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 초단편집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습습 후 후-
배운 대로 호흡법을 내뱉는다.
숨은 정돈되지만, 쉬고 싶다.
마음속 작은 악마가 속삭인다.
‘여기서 걷자. 힘들잖아?’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쳐다보았다.
달린 거리는 3km.
‘저리 꺼지지 못해. 지금까지 달린 게 아까워서 안 돼.’
‘뭐 어때, 쉬었다 다시 뛰면 되지.’
‘난 그러지 않을 걸 잘 알아. 너도 알잖아.’
더 이상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죽을 만큼 힘들어 쉬고 싶었던 게 아니다.
시끄러운 도시의 공해 속에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난 왜 쉬고 싶었던가.
달리기를 시작하면 이쯤에서 쉬고 싶다.
유혹이 강하게 손을 내민다.
그때마다 대답은 한결같다.
‘지금 쉬면 다시 뛰지 못할 거야.’
처음엔 쉬었다.
그렇게 쉬고 나니 습관이 되었다.
‘그래, 걷는 것도 운동이잖아.’
한계를 외면한 사람만이 늘 말하는 익숙한 핑계였다.
일을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실패자가 아니다.
그건 그냥 성공을 하기 위해서 시도한 것뿐이다.
끝까지, 내 한계까지 하지 않는 사람이 실패자다.
내가 3km 지점에서 쉬고 싶었던 건, 힘듦이 아니었다.
습관처럼 몸에 밴,
나태함, 자기 합리화, 익숙함….
삑삑-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운동을 종료합니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알림을 듣고 스마트워치를 확인한다.
오늘도 10km를 무사히 완주했다.
드디어 천천히 걷는 시간이다.
걷기 시작하니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이때 느끼는 해방감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역경을 이겨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성취감.
내 삶의 목적지는 어딜까?
잘 모르겠다.
단 하나 아는 건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거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처럼
고단한 일상 속에서 피어난 작은 기쁨 하나를 기억하며
묵묵히 살아가고 싶다.
어딘지 모를 마지막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그때도 오늘 느낀 이 해방감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난 오늘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