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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바르베아 수녀님

작은 누나ᆢ사랑해

by 춤추는 금빛제비

나는 모태 신앙인 천주교 신자다.
태어나면서부터 신앙은 늘 내 곁에 있었지만, 몇 번은 성당에 나가지 않고 긴 냉담 기간을 보낸 적도 있다.

그런데 웃긴 건, 냉담 중에도 누가 대화 속에서 종교를 물으면 나는 자연스럽게 “천주교입니다”라고 대답하곤 했다. 마치 몸에 밴 습관처럼 말이다.

길을 걷다 보면 낯선 사람들이 “도를 아십니까?”, “인상 좋으시네요, 조상님 덕이 많으십니다”라며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짧게 웃으며 “천주교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대화는 단박에 정리된다. 신앙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든 작은 울타리처럼 작동하는 순간이다.

요즘은 냉담을 청산하고 다시 성당에 나간다. 성가대 활동도 시작했다. 나는 음치 비스무리하지만 솔직히 노래 실력보다는 리듬과 박자에 강하다. 예전에 댄스스포츠를 배운 덕분이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성가대에서 조금은 독특한 캐릭터다. 남들이 음정에 신경 쓸 때 나는 박자를 놓치지 않으려 집중한다. 그 리듬이 맞아떨어질 때면 노래가 한층 살아난다. 그 순간이 나는 몸과 맘이 꽤 즐겁다. ^^

내 형제 중 바로 위 누님은 포항의 작은 마을 성당에서 원장수녀님으로 계신다. 나는 위로나 평안이 필요할 때면 미리 연락도 하지 않고 그곳을 그냥 찾는다.

원장수녀님은 소란스럽게 반겨주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함께 미사를 드리고,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바닷가에 앉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언제나 특별하다. 바다의 잔잔한 물결과 원장수녀님 기도가 내 마음을 고요히 감싼다.
파도는 늘 같은 자리에서 부서지지만, 내 마음엔 매번 다른 위로로 다가온다.

그곳은 내게 가장 확실한 힐링 포인트다. 말없이도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는 공간.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늘 이렇게 고백한다.

“사랑해, 작은누나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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