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 초단편집

by 백경

천장에 별을 수놓은 것처럼 카메라가 반짝인다.

수많은 눈이 날 바라다본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나의 작은 부스럭거림까지 잡아채려는 듯 쳐다본다.

지금은 내게 주목하지 않을 거다.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난 천장을 한참 응시하다 엄지를 치켜세웠다.

곧 이들은 내게 주목할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 저기 걸려있는 돈을 내가 다 차지할 거니까.


.

.

.


내가 강원도를 처음 찾은 건 20대 후반이었다.

스키를 타러 왔다가 밤에 친구의 권유로 이곳을 찾았다.


“수찬아, 돈 많이 가져가면 안 된다. 그냥 조금만 놀고 올 거야. 잃어도 될 만큼만 챙겨.”


5만 원 권 두 개를 주머니에 고이 접어 챙겼다.

살짝 긴장감이 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렸다.

여기저기 경고문이 걸려있다.


[사채행위(콤프깡 포함) 금지, 호객 행위 금지, 사기도박 금지]


왠지 경고문만 보면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간다.

입구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치 불나방을 유혹하는 불빛 같았다.


‘설마 한 번으로 중독되겠어?’


입장료를 내고 카지노 안으로 들어가자 탁한 공기와 묘한 압력이 온몸을 눌렀다.

냄새를 가리기 위한 짙은 향수와 폐쇄된 공기의 눅눅한 냄새가 뒤섞여있다.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입장한 건 처음이었다.


카지노 안, 큰 전광판의 숫자가 끝도 없이 올라간다.

머신에서 모인 돈이 쌓이고 있다는 건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곳은 모든 게 직관적이었다.

별 다른 설명 없이도 눈치껏 알아차릴 수 있다.

알아차리기 힘든 건 여기 모인 사람들이다.


넋이 나간 것 같은 사람들이 보였다.

두툼한 흰 봉투에서 돈을 꺼내 기계적으로 슬롯머신에 밀어 넣는다.

눈동자는 머신이 아닌 허공을 바라보는 듯했다.

봉투에서 꺼내는 돈은 5만 원권 뭉치였다.

내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민우는 익살스럽게 웃었다.


“촌놈처럼 뭐 하냐. 즐겨야지. 그리고 음료는 공짜야. 많이 마셔놔. 입장료 뽑고 가야 되지 않겠어?”


난 민우에게 끌려가면서도 그 사람의 모습을 잊지 못했다.


민우는 칩을 교환하는 장소와 방법, 게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한 다음 좀 있다 보자며 떠나갔다.

어슬렁 거리다 커다란 돌림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좀 쉬워 보이는데?’


근처에 서서 상황을 지켜봤다.

게임 방법은 직관적이었다.

각 숫자마다 배당률이 달랐고 뽑힐 것 같은 숫자에 돈을 베팅하면 끝.


그날, 내게 찾아온 행운은 내 미래를 좀먹는 불행이었다.


.

.

.



처음엔 몇 달에 한 번 정도였다.


“거기 가면 용돈도 벌고 재밌게 놀고 왔는데.”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이주에 한 번.


“그냥 좀 놀다 온 거지. 많이 안 잃었잖아?”


매 주말.


“이번엔, 꼭 따서 가야 해. 따서.”


난 헤어 나올 수 없는 거대한 늪에 빠졌다.

발만 살짝 담갔을 뿐인데, 돈이란 늪은 나를 끝도 없이 지하로 밀어 넣었다.


날 이곳에 데려왔던 민우와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돈만 벌면, 돈만 벌면 민우에게 연락을 할 수 있을 거다.

결혼을 약속 지현이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고, 엄마 아빠에게도 다시 떳떳한 아들이 될 거다.


슬롯머신 자리가 없어 기다리고 있었다.

눈에 띄는 사람을 보았다.


‘저 사람은...?’


기억을 더듬어, 처음 이곳에 온 날 봤던 그 사람이다.

5만 원권을 뭉치로 기계 아가리에 밀어 넣던...

홀린 듯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꼈는지 천천히 그가 고개를 돌렸다.


불 꺼진 눈동자, 허공을 응시하는 표정, 깊게 파인 볼.

난 숨을 쉴 수 없었다.

그 자리엔 피골이 상접한 내가 있었다.

멀끔한 수찬은 어디에도 없다.

천장에 별을 수놓은 것처럼 카메라가 반짝인다.

수많은 눈이 날 바라다본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나의 작은 부스럭거림까지 잡아채려는 듯 쳐다본다.

지금은 내게 주목하지 않을 거다.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난 천장을 한참 응시하다 엄지를 치켜세웠다.

곧 이들은 내게 주목할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 저기 걸려있는 돈을 내가 다 차지할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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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원도를 처음 찾은 건 20대 후반이었다.

스키를 타러 왔다가 밤에 친구의 권유로 이곳을 찾았다.


“수찬아, 돈 많이 가져가면 안 된다. 그냥 조금만 놀고 올 거야. 잃어도 될 만큼만 챙겨.”


5만 원 권 두 개를 주머니에 고이 접어 챙겼다.

살짝 긴장감이 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렸다.

여기저기 경고문이 걸려있다.


[사채행위(콤프깡 포함) 금지, 호객 행위 금지, 사기도박 금지]


왠지 경고문만 보면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간다.

입구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치 불나방을 유혹하는 불빛 같았다.


‘설마 한 번으로 중독되겠어?’


입장료를 내고 카지노 안으로 들어가자 탁한 공기와 묘한 압력이 온몸을 눌렀다.

냄새를 가리기 위한 짙은 향수와 폐쇄된 공기의 눅눅한 냄새가 뒤섞여있다.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입장한 건 처음이었다.


카지노 안, 큰 전광판의 숫자가 끝도 없이 올라간다.

머신에서 모인 돈이 쌓이고 있다는 건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곳은 모든 게 직관적이었다.

별 다른 설명 없이도 눈치껏 알아차릴 수 있다.

알아차리기 힘든 건 여기 모인 사람들이다.


넋이 나간 것 같은 사람들이 보였다.

두툼한 흰 봉투에서 돈을 꺼내 기계적으로 슬롯머신에 밀어 넣는다.

눈동자는 머신이 아닌 허공을 바라보는 듯했다.

봉투에서 꺼내는 돈은 5만 원권 뭉치였다.

내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민우는 익살스럽게 웃었다.


“촌놈처럼 뭐 하냐. 즐겨야지. 그리고 음료는 공짜야. 많이 마셔놔. 입장료 뽑고 가야 되지 않겠어?”


난 민우에게 끌려가면서도 그 사람의 모습을 잊지 못했다.


민우는 칩을 교환하는 장소와 방법, 게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한 다음 좀 있다 보자며 떠나갔다.

어슬렁 거리다 커다란 돌림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좀 쉬워 보이는데?’


근처에 서서 상황을 지켜봤다.

게임 방법은 직관적이었다.

각 숫자마다 배당률이 달랐고 뽑힐 것 같은 숫자에 돈을 베팅하면 끝.


그날, 내게 찾아온 행운은 내 미래를 좀먹는 불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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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몇 달에 한 번 정도였다.


“거기 가면 용돈도 벌고 재밌게 놀고 왔는데.”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이주에 한 번.


“그냥 좀 놀다 온 거지. 많이 안 잃었잖아?”


매 주말.


“이번엔, 꼭 따서 가야 해. 따서.”


난 헤어 나올 수 없는 거대한 늪에 빠졌다.

발만 살짝 담갔을 뿐인데, 돈이란 늪은 나를 끝도 없이 지하로 밀어 넣었다.


날 이곳에 데려왔던 민우와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돈만 벌면, 돈만 벌면 민우에게 연락을 할 수 있을 거다.

결혼을 약속 지현이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고, 엄마 아빠에게도 다시 떳떳한 아들이 될 거다.


슬롯머신 자리가 없어 기다리고 있었다.

눈에 띄는 사람을 보았다.


‘저 사람은...?’


기억을 더듬어, 처음 이곳에 온 날 봤던 그 사람이다.

5만 원권을 뭉치로 기계 아가리에 밀어 넣던...

홀린 듯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꼈는지 천천히 그가 고개를 돌렸다.


불 꺼진 눈동자, 허공을 응시하는 표정, 깊게 파인 볼.

난 숨을 쉴 수 없었다.

그 자리엔 피골이 상접한 내가 있었다.

멀끔한 수찬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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