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하라고 돈 준 거야
미국 여행 중 옥소폴리틱스 대표님 그리고 다른 스타트업의 CTO, PM 분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중 PM분이 PM으로서 뭔가를 결정할 때 어떻게 확신을 갖는지, 부담이 크진 않은지 내게 질문을 하셨고 나의 경험과 생각을 말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업무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듣게 되었다.
PM은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결정’ 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우선순위와 프로덕트, 프로젝트 방향을 계속 정해야 한다.
나: 회사가 저한테 많은 기회를 주셔서, 부담감과 책임감도 컸지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어요.
대표님: 기회를 준 게 아닌데??
매너가 사람을 만들고
역할이 사람을 키운다
나는 내가 주니어, 시니어, 디렉터로 레벨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회사가 기회를 주었고, 덕분에 연차 대비 많은 책임을 맡으면서 빠르게 기업 내 레벨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은 20대도 대표와 임직원이 된다. 나이나 연차 면에서 일반 대기업과는 레벨 평가가 다르다) 그런데 대표님은 경영자 입장에서 직원과는 다른 시각을 말해 주셨다.
"직원들은 ‘회사가 많은 기회를 주었다’라고 말하는데, 그게 아니라 ‘그 일을 하라고 월급을 주는 거야! 그게 네 일인 거야!’"
아?! 그게 내 일이었던 것이구나…! 특히 주니어 때는 ‘회사가 나에게 기회를 많이 줘서 좋아~’라며 열심히 하는 수준에 머물 수 있다. 근데 그것을 넘어 그 일을 하라고 나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잘 해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나의 역할과 책임이 된다.
옥소폴리틱스는 역할조직이다 보니 ‘전문성’ 그리고 ‘책임’에 대한 무게가 더 컸다. 주니어 때는 ‘헉? 이거 내가 해도 되나?’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회사에 사람이 많지 않기도 했지만, 내가 제안한 프로젝트를 A to Z로 팀을 꾸려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기간 대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또 나를 믿고 프로젝트를 맡겨주시니 나도 더 큰 책임감을 느꼈고, 일을 더 효율적으로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노력하게 되었다.
수학은 <수학의 정석>
매니징은 <팀장의 탄생>
‘피플 매니저’라는 포지션을 겸하게 되었을 때도 그랬다. 내가 누군가를 매니징 해야 하다니…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 내가 옥소 입사가 더 빠르고 관련 경험을 더 갖고 있고, 또 회사에서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지만 내가 매니징 할 팀원들 모두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도 이유였다.
물론, 옥소 시스템에서 피플매니저가 상사는 아니다. 다른 팀원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퍼포먼스를 돕는 코치이다. 하지만 그저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자’가 아니라 업무를 잘할 수 있도록 코칭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청 이상의 업무적 전문성과 대화 스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부분을 채우려 노력했다.
특히 대표님이 추천해 주신 책 <팀장의 탄생>을 바이블 삼아 반복해 읽고 매니징 과정에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스타트업에는 젊은 팀장 분들이 많은데, 진짜 진심 추천한다. 개별 기여자인 동시에 팀장이 된 분들에게도 꼭 필요한 내용이 가득하다. 이제 막 팀장이 되었을 때 어떻게 팀원들과 대화하고 업무를 분장해야 하는지, 피드백은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이만한 바이블, 사수가 없다.
나는 이 책을 달달달 외우듯 읽고 최대한 적용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대한의 역할을 하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닐 땐 빠르게 내 매니저인 대표님께 대처 방법을 물어봤다. 때론 선 대처 후 고민되던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받았다. 호현님이 역할조직을 만든 만큼 이 제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에게 질문했다. 덕분에 난 한국에 머물면서 실리콘밸리 기업이 어떻게 일하는지, 매니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노력의 선물일까 퇴사하는 팀원분이 General chat 방에 나를 언급하며 ‘최고의 매니저였다’라고 써주셨다. 추후 팀원들이 모인 사석에서도 또 이 말을 해주셨다. 그 자리에선 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사실 큰 감동과 뿌듯함을 느꼈다.
역할의 부담은 컸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나도 내 능력도, 한 뼘 더 성장했다.
주니어 PM이
부담감을 줄이려면?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와
PM으로서 뭔가를 결정할 때의 부담감을 낮추고 확신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내 생각은?
1) 성장
2) 질문
3) 셀프 토닥임
1. 빠른 습득 및 성장: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내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만큼 결정을 내리기 쉽다. 그래서 내가 내 판단에 필요한 근거와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필수다. 그리고 내 도메인에 대해서는 누가 뭘 질문해도 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알고 파악해야 한다. 내가 얼마나 우리 프로덕트의 구조와 특징을 알고 있느냐에 따라 때론 쉽게 이슈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 스마트한 질문: 전문성이 부족할 때는 대상을 잘 고르고 잘 물어보는 ‘질문 능력’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회사 서비스와 도메인에 대한 파악도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럴 땐 다른 팀원들의 시간을 덜 빼앗으면서도 나의 필요를 쏙쏙 채울 수 있는 ‘현명한 질문 능력’이 중요하다. 내가 얻어야 하는 정보와 데이터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 지 찾고, 잘 질문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3. 셀프 토닥임: 나부터 내 결정을 믿어주자! 불안감을 보이지 말자.
운전자가 길을 헤매며 불안해한다면 동승자들이 마음 편하게 이동할 수 있을까? 없다. 그러니 PM은 일단은 자신의 결정을 믿고 추진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 잘하고 있다고 셀프 토닥임을 추천한다. 결정을 내릴 때 치열하게 고민하되, 결정 후에는 일단 믿어주자! 대신 틀린 결정이라는 것을 깨달을 땐 빠르게 F5! 새로고침 키를 누르자 :)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