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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여지는 부분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타인의 시선을 너무 신경쓰는 것이 과연 독만 있을까?

by 다이치

미대를 졸업하고 꽤나 창의적이고 하고싶은 일들만 골라서 자유롭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겠노라,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나 자신으로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겠노라 언제나 되뇌었다.


그러다 문득 나를 돌이켜 보았는데, 새삼 나는 남의 시선을 가장 많이 신경쓰는 사람이었다. 사실 내가 공부를 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던 이유도 부모 혹은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함이었고, 일을 잘하고 싶은 이유도 결국 세상에 인정받기 위함이었다. 소소하게는 얼굴에 화장을 하는 것과 예쁜 옷을 입는 것도 남에게 잘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만족인 거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는데, 결국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스타일이 좋다는 칭찬을 받기라도 한다면 그날 착장과 메이크업을 다시 한번 보게되니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고 사는 것에 대해 굉장히 피곤한 일이며, 허영심으로 치부할때가 많다. SNS를 하는 것에 대해 비판을 할 때도 타인의 시선을 너무 신경쓰고 산다는 것을 타점 잡아 얘기하곤 한다. 무언가 과시하는 것을 안좋다는 듯 말이다.


그런데, 자기 만족이라는 말뒤에 숨어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고 사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 필요가 없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상호작용을 하고 살아감에 있어 타인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타인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야 말로 우리가 소위 말하는 버릇없고, 가정교육을 받지 않는 그런 부류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특징을 더 많이 가진게 아닐까.


20대 초반에 같은 과 CC였던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2년을 만났고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원래가 질투나 집착이 없던 터라 별로 싸울일이 없었는데, 한 번은 그 친구가 같은과에 새로들어온 예쁜 후배를 굳이 차에 태워서 함께 등교했고 그걸 또 하필 내 동기들이 봐서 나에게 조르르 일러주었다. 근데 나는 그 사건에서도 그냥 '아 진짜? 미친놈이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그 와중에 남자친구와 싸우는 일이 있었다면, 페이스북 콘텐츠에 공개적으론 누르는 그 망할놈의 '좋아요' 때문이었다. 그땐 모두 페이스북을 할 때 였고 내가 '좋아요'를 누르는 게시글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표시가 될 때였다. 그 남자친구는 여자아이돌을 좋아했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예쁜 여자를 좋아했고, 그런 여자들의 영상이나 사진이 뜰때마다 좋아요를 눌렀다.


나는 그때 당시 예쁜 학교 후배를 태우고 온 것보다 더 화나는게 그 일이었다. 나의 친구들은 "너의 남자친구는 아이돌을 정말 좋아하나 보더라.." 라면서 매번 그 친구가 좋아요 누르는 콘텐츠들이 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일로 자주 여러번 남자친구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 화가 날때는 "체면 구겨지게 뭐하는 짓이냐고. 여자친구도 있는 사람이 예쁜여자 아이돌사진에 그렇게 좋아요를 눌러대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너무 없어보이지 않냐고." 라고 뱉어냈다.


지금도 남자친구가 예쁜여자를 좋아하는 건 본인의 취향이며, 사람이든 물건이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기에 상관이 없지만 여자 친구도 있는 사람이 예쁜 여자가 좋다는 그런걸 대 놓고 표현하는건 체면이 꽤나 구겨지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공개적인 표출은 여전히 싫다. 그러니까 자랑스러운건 내세우지만, 체면이 구겨질만한 일은 음지에서 혼자 좋아하고 볼 일이라는 거다. 타인의 시선을 좀 신경 쓰면서.


IMG_20251126_081300148.jpg SNS에 올릴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다면, 예쁘게 플레이팅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오늘 나의 단상의 결론은, 자기 만족보다는 앞으로도 더 멋진 나를 세상에 꼭 보여주자 라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살아가야 겠다는 것이다. 아마 나조차도 몰랐던 것 같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면서 좋은 것들만 SNS에 올리려고 했던 나의 행태에 대해 조금 부끄러워할 뻔했는데, 결국 그런 과시들을 위해서 내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거라면. 예쁘고 좋은 것들을 과시하려면 돈이 필요하기에 돈을 벌고, 내 자신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자격증을 따거나 합격증을 올리는 거라면.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동기부여가 되서 결국 자신에게 좋은 영향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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