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 초단편집
“오빠, 사실은….”
목이 묵직하게 조여 온다.
가슴 저 아래에서부터 거대한 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눈이 무거워지고 이내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진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꺽꺽 소리 죽여 운다.
오빠는 조심스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넨다.
“목 놓아 울어도 돼. 실컷 울어.”
그 소리를 듣자 꺼이꺼이 소리 높여 울었다.
울면서 속에 있는 것들을 쏟아냈다.
울음이 진정되자 겨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돈이 좀 필요해….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었어. 몇 년 동안. 그리고 다시 일어서려니 돈이 하나도 없더라….”
“그래서 얼마가 필요한데?”
그는 무심한 듯 물었다.
“이백 정도….”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부끄러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동네 오빠였는데 이런 일 때문에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는 오래전부터 빚을 내서 사업을 했다.
대학생 때부터 열심히 번 돈으로 빚을 갚는데 보탰다.
엄마의 부탁이었다.
“그래도 네 아빠잖니. 이번에 한 번만 도와주자. 다시는 사업 안 하기로 했어.”
난 믿지 않았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아빠는 도박중독처럼 사업중독에 빠져있었다.
그때부터 우리 집은 가난과 친구가 되었다.
대학생 시절엔 수업을 듣는 시간 빼고 전부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보내다 보니 대학생 때 친구와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없었다.
중고등학생 때 친구들은 대학생 이후로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이런 내 사정이 부끄러워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둘러댔다.
졸업 후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들어왔다.
가장 빨리 일할 수 있는 곳이면 됐다.
그렇게 퇴근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모은 돈 없이, 물려받을 돈 없이 지낸 내가 처량했다.
하루빨리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다 우울증에 걸렸고 일을 하러 나가지 않았다.
아니, 나갈 수가 없었다.
침대 밖을 벗어나는 것부터가 큰 고통이었고 머릿속은 해결되지 않는 걱정거리로 늘 복잡했다.
몸은 그렇게 점점 침대 안으로 파고들었다.
햇빛을 보면 죄책감이 느껴져 커튼을 치고 어두운 방에서 생각을 곱씹으며 보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니 통장 잔고는 0에 가까워졌다.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해도 날 찾아주는 곳은 없었다.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주간에는 이력서를 썼다.
그때 아빠가 병을 앓았고 당장 쓸 병원비가 필요했다.
아빠 덕분에 행복했던 유년기의 기억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온통 원망뿐이었다.
무리해서 사업을 한 아빠.
꽃다운 내 청춘의 꽃가루를 앗아간 아빠.
이제 일어서려니 다시 내 꿈을 짓밟은 아빠.
그렇게 기댈 곳도, 부탁할 곳도 없는 내가 연락처를 둘러보다 용기 내서 연락한 게 민철 오빠였다.
내 첫사랑인 동시에 오랫동안 같은 동네에서 알고 지낸 오빠.
보자는 말에 단번에 연락을 하고 나와주었다.
“미안해. 갑자기 연락해서 이런 부탁이나 하고.”
무릎 위 가지런히 모은 손등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수혜야. 계좌번호 줘봐.”
그는 자세한 이야기도, 어떤 설명도 요구하지 않았다.
단지 내 계좌번호, 딱 그뿐이었다.
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계좌번호를 그에게 보냈다.
띵
곧바로 그는 내게 돈을 보내주었다.
“세상 살기 쉽지 않지? 나도 사회 나와보니까 알겠더라. 단돈 몇 푼이라도 아끼려고 편의점에서 고민하고. 마시고 싶은 커피도 참아보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 안정되고 자리를 잡아가더라.”
민철은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넌 그 터널을 지나고 있는 거야. 그러니 용기 내서 일어나. 일어나서 걷다 보면 다리에 근육이 붙고 뛸 수 있어. 그리고 그때 다시 달리면 돼.”
“고마워…. 이 돈은 최대한 빨리 갚을게.”
그러자 민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천천히 갚아도 돼. 살다 보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 스스로 불쌍하게 생각하지도 말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삶 아니야?”
그제야 난 고개를 들어 민철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니, 네가 갚을 수 있을 때 갚으면 돼. 아니면 또 다른 수혜한테 도움을 주면 돼. 세상은 계획대로, 딱딱 맞아 들어가는 정밀한 시계처럼 흘러가지 않아. 그러니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불완전한 사람들끼리 기대며 살아가는 세상이라서 아름다운 게 아닐까?”
그러고 나서 민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밥 안 먹었지? 커피는 다 마셨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맛있는 거 사줄게.”
“오빠, 사실은….”
목이 묵직하게 조여 온다.
가슴 저 아래에서부터 거대한 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눈이 무거워지고 이내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진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꺽꺽 소리 죽여 운다.
오빠는 조심스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넨다.
“목 놓아 울어도 돼. 실컷 울어.”
그 소리를 듣자 꺼이꺼이 소리 높여 울었다.
울면서 속에 있는 것들을 쏟아냈다.
울음이 진정되자 겨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돈이 좀 필요해….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었어. 몇 년 동안. 그리고 다시 일어서려니 돈이 하나도 없더라….”
“그래서 얼마가 필요한데?”
그는 무심한 듯 물었다.
“이백 정도….”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부끄러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동네 오빠였는데 이런 일 때문에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는 오래전부터 빚을 내서 사업을 했다.
대학생 때부터 열심히 번 돈으로 빚을 갚는데 보탰다.
엄마의 부탁이었다.
“그래도 네 아빠잖니. 이번에 한 번만 도와주자. 다시는 사업 안 하기로 했어.”
난 믿지 않았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아빠는 도박중독처럼 사업중독에 빠져있었다.
그때부터 우리 집은 가난과 친구가 되었다.
대학생 시절엔 수업을 듣는 시간 빼고 전부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보내다 보니 대학생 때 친구와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없었다.
중고등학생 때 친구들은 대학생 이후로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이런 내 사정이 부끄러워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둘러댔다.
졸업 후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들어왔다.
가장 빨리 일할 수 있는 곳이면 됐다.
그렇게 퇴근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모은 돈 없이, 물려받을 돈 없이 지낸 내가 처량했다.
하루빨리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다 우울증에 걸렸고 일을 하러 나가지 않았다.
아니, 나갈 수가 없었다.
침대 밖을 벗어나는 것부터가 큰 고통이었고 머릿속은 해결되지 않는 걱정거리로 늘 복잡했다.
몸은 그렇게 점점 침대 안으로 파고들었다.
햇빛을 보면 죄책감이 느껴져 커튼을 치고 어두운 방에서 생각을 곱씹으며 보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니 통장 잔고는 0에 가까워졌다.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해도 날 찾아주는 곳은 없었다.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주간에는 이력서를 썼다.
그때 아빠가 병을 앓았고 당장 쓸 병원비가 필요했다.
아빠 덕분에 행복했던 유년기의 기억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온통 원망뿐이었다.
무리해서 사업을 한 아빠.
꽃다운 내 청춘의 꽃가루를 앗아간 아빠.
이제 일어서려니 다시 내 꿈을 짓밟은 아빠.
그렇게 기댈 곳도, 부탁할 곳도 없는 내가 연락처를 둘러보다 용기 내서 연락한 게 민철 오빠였다.
내 첫사랑인 동시에 오랫동안 같은 동네에서 알고 지낸 오빠.
보자는 말에 단번에 연락을 하고 나와주었다.
“미안해. 갑자기 연락해서 이런 부탁이나 하고.”
무릎 위 가지런히 모은 손등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수혜야. 계좌번호 줘봐.”
그는 자세한 이야기도, 어떤 설명도 요구하지 않았다.
단지 내 계좌번호, 딱 그뿐이었다.
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계좌번호를 그에게 보냈다.
띵
곧바로 그는 내게 돈을 보내주었다.
“세상 살기 쉽지 않지? 나도 사회 나와보니까 알겠더라. 단돈 몇 푼이라도 아끼려고 편의점에서 고민하고. 마시고 싶은 커피도 참아보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 안정되고 자리를 잡아가더라.”
민철은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넌 그 터널을 지나고 있는 거야. 그러니 용기 내서 일어나. 일어나서 걷다 보면 다리에 근육이 붙고 뛸 수 있어. 그리고 그때 다시 달리면 돼.”
“고마워…. 이 돈은 최대한 빨리 갚을게.”
그러자 민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천천히 갚아도 돼. 살다 보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 스스로 불쌍하게 생각하지도 말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삶 아니야?”
그제야 난 고개를 들어 민철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니, 네가 갚을 수 있을 때 갚으면 돼. 아니면 또 다른 수혜한테 도움을 주면 돼. 세상은 계획대로, 딱딱 맞아 들어가는 정밀한 시계처럼 흘러가지 않아. 그러니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불완전한 사람들끼리 기대며 살아가는 세상이라서 아름다운 게 아닐까?”
그러고 나서 민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밥 안 먹었지? 커피는 다 마셨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맛있는 거 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