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세우는 시간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세례명은 미카엘.
하지만 아침만큼은 종교의 이름을 내려놓습니다.
새벽 거실 한가운데에 서서 절 명상으로 하루를 엽니다.
108번 몸을 굽히며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이 시간은 내면의 평온을 붙잡는, 저만의 소중한 의식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몸을 움직이면 하루 시작 기분이 나아질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반복할수록 알게 됩니다.
절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었습니다.
손을 모을 때마다 어제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허리를 숙일 때마다 지금 이 순간을 붙잡습니다.
일어설 때마다 속으로 말합니다.
“그래, 다시 나아가자.”
몸이 무겁고 무릎이 시큰거려도 그 자리에 섭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엔 최소 33배를 올립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세상과 나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며 중심을 세우는 시간이 더 소중합니다.
절을 이어가다 보면 땀이 얼굴을 타고 흐르고,
등 뒤로 천천히 번집니다.
움직임 속에서 마음은 고요해지고,
몸은 점점 뜨거워집니다.
어느 순간 고개를 들면 거실 창 너머로 빛이 번집니다.
굴신을 마친 후엔 하루의 시작이 온몸을 감쌉니다.
이 명상은 단순한 루틴이 아닙니다.
반복 속에서 저는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태도를 세웁니다.
몸을 일으킬 때마다 묻습니다.
오늘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누구에게 따뜻함을 건넬 것인가.
질문은 짧지만 울림은 길게 남습니다.
작은 깨달음이 켜켜이 쌓이며 마음을 다져갑니다.
하루는 반복되지만,
그 안에서 중심을 다잡고 일어서는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지만, 묘하게 타인에게 닿고 싶어지는 그런 아침도 있습니다.
생각의 결이 고요히 퍼지며
마음 안쪽에서 여운이 번져갑니다.
어떤 날은 창밖에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창 너머 세상이 서서히 깨어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작은 변화들을 느끼며 깨닫습니다.
세상은 매일 새로 시작되고,
그 안에서 나 또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지나,
저는 다시 사람들과 마주합니다.
그들은 모를지도 모릅니다.
내가 아침마다 조용한 싸움을 치르고 나선다는 걸.
하지만 괜찮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나를 믿어주는 시간, 스스로를 다독이는 이 작은 습관입니다."
그렇게 나의 하루가 다시 시작됩니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