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미로 Nov 05. 2024

고양이가 자고 있다고 톡을 주시다니요.

똥차와 고양이와 3월의 봄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도 신나고 근사해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중에서


 달이 떴다고 전화를 받은 시인이 신이 난 건 달이 떴다는 걸 알아서일까. 전화를 받아서일까. 낭만적 내용으로 전화를 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 때문일까. 처음 저 시를 접했을 때 내가 부러웠던 것은 달이 뜬 사실도, 근사한 밤을 보낸 시인의 감성도 아니었다. 그저 전화를 준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 그것도 용건을 전하기 위한 전화가 아니라 달이 뜬 밤의 낭만적 기분을 공유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는 그 부분이었다. 


 낯선 곳에서 또 몇 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적잖이 긴장되고 지쳐 있던 어느 3월의 밤이었다. 늘 다정한 이웃인 그녀에게서 한 통의 카톡이 왔다. 

“우리 남편이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왔어. 궁금하지 않아?” 

“무슨 사진인데요?”

 또래의 아이들을 한 아파트에서 키우는 사이이니, 그녀와 내가 나눌 수 있는 거라곤 우리들의 아이들이 어디서 또 기상천외한 일들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겠거니. 그래, 그 모습도 참 기대되지 하며 잠시의 기다림을 즐겼다. 이내 도착한 톡에서 한 장의 사진이 왔는데 글쎄, 오래되어 차 문도 제대로 잠기지 않아 늘 불만이던 내 차가 아닌가. ‘웬 낡은 차를 굳이 찍었지?’라며 화면을 자세히 보는 순간 차체 위에 고이 누워 잠든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얼마나 곤히 잠들었는지 곁에 있다면 새근새근 숨소리마저 들릴 것만 같았다. 평소 동물에 대한 별다른 감정이 없던 나도 금세 웃음이 났다.


 그 사진은 그 뒤 며칠 동안 우리집 식구들은 물론이고 자주 만나는 주변 지인들, 옆자리 동료에게까지 보여주는 최고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고양이는 따뜻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고 들었다. 아마도 그날 갓 퇴근한 내 차의 온기가 다른 차들보다 따뜻하게 느껴져서 그 녀석도 자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한동안 ‘똥차’라며 눈칫밥 먹던 차에 대한 애정도 새롭게 생겨났다. 고양이가 찜한 차가 아닌가. 얼마나 따뜻하고 안락하면 지하주차장 그 많은 차들 중에 내 차를 선택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그 사진 한 장으로 며칠을 행복했던 건 사실, 고양이 때문이 아니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곤히 자고 있는 차가 내 차라고 알아봐 준 이웃의 눈썰미와 그걸 굳이 사진으로 찍은 성의, 내게 보내주며 느꼈을 뿌듯함이 그대로 전해져서였다.


 그래. 내게도 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는 사람은 없지만 고양이가 자고 있다고 톡을 주는 이웃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