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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겸 Apr 23. 2023

천재적인 발상 ①

돈. 부동산. 점쟁이.

지금껏 다양한 직업과 직장을 거쳤다. 우선 기자로 공식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나)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스타트업을 세웠다. 여차저차 정리하고 운용사를 잠깐 거쳐 지금 회사에 이르렀다. 각각에 머무른 시간은 1년 내외이나 그 커리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분명했다. '부동산 금융'이다.


각각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룬다. 또 나는 지금 내 업에 꽤나 만족한다. 내가 이 업(뭉뚱그려 부동산 금융업)에 발을 들인 이유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졌다.



지난주 언젠가 사수가 던진 질문이 계기가 됐다.

- 유겸씨는 어쩌다가 이쪽 업계에 올 생각을 했어요?


크게 무게감 있는 상황과 질문은 아니었다. 나도 가볍게 대답했다.

- 점쟁이가 땅이나 돈 만지는 일을 하면 대성한다 했어요. 둘 다 하면 두배로 대성하지 않을까 해서 여기 왔죠.



가벼운 자리에서 우스갯소리로 자주 하는 말이다. 한창 취준생 때 면접자리에서도 꺼낸 얘기다. 더욱 놀랍게도 어쨌든 내 직업 선택의 첫 번째 계기는 이 점쟁이가 맞다.


나는 사실 사주를 싫어한다.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긋지긋해서다. 나를 만난 점쟁이의 99%가 같은 직업을 추천했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군인 출신 대통령 아무개와 사주가 같단다. 맞다 대부분 점쟁이가 나한테 '군인'을 직업으로 추천했다. 이유를 알고 나니 사주에 대한 흥미가 팍 식었다.


'그' 군생활을 마치고 복학하기 전 파스타 가게에서 알바를 했다. 그 가게 사장님과 나는 1. 해병대를 전역했고 2. 나이대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꽤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사장님의 부모님(실질적인 사장님)도 나를 꽤 마음에 들어 했다.


그 부모님은 사주팔자를 꽤나 신용하는 분이셨다. 직원의 사주 풀이도 궁금해하셨으니 말 다했다. 내게 복채까지 쥐어주시며 점쟁이 한 명을 추천해 줬다. 복채를 쥐고 찾아간 아저씨가 바로 땅이나 돈을 만지라는 그 점쟁이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뻔한 말이다. 돈을 만지거나 땅을 만지면 대충 생각해도 돈은 많이 벌지 않겠는가. 당시 나는 점쟁이 입밖에 난 소리가 '군인'이 아니라는 지점에서 큰 감명을 받았던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 열심히 구글링을 했다. 그 끝에 내린 내 결론은 '부동산 신탁사에 들어가자'였다. 나는 아직 학부생이었으므로, 방학을 틈타 부동산 신탁사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봤다.


아까 언급한 면접이 여기서다. 한 신탁사 아르바이트 자리에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관으로 들어온, 이후 수개월간 나에게 큰 영향을 준 (당시)팀장님께서 물었다. 유겸씨는 나이도 어린데 부동산에 왜 관심이 생겼냐고.


가벼운 자리도, 가벼운 질문도 아니었으나. 더 멋진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점쟁이가 시켰노라고. (다시 하라면 못할 듯)


나의 어떤 점이 이쁘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알바 자리를 얻었다. 가물가물하지만, 첫 출근 날엔가 그 팀장이 나를 불러다 함께 담배를 태우며 얘기했다.


- 점쟁이 얘기 재밌었다. 어차피 오래 함께 일할 사이도 아니고 뭐 하는 놈인가 궁금해서 뽑았다. 근데 이쪽 업계에 계속 있을 생각이면, 여기서 일하는 몇 달 동안 좀 더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봐라. 그리고 못 찾겠으면 다른 일 알아봐라.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이게 그 팀장이 나한테 준 첫 번째 영향이었다. 이 업을 하는, 하고 싶은 이유를 찾을 것.


그리고 몇 개월 뒤 나는 그곳에서 어떤 '천재적인 발상'을 마주한다. 그게 (아직도) 내 목표이자, 내가 이 업을 소망하는 이유가 된다.  


다음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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