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백경 초단편집

by 백경

내 삶의 주인공은 나야!


이 진부한 문장을 난 의심 한다.


내 삶,

주인공,

나.


문장을 곱씹고 자기 검열에 들어간다.


내 삶,

(주인공)

나.


다시 이런 식으로 귀결된다.

오디션을 보고 온 날이면 이런 생각이 깊어진다.

이름도 없는 조연 몇 번, 그리고 끝없는 오디션 탈락.


오디션장에 가면 나처럼 꿈을 먹고사는 사람들이 모인다.

여기서 꿈을 펼치는 사람은 소수다.

난 꿈만 먹는 사람이다.

이제 꿈이 날 좀먹는다는 생각까지 든다.


후-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는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오늘 어땠어요?”


정우 씨다.

나와 이름은 비슷한, 그도 꿈만 먹는 사람이다.


“뭐, 그렇죠. 그래도 오늘은 아는 연출 님이셔서 기대해 봐야죠.”


“오~ 붙으시면 좋겠어요.”


“정우 씨는요?”


정우 씨는 어색하게 웃는다.

그리고 손에 든 음료캔 하나를 건넨다.

그가 건넨 톡 쏘는 콜라가 목을 찢으며 들어온다.


“우리도 멋진 배역을 맡는 날이 올까요?”


“언젠가는 그렇지 않을까요?”


정우는 음료수 한 모금 마신다.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공이 맞을까요?”


내심 놀랐다.

내가 고민하던 것을 정우 씨가 물었다.


“저도 그런 생각을 오랫동안 했어요.”


“답이 뭐였어요?”


“전…. 제 인생의 주인공이 아닌 것 같아요.”


정우의 표정이 굳어있다.


“정수 씨. 그럼 우린 실패한 인생이네요. 오디션 떨어진 거 말고요.”


“아직 과정 중에 있으니까 실패한 건 아니겠죠. 물론 오늘은 실패한 하루지만요.”


“그래요. 딱 그 포인트예요. 정수 씨도 저와 비슷하겠죠? 언제 오디션을 치러 가야 할지 몰라서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나이도 저랑 비슷하니 이제 진짜 결정해야 하나 고민도 많을 거고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꿈꾸는 사람은 다 그렇게 살지 않는가?’하며 생각했었다.


“그럼, 왜 그렇게 사는 거죠?”


찰나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연기가 좋으니까요. 배우가 되고 싶으니까….”


“연기하는 게 즐거운 거죠. 저도 그래요. 정수 씨가 어떻게 생각하든 자유니까 강요하진 않을게요. 하지만 내 삶의 주인공마저 내가 아니라면 얼마나 비참할까요….”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꼭 주인공이 빛나기만 해요? 성장형 주인공도 있고 비련의 주인공도 있고…. 다양하잖아요. 적어도 내 삶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함께 힘내요.”


정우 씨의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 요즘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해요. 부모님이 그러더라고요. 이제 자리 잡는 게 어떠냐고. 마음이 무너졌어요. 친구들이 그래도, 지인들이 그래도 괜찮았거든요. 최후의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진 기분이었어요….”


“힘들었겠네요. 그 마음 저도 알아요. 겪어봐서….”


“그래서 저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둘 각오로 살 거예요.”


깜짝 놀랐다.

정우 씨를 알게 된 건 몇 년 전부터였다.

오디션을 보러 갈 때마다 스쳐 지나가듯 만났고 가벼운 인사로 서로를 알아갔다.

나이도, 이름도 비슷해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정말이에요?”


정우 씨의 눈빛은 또렷했다.


“예, 정했어요. 하하.”


그리고 그는 머쓱하다는 듯 머리를 긁었다.


“잘 되길 바랄게요.”


“그런데 저 마지막이라 생각하니까 지난 시간들이 참 감사한 거 있죠. 살면서 언제 이런 경험해보겠어요. 그렇게 원하는 배우가 되면 가장 좋겠지만…. 제20대를 가장 좋아하는 것을 위해 투자했다 생각하니 아쉽지 않아요.”


아쉽지 않다라….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신을 속이고 있다.

적어도 지금은.

이제 내가 그에게 손을 내밀 차례다.


“정우 씨. 지금처럼 오디션을 다니진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꿈은 버리지 않았으면 해요.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될 수 있지만, 내 삶은 연기일 순 없잖아요. 그러니…. 부디 안 된다 하더라도 쉬이 포기하지 말아요. 전 정우 씨 응원해요.”


내 말에 그는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가족도 친구도 아닌 내 한 마디가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건 내가 나에게 보낸 대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곧 우리의 폰이 울렸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끌어안았다.

난 이제 이 진부한 문장을 믿는다.


내 삶,

주인공,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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