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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한별 Jan 02. 2020

라이딩의 시작

자전거 이야기 - 1편

저는 자전거를 좋아합니다. 아니,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론 자전거 자체도 좋아합니다. 근 30년은 탄 것 같은데 정확히 왜 좋아하는지 정리가 안돼서 이 글을 시작해 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라이딩의 시작입니다.




세 발

페달이 달려있는 앞바퀴와 양쪽에 하나씩 달린 뒷바퀴. 뒷바퀴 위로는 널찍한 판이 있는데 한 발을 올려놓고 다른 발로 땅을 차며 킥보드처럼 탈 수도 있었다. 뒷자리에 친구나 동생을 태울 수도 있지만 사실 세발자전거의 묘미는 뒤집었을 때이다. 핸들을 땅에 닿게 뒤집고 앞바퀴에 모래를 부으면서 손으로 페달을 돌리면 뻥튀기 놀이를 할 수 있었다. 이따금 “뻥이요~”를 외치며 모래 뻥튀기를 튀기다가 해가 뉘엿뉘엿하면 집으로 돌아갔다. (어릴 적 탔던 그 자전거를 찾았다!)



네 발

푹신했던 안장이 더 이상 엉덩이를 받치지 못하고 길어진 정강이와 무릎이 핸들을 탁탁 칠 때면 더 큰 자전거를 탈 때가 온 것이다. 세 발 자전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커다란 두 개의 바퀴. 이를 연결하는 체인과 페달이 새로웠다. 특이했던 건 안장이 킨더 초콜릿 마냥 일자로 길었다. 뒷바퀴 양쪽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보조 바퀴를 달았었다. 그러다가 좌, 우로 코너를 격하게 돌면서 보조 바퀴의 나사가 풀려 땅에 닿지 않고 위를 향할 때쯤이면 진짜 자전거를 탈 준비가 된 것이다.

"아빠, 저 기어 있는 자전거 사주세요."



두 발

국민학교라 불리던 시절 저학년이었으니 90년대 중반쯤이었던 것 같다. 자전거 세계에도 라이벌처럼 보이는 두 업체가 있었으니, 바로 삼천리와 알톤이다. 어린 나이에 왠지 알통 같은 발음의 알톤 보다는 엄청 큰 수로 적힌 삼천리가 좋았다. 그래서 선택한 첫 두 발 자전거는 프레임에 Next 데칼이 붙어있던 삼천리 21단 자전거였다. (... 는 뇌피셜이고 솔직히 그냥 아버지가 사주신걸 탓을 뿐이다.) 10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데 3000리면 도대체 얼마나 먼 거리인가! (그만) 역설적이게도 바퀴 개수는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더 빠르게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었다. 아! 이것이 기어 자전거. 3x7, 21단인가? 옆 동네와 그 옆 동네까지도 후딱이다. 처음 보는 골목과 거리가 어찌나 신기했는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재미로 자전거를 탔다. 일명 자전거 모험이다.


그 후로 6개의 새로운 자전거를 접하게 될 줄은 이때는 몰랐다.




<자전거 이야기>

1편 : 라이딩의 시작

2편 : "지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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