 내려가면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브라이튼은 해안 도시다. 바닷가다. 마! 부산 같은 도시다. (사실 영국의 부산은 리버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구는 적으니, 군산? 목포? 포항? 그쯤으로 해두자. 중소규모 해안도시 정도로..
저 끝으로 협곡이 보인다. 울타리마저 감미롭다. 양들이 뛰놀것 같은 울타리다. 영화 <덩케르크>에서 나오는 것같은 울타리 같기도. 환경이 달라지니, 굉장히 사소한 울타리 하나에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브라이튼까지 오게 된 이유는, 런던은 너무 삭막할 것 같아서였다.
세계적 도시인 만큼, 멋진 건축물들이 많다. 그만큼 자연은 뒤로 밀려나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인데도, 도시 건축물이 더 찬란하다보니 그 빛에 가려진 경관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유럽 특유의 자연 경관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가 이 Seven Sisters를 찾게 됐고 하루를 온통 이곳에 투자했다.
큰 결심이었다.
착한 사람만 살 것 같은 마을. 이런 곳에서 에어비앤비 사업을 해봐야 하는데. 떼어가고 싶은 충동이 드는 마을 표지판이다.
하룻밤 자고 가고 싶게 생긴 마을이다. 요 정거장에서 내린 뒤, 세븐시스터즈까지는 또 1시간 정도를 걸어야 한다.
강행군이다.
런던 → 브라이튼 (2시간) / 브라이튼역 → 세븐시스터즈역 (2시간) /세븐시스터즈역 → 세븐시스터즈 해안(1시간)
세븐시스터즈 가는 길, 우연히 마주한 공동 묘지. 밤 되면 Ghost 나올 것 같은 공동 묘지. 크레이지아케이드 묘지맵에 이런 경치가 나온다.
무덤은 없다. 약간 경사가 있기는 하다. 그 앞에 비석을 세워뒀다. 비를 맞아 부식된 비석도 있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마저 부식되어 잘 보이지 않는다. 아주 오래 전에 세워진 것 같은 묘지도 있고 글자가 아주 선명한, 최근에 세워진 비석도 있었다.
시골길이 정겨운 건 동양이나 서양이나 매한가지인가보다. 요런 데에 한 달만 살아보고 싶다.
양들이 하나 둘씩 보일 때가 되면 세븐시스터즈에 거의 다 온 거다. 저 뒤로 바다가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가 수 백년 간 마주봤던 도버해협이다. 저 바다를 넘으면 프랑스다.
양 복부에 파란 락카가 칠해져 있다. 어느 양에는 또 빨간 락카가 칠해져 있다. 그땐 별 생각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건대, 아마 소유권 표시 아니었을까. 목줄이 없다보니, 누구 소유의 양인지 구분이 어려웠을 테니까.
저 양들은 대부분 방목형으로 기른다. 그냥 풀어놓고 뛰어다니는 친구들인데 A주인과 B주인의 양을 구분하기 위해 락카를 칠해놓은 게 아닐까?
웅장하다.
한 순간 툭 하고 땅바닥이 떨어져나갈 것 같기도 하다.
절벽 끄트머리에 가까이 다가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다.. 난 절대 못한다.
바람이 정말 셌다. 한순간도 앞머리가 가라앉을 새가 없었다. 풀파워로 강풍이 들이닥쳤다. 숨 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영국의 끝자락이니까. 원래 이 지방은 바람이 강한 편이라고 한다. 거제도에도 이런 언덕이 있었다. 바람의 언덕이었나.
절벽 아래로 내려와봤다. 지층처럼 생겼다.
지층처럼 생긴 절벽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이런 카페가 나온다. 카페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다들 추위를 피해서 어떻게든 실내를 찾아 들어온 사람들 같았다.
현지인도 많이 찾는 카페.
이 허허벌판에 상가가 별로 없다보니, 대피소 같은 성격이다.
몸을 녹이기 위해서라도 방문해야했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가는 길. 또 다시 1시간을 걷고, 2~3시간 기차를 타러 간다.
산 아래로는 완만한 초원이 펼쳐져 있다. 호젓하다. 멋진 주택들도 간간히 눈에 띈다.
아이들과 개들이 공을 던지고 노니는 장면을 봤다. 행복해보였다. 아빠가 직접 만든 수제 그네를 타고 노는 여자아이도 있었다. 부러운 유년기다.
나무들로 이렇게 울타리를 쳐 놓았다. 이국적인 냄새가 폴폴 난다.
브라이튼에 음식점을 검색하면 별로 음식점이 안 나온다. 몇 안 되는 맛집 리스트 중에 이 가게가 나왔다. 패티앤번 이라는 곳. 햄버거가 나왔는데, 어떻게 찍어야 예쁘게 나올지를 몰랐다. 기록용으로 찍었다.
치즈 맛이 강했다. 사람은 복작복작했다. 흑맥주에 취한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점포를 메웠다. 역전할머니 맥주같은 분위기였다.
가게에 들어섰을 때, 젊은 현지인들이 눈에 띄었다. 현지에서도 나름 먹어주는 가게라는 거겠지. 역시나 감튀는 푸짐하게 준다.
유럽 여행 중에 햄버거를 여러 번 먹었다. 햄버거는 그래도 평타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실패할 우려가 적다. 어느정도 맛이 표준화가 되어있다보니.
여기도 그 중 하나.
브라이튼역. 약간 흔들렸다.
<런던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비가 오는 밤이면 더더욱.
허옇게 입김 났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웬만해서 우산 안 쓴다. 대신, 모자가 달린 외투를 즐겨 입는 것 같다.
이날은 극도로 춥기도 했고 바람도 거셌고 비까지 왔었다.
몸이 너무 지쳤었다.
5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