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 로버트 프로스트
자연의 첫 초록은 금빛,
그 빛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
새 잎은 잠시 꽃이지만
그 시간은 한 순간뿐.
곧 잎은 제 자리를 찿고,
에덴이 슬픔에 잠기듯
새벽이 낮으로 낮으로 스러진다.
금빛은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 원문 ]
- Robert Frost (1923)
Nature's first green is gold,
Her hardest hue to hold.
Her early leaf's a flower;
But only so an hour.
Then leaf subsides to leaf.
So Eden sank to grief,
So dawn goes down to day.
Nothing gold can stay.
자연의 첫 초록은 금빛이라 했다.
그 빛은 가장 지니기 어려운 빛이라고도 했다.
짧은 문장 안에서 계절이 지나가고,
한 생의 시작과 끝이 스쳐간다.
프로스트의 이 시는 결국 시간의 진실을 말한다.
무엇이든 처음의 빛으로 남을 수 없다는 것,
그 덧없음이야말로 삶의 본질이라는 것.
우리의 젊음, 그시절의 사랑, 그때의 다짐..
그 모든 첫 결심의 순간이 그러하다.
찬란했던 만큼 빨리 사라지고,
사라진 자리에는 묘하게도 평온이 남는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새벽빛이 낮으로 저물어가는 그 짧은 찰나를 떠올린다.
빛이 빛으로 머물 수 없는 이유,
그건 세상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흘러야 하고,
흐름 속에서만 존재의 의미를 얻는다.
그러니 금빛으로 남지 못해도 괜찮다.
한순간이라도 그 빛을 품었던 마음이
우리 안에 길게 남아 있으니.
프로스트는 그것을 ‘잃음’이 아니라 ‘순환’으로 본다.
에덴이 슬픔에 잠긴 것도,
새벽이 낮으로 저무는 것도,
모두 하나의 자연스러운 이행이다.
그는 묻지 않는다.
왜 사라지는가, 왜 변하는가.
다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 한 줄에 인생의 온도가 담겨 있다.
결국 금빛은 남지 않는다.
하지만 그 빛이 스쳐간 자리에
조용한 따뜻함이 남는다.
그 따뜻함이야말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닐까.
"이 시를, 가을 문턱에 선 당신과 나에게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