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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동안 고양이와 동거

생명체에 대한 책임감이란, 동시에 나의 자유를 구속하는 새장이었다.

by 다이치

어렸을 때 강아지도 키우고 고양이도 키웠었고, 동물은 다 좋아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 책임 아래 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졸랐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동물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와 이별에 대한 슬픔이 얼마나 큰지를 알고 있는 나로서 어떤 동물이든 반려동물로 키울 수 데려올 수가 없었다.


이 곳에서 만난 로컬이 아닌 외국인들은 혼자 살아가는 것에 외로움 때문에 혹은 지나가다 만난 어리고 연약한 생명체에게 연민을 느껴서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사람들이 많다. 내가 만나는 외국인은 주로 한국인과 일본인이기에 적어도 두 부류에서 혼자살면서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는 동기는 그러하였다. 나 역시도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 혼자 아늑한 집에 살면서 착한 고양이와 알콩달콩 살아가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외국인들 대부분이 혼자 살기때문에 강아지보단 외로움을 덜 탄다는 고양이가 선호되는 추세이기도 했다. Cat Person 인지 Dog Person인지에 따라도 다르겠지만. 그리고 일본인 친구가 잠시 일본에 다녀와야하는데 일주일동안 고양이를 봐줄 수 있냐고 부탁을 해왔다. 잠깐이지만 생명을 맡은 일 역시 책임감이 동반됨으로 평소같았으면 거절했을 터이지만, 재택까지 시작한 마당에 혼자 집에서 심심했던 터라, 일주일 정도 책임없는 쾌락을 즐겨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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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나게된 고양이 Kai


고양이를 처음 만난 하루이틀은 정말 정신없고 후회도 했다. 먼저, 고양이 모래 화장실이 생기니까 고양이가 왔다갔다 할때마다 바닥이 모래 천지였다. 청소기를 아무리 밀어도 고양이가 떠난지 한달이 지난 지금도 바닥 어딘가에서 두부모래가 굴러다닐 정도이다.

IMG_20251113_171636685.jpg 이 알러지약은 1년 전 한국을 떠날때 챙겨온 약이었는데, 이렇게 자신의 쓸모를 결국 증명해냈다.

그리고 원래 알러지가 좀 있긴했는데 고양이 한마리정도는 창문 열고 살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건 큰 오산. 고양이가 돌아다니면서 날리는 털은 결국 내 기관지를 자극했고 콧물이 줄줄나고 멍한 상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침 재택근무를 위해 일어나서 알러지약을 먹었는데. 아차차... 알러지약의 부작용은 졸음.. 원래 낮잠도 안자고 낮엔 졸리지가 않는데, 이상하게 하루종일 일하는데 졸려서 알고보니 알러지약의 부작용은 졸음이었다는 사실.


알러지약으로 하루종일 비몽상태로 보내면서도 Kai는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작은 물건들을 죄다 떨어뜨리고 모래를 계속해서 흩뿌리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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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Kai도 내가 편해졌는지 내옆에 와서 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이 모습이 여간 천사같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은 시니컬한 생명체도 나라는 생명체가 위안이 되는지 내가 자고있으면 어느새 내옆에서 같이 자고 있거나 자기가 잠을 자야할때 조용히 내옆에 와서 잠들었다.


이 작고 작은 생명체에게 내가 위안이 될 수 있다니. 인간으로서 존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 작은 존재에게 필요가 되어줄 수 있다니..


그렇게 후회하던 하루이틀도 지나고 집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지만 나 역시도 혼자 집에서 지내면서 이 작은 생명체가 주는 따뜻함과 귀여움에 녹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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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전 혼자 브런치를 만들어 먹는 조용한 순간에도 어느새 등장해서 관심을 가져주는 녀석 덕분에 하루종일 입뻥긋 안하던 일상에 괜시리 고양이한테 말 한마디로 소리내어 걸어보고 대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이래서 외로운 존재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구나.


너가 실제로 내 말을 알아듣는지는 모르겠지만,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대화의 93%는 비언어적 요소이며 단 7%만이 실제 단어의 의미라고 하였으니. 우리는 어쩌면 정말로 대화와 소통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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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를 할때 고양이는 나를 방해하진 않지만, 계속해서 관심을 요구하듯 책상위에 올라와 잠을 잤다. Kai 나름대로 방해가 안되는 선에서 행동을 한 것일 수 있겠지만, 자꾸만 키보드를 넘어오는 몸짓에 나는 계속해서 Kai를 내려놓고 그만올라오라고 말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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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혼나더니 시무룩하게 소파에서 혼자 자고 있는 Kai 진짜 연민의 최고치로 귀엽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고양이와 동거를 해보았다.


귀찮았던 시작과 다르게 결국 정이 들어버려 떠나면 허전하겠다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고양이가 떠나고 이불빨래와 함께 대청소를 하고 나니 사실 허전함보단 개운함이 컸다. 치워도 치워도 긑이 없던 집이 다시 깔끔해지고 공기가 맑아졌다.


항상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는데, 일주일 간 고양이와의 동거를 통해 나는 사람을 포함하여 어떠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함께 산다는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한 곳에 정착을 못해 떠나오고 앞으로도 어디로 떠다닐지 모르는 그리고 그 삶에 꽤 만족하며 좋아하는 나라는 사람은 평생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을 거라는 것과 함께. 내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순간, 난 이제 혼자가 아니고 책임져야할 무언가가 생기는게 될 터이니, 그것은 책임감과 동시에 나의 자유를 구속하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새장이 될 터였다. Kai와 함께하는 일주일은 나에 대해 더 알게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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