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백경 초단편집

by 백경

2222년.

자동차가 도로 위를 떠 다니고, 더 이상 사람들은 운전을 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뒷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본다.

기술은 세상을 바꿨지만, 사람냄새 하나 지키지 못했다.

200년 넘게 살다 보니 별일을 다 겪는다.


170여 년 전 운 좋게 난 사업에 성공했다.

사실 가상세계로 가는 캡슐사업에 뛰어들었다.

국가의 지원을 받아 사업은 날로 성장했고 이제 대한민국의 굴지의 기업이 되었다.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면서 한걸음 물러나 한국을 돌아보게 되었다.


더 이상 어릴 적 내가 알던 서울은 없다.

인구소멸로 특정 지역을 벗어나면 각종쓰레기와 갱단이 들끓었다.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했다.


빈익빈 부익부가 극대화되어 인간의 삶이 극명하게 갈렸다.


오늘 회사에 나가는 이유는 문득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직감해서였다.

만성 기침에서 피가 묻어 나오고 그 빈도가 잦아졌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휴머노이드가 날 반긴다.

사실 반긴다는 말이 맞는지도 의문스럽다.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대로 내뱉는 거겠지.


“공장에 갈 거야.”


“알겠습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공장 이층 통유리창을 통해서 컨베이어벨트가 보인다.

각 라인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휴머노이드와 캡슐은 언제나 봐도 장관이다.


국가에서 인구소멸과 부동산 정책을 펼쳤지만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서히 쇠퇴해 갔다.

출산은 피라미드 최고점에 있는 이들의 향유물이 되었다.

물론 피라미드 아래에 있는 이들도 출산에 참여한다.

하지만 그들이 아이를 낳는 수보다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수가 훨씬 많아졌다.


사람을 위한 캡슐은 그다지 돈이 되지 않는다.

한 번 팔면 3년에서 5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데, 거의 무상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된다.

왜 그러냐고?


과학기술은 날로 발전했고 삶은 풍요로운 척했다.

그들 대부분이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들을 실직시킨 건 나 같은 사람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부자가 내는 세금으로 연명해 갔다.


젊은 시절,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손을 댄 사업은 로봇산업이었다.

위험한 일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고 운 좋게 성공했다.


처음 초기 투자비용에 부담을 느끼던 이들도 어쩔 수 없이 로봇을 구입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생산산업에서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때 우리 팀은 늘 바빴다.

고용난과 경제침체라는 이야기가 와닿지 않을 만큼 일이 차고 넘쳤다.

그렇게 우리 회사의 로봇들이 현장을 정복해 나갔다.

로봇이 건설 현장을 차지하고 대규모 첫 실직 대란이 생겼을 때도 사람들에게 그저 ‘남 일’이었다.

나도 사업 성공으로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내가 사람냄새를 잃어간 것이.


몇 십 년이 더 흐르자 새 집을 짓는 일이 줄어들었다.

집값이 말도 안 되게 올랐고, 새 집으로 이사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건설사들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해외시장도 그즈음 비슷한 상황을 겪기 시작했다.

생산산업을 너머 서비스산업에도 로봇으로 대체되었다.

일자리가 거의 없어졌고 그즈음 새로운 법령이 생겨 부자들에게 엄청난 세금을 부과시켰다.


사람들은 경제활동에 소홀해져 갔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처음엔 인문과 예술이 새로운 시대를 만났고, 사람들은 여유롭진 않지만 경제적 활동에 쏟을 시간을 취미활동에 쏟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몇십 년이 더 흐르자 그것도 인공지능의 몫이 되었다.


인간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인권단체에서 목소리를 내어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운동을 했지만,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기 힘들어졌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흥미를 잃었다.

노동의 가치는 상실했고, 예술은 빛을 바랬다.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만족으로 일을 하거나 예술활동을 이어나갔지만 소비하는 사람이 없었다.


가상세계는 새로운 변곡점이 되었다.

사람들은 영양분을 공급하는 캡슐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현실을 잊은 채 가상세계에서 살아갔다.


로봇과 인공지능에게 현실의 터를 빼앗긴 인간은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갔다.

더 이상 늙지도 않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노동의 가치를 회복했고, 예술을 꽃피웠다.

그 안은 오롯이 인간만을 위한 세상이었다.


“그래…. 다 내가 한 짓 때문이지.”


인류를 위한 한 걸음은 인류를 현실세계에서 가상세계로 몰아냈다.

그리고 죽음이 다다른 지금 난 이곳을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사람들은 현실을 부정하며 가상세계로 떠났다.

그 긴 시간 동안 난 현실세계가 변화되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지울 수 없는 죄책감을 가졌다.

난 그때가 그립다.

사람이 사람을 낳고 서로 미워하고 사랑하며 살았던 그때를.

노동의 힘겨움을 알고 잠시나마 폰 속 작은 세상에서 즐거움을 찾던 그때를.


하지만 난 가상세계에 살지 않는다.

그건 허상일 뿐이다.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 땀 냄새, 시끌벅적한 유원지.


“오늘따라 사람냄새가 그립구먼….”2222년.

자동차가 도로 위를 떠 다니고, 더 이상 사람들은 운전을 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뒷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본다.

기술은 세상을 바꿨지만, 사람냄새 하나 지키지 못했다.

200년 넘게 살다 보니 별일을 다 겪는다.


170여 년 전 운 좋게 난 사업에 성공했다.

사실 가상세계로 가는 캡슐사업에 뛰어들었다.

국가의 지원을 받아 사업은 날로 성장했고 이제 대한민국의 굴지의 기업이 되었다.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면서 한걸음 물러나 한국을 돌아보게 되었다.


더 이상 어릴 적 내가 알던 서울은 없다.

인구소멸로 특정 지역을 벗어나면 각종쓰레기와 갱단이 들끓었다.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했다.


빈익빈 부익부가 극대화되어 인간의 삶이 극명하게 갈렸다.


오늘 회사에 나가는 이유는 문득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직감해서였다.

만성 기침에서 피가 묻어 나오고 그 빈도가 잦아졌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휴머노이드가 날 반긴다.

사실 반긴다는 말이 맞는지도 의문스럽다.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대로 내뱉는 거겠지.


“공장에 갈 거야.”


“알겠습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공장 이층 통유리창을 통해서 컨베이어벨트가 보인다.

각 라인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휴머노이드와 캡슐은 언제나 봐도 장관이다.


국가에서 인구소멸과 부동산 정책을 펼쳤지만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서히 쇠퇴해 갔다.

출산은 피라미드 최고점에 있는 이들의 향유물이 되었다.

물론 피라미드 아래에 있는 이들도 출산에 참여한다.

하지만 그들이 아이를 낳는 수보다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수가 훨씬 많아졌다.


사람을 위한 캡슐은 그다지 돈이 되지 않는다.

한 번 팔면 3년에서 5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데, 거의 무상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된다.

왜 그러냐고?


과학기술은 날로 발전했고 삶은 풍요로운 척했다.

그들 대부분이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들을 실직시킨 건 나 같은 사람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부자가 내는 세금으로 연명해 갔다.


젊은 시절,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손을 댄 사업은 로봇산업이었다.

위험한 일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고 운 좋게 성공했다.


처음 초기 투자비용에 부담을 느끼던 이들도 어쩔 수 없이 로봇을 구입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생산산업에서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때 우리 팀은 늘 바빴다.

고용난과 경제침체라는 이야기가 와닿지 않을 만큼 일이 차고 넘쳤다.

그렇게 우리 회사의 로봇들이 현장을 정복해 나갔다.

로봇이 건설 현장을 차지하고 대규모 첫 실직 대란이 생겼을 때도 사람들에게 그저 ‘남 일’이었다.

나도 사업 성공으로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내가 사람냄새를 잃어간 것이.


몇 십 년이 더 흐르자 새 집을 짓는 일이 줄어들었다.

집값이 말도 안 되게 올랐고, 새 집으로 이사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건설사들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해외시장도 그즈음 비슷한 상황을 겪기 시작했다.

생산산업을 너머 서비스산업에도 로봇으로 대체되었다.

일자리가 거의 없어졌고 그즈음 새로운 법령이 생겨 부자들에게 엄청난 세금을 부과시켰다.


사람들은 경제활동에 소홀해져 갔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처음엔 인문과 예술이 새로운 시대를 만났고, 사람들은 여유롭진 않지만 경제적 활동에 쏟을 시간을 취미활동에 쏟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몇십 년이 더 흐르자 그것도 인공지능의 몫이 되었다.


인간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인권단체에서 목소리를 내어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운동을 했지만,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기 힘들어졌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흥미를 잃었다.

노동의 가치는 상실했고, 예술은 빛을 바랬다.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만족으로 일을 하거나 예술활동을 이어나갔지만 소비하는 사람이 없었다.


가상세계는 새로운 변곡점이 되었다.

사람들은 영양분을 공급하는 캡슐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현실을 잊은 채 가상세계에서 살아갔다.


로봇과 인공지능에게 현실의 터를 빼앗긴 인간은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갔다.

더 이상 늙지도 않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노동의 가치를 회복했고, 예술을 꽃피웠다.

그 안은 오롯이 인간만을 위한 세상이었다.


“그래…. 다 내가 한 짓 때문이지.”


인류를 위한 한 걸음은 인류를 현실세계에서 가상세계로 몰아냈다.

그리고 죽음이 다다른 지금 난 이곳을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사람들은 현실을 부정하며 가상세계로 떠났다.

그 긴 시간 동안 난 현실세계가 변화되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지울 수 없는 죄책감을 가졌다.

난 그때가 그립다.

사람이 사람을 낳고 서로 미워하고 사랑하며 살았던 그때를.

노동의 힘겨움을 알고 잠시나마 폰 속 작은 세상에서 즐거움을 찾던 그때를.


하지만 난 가상세계에 살지 않는다.

그건 허상일 뿐이다.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 땀 냄새, 시끌벅적한 유원지.


“오늘따라 사람냄새가 그립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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