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ep3. 옥상, 쏟아지는 별과 뚜렷한 은하수 허리
내가 두려워하는 건 사실 처음 보는 사람도 나에게 달려드는 짐승도 아닌 '캄캄한 어둠'이다.
섬에 가면 그 어느 곳보다 맑은 공기와 비교적 주변 빛이 적어서 은하수와 쏟아지는 별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밤하늘은 인도 사막 투어 중 봤던 하늘이다. 그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별똥별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작게 빛나는 그 별들을 보고 있더라면 그 어둠 속에서 어찌 그리 혼자 다이아처럼 빛나는 게 참으로 신비롭다.
사장님의 배려로 내 방은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 앞이었다. 밤이 찾아오고 나는 옥상을 향해 3칸 오르고 내리고... 또다시 용기 내어서 7칸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고..... 이런 식으로 몇 번이나 오르고 내라고 무한 반복을 했는지 모르겠다. 어둠 속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찌나 무겁던지 혹여 무슨 일이 생겨서 내일 아침 뉴스 첫 장면을 내가 장식하면 어쩌나 싶었다.
그렇게 계단을 무한 반복했던 나는 결국 방으로 들어와서 1시간을 더 고민했던 거 같다.
마침 오랜만에 울릉도에서 인연이 되었던 언니랑 연락이 되어 통화를 하는데 내 사연을 듣고 함께 통화를 해줘서 옥상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옥상 문을 통과하는 순간에 바라본 하늘은 정말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콕! 콕! 박혀 있는 게 믿기지 않았다.
평소 사진으로만 보았던 은하수 허리도 어쩐지 뚜렷하게 보이는 게 너무 아름다웠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앉아서 관찰하며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심장이 쿵쾅쿵쾅 하는 게 이 어둠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보다는 빨리 방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 더 굳세지고 있었다.
왜냐고? 빛이 하나 없는 어둠 속에 혼자 있는 나는 그 수많은 별들 아래에서도 여전히 어둠 속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내 눈에 가득 담았던 별들을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딘가 말할 수 있는 건 밤 11시 홍도 하늘에는 육지에 있는 하늘과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의 빛은 빌딩 속에서 마지막까지 일하는 그 누군가가 세상을 밝히고 있지만, 이곳은 온전히 자연이 밝히는 빛이었다.
언젠가 뜻하지 않은 졸업이 나에게 다가왔을 때, 나는 너무 두려웠다. 이 밤하늘의 어둠처럼 내 미래가 갑자기 어두워진 느낌이었고, 늘 어딘가에 소속되어서 내 이름 3글자가 아니어도 나를 증명하고 소개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내 울타리가 사라진 것도 너무 두려웠던 거 같다.
이러한 감정을 어딘가 말하기에는 내가 너무 나약하다고 느낀 걸까? 우연히 익명으로 대화하는 공간에서 토로했던 내게 익명의 누군가가 했주었던 말인데 아직도 메모장에 담고 다니며 위로를 받는다.
결국 회사를 붙게 되고 당신도 직장인이 될 거예요.
현재의 미래 고민과 괴로움 답답함 모든 감정들이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거니까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요. 충분히 잘 살아왔으니까..!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랍니다:)
아침 출근길에 맞춰 바쁘게 움직이고
회사 사무실 한편 당신의 자리에 앉아
밤을 밝히는 불빛들 중 하나로 커리어를 쌓아갈 당신에게.
야생과도 같은 사회 속에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분명 그 곳곳에는 우리가 밤을 밝히는 하나의 불빛이고 아름다움이다. 캄캄한 어둠 속 빛은 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