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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창복 Oct 30. 2022

소설 환취 (21화/25화)

21. 위령제

21. 위령제      


 며칠 뒤 마지막 출근을 준비하면서 땅콩이에게 사고가 났던 날 주지 못한 통조림과 양초 두 개를 가방에 넣었어요. 그 통조림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버릴까 말까 갈등하다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시 찾아 꺼내고 그랬죠. 신경 쓰이면서도 신기하게 가지고 있게 되더군요.

      

 출근길에 마주치는 직원들에게 평소와 같이 인사를 하며 회사를 향해 걸어갔어요. 그들도 저에게 "안녕하세요."라든가 "수고하세요."라는 인사말을 했고요. 회사에 도착한 뒤 경비실에 들어가 가방에서 통조림과 양초를 꺼내 서랍장 한편에 얌전히 두었어요. 그리고 회사 안을 구석구석 살피며 마지막으로 이상이 있는 곳은 없는지 확인해 보고, 그동안 긴 시간 적어 온 순찰 일지와 방문 일지를 넘겨 보며, 알아보기 힘들 게 쓴 글자들은 다시 고쳐 적어 놓았어요. 일지들을 넘겨 보다가 '이왕 일할 거 할아버지 경비원분처럼 정성 들여 꼼꼼히 기록할걸….' 하는 생각이 조금 들더군요. 일지 정리를 마치고 나서는 조용히 앉아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어요.     


 전 "고요하다."란 말을 좋아하는데, 그날은 세상이 참 고요했어요. 밤하늘에 별들은 그날따라 더 아름답게 걸려있었고요. 차도 사람도 다니지 않는 깊은 새벽, 전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곤, 땅콩이가 주로 먹이를 먹던 자리에 양초 두 개를 나란히 세운 다음 라이터로 살며시 불을 붙였어요. 그리고 그 사이에 통조림을 놓아두고 마치 묵념을 하듯이 눈을 감고 진지한 감정을 잡았죠. 그리고 땅콩이를 떠올리며 이야기했어요.


"땅콩이도 이제 마음을 풀고 편히 눈을 감았으면 좋겠네.

다음 생엔 꼭 좋은 곳에 태어나면 좋겠고.

이왕이면 부잣집에 좋은 주인을 만나면 좋겠다.

차라리 고양이 말고 나비로 태어나 훨훨 날아다니면서 세상 구경 실컷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


 땅콩이를 위한 축원을 하고 나서 그런지 마음도 편안해지더군요. 그렇게 말한 뒤 손을 뻗어 양초 사이에 놓인 통조림의 뚜껑을 열었어요. 딸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뚜껑이 열리자, 땅콩이가 좋아하던 참치 맛 사료의 고소한 냄새가 경비실 안에 퍼졌어요. 그리고 마지막 말을 땅콩이에게 했어요. 


"땅콩이 널 영원히 기억할게…."  


 여관에 살면서 겪었던 가장 특이한 경험은 고독사 현장을 목격한 거였어요. 돌아가신 지 2주 정도 된 이름 모를 아저씨의 시신을 과학 수사대에서 오신 분들이 수습하고 계셨죠. 여관 방문을 열어놓고 하시는 바람에 시신이 부패하면서 만들어낸 악취가 여관 복도에 퍼졌어요. 그 냄새는 정말 독해서 한번 맡으면 잊어버리기도 힘들고, 맡자마자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죠. 그동안 땅콩이가 뿌리는 저주의 냄새가 절 힘들게 하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약했어요. 그런데 제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때 여관에서 맡았던 냄새와 버금가는 강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빨리 냄새가 퍼진 적도 없었는데, 냄새가 순식간에 경비실을 채워갔어요. 전 어느 정도 아는 냄새가 되어버렸는데도, 그 강도가 올라가니 처음 맡았던 날처럼 구역질이 올라왔어요. 소용은 없었지만 코와 입을 손으로 가린 뒤 앉은 상태에서 허리를 깊숙이 숙였어요.     


 잠시 그러고 있다 상체를 다시 일으켰을 땐, 이미 땅콩이에 대한 분노로 눈알이 뒤집힐 정도가 되어있었죠. 전 땅콩이를 위해 위령제까지 해주며 저의 진심을 이야기했는데, 더 강력한 냄새의 저주를 뿌렸으니 저도 가만있을 수 없었어요. 그동안 저에게도 쌓였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폭발했어요. 냄새로 인한 스트레스, 짜증, 좌절 그리고 실직 상황까지 더해진 강력한 분노였어요. 마음에 응축된 모든 걸 터뜨리듯 소리를 지르며 말했어요.


"정말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왜 죽어서까지 이러는 거야!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되는데?

내가 죽였어? 내가 죽였냐고!

이게 내 최선의 답이었다고!

이제 뭘 더 할 수도 없어. 

오늘로 이 짓도 끝이라고!"    


 인간적으로도 너무하지만, 짐승적으로도 너무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진심을 알아주기는커녕 더 심한 보복을 했으니까요. 불이 붙은 양초는 구둣발로 마구 밟아 끄고, 통조림은 그대로 발로 차듯이 구석에 밀어놓았어요. 어차피 마지막 날이고 전 열이 받을 대로 받은 상태라, 이제 규칙이나 상식도 필요 없었어요. 경비실 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푹푹 연기를 뿜어대며 피웠어요. 하지만 악취 때문에 담배 맛도 잘 안 느껴지고 분노로 손까지 떨리더라고요. 


 그렇게 분노를 한껏 표출하고 한참을 혼자 씩씩 거리며 앉아있었더니, 그래도 흥분했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면서 냄새도 줄어들더군요. 어차피 위령제를 해줘 봤자 소용없는 짓인 걸, 괜한 신경만 썼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 퇴근을 할 때까진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떠날 준비나 하기로 했어요. 서랍장을 열어 구두약, 구두솔, 손거울 등 남은 제 개인 물품들을 가방에 하나씩 넣기 시작했어요. 할아버지 경비원분은 저보다 하루 앞서 본인 차례의 마지막 근무를 마치신 터라, 경비실에 놔두었던 개인 물품들은 다 챙겨가셨더라고요. 역시나 깔끔한 성격답게 남김없이 가져가신 듯했어요. 혹시 어딘가에 작별 인사나 당부가 적힌 메모라도 남기시진 않았을까 짐을 챙기며 찾아보았지만, 역시 그런 것도 없었고요. 


 가져갈 짐들을 차곡차곡 가방에 눌러 넣은 다음, 빠뜨린 게 있는지 일어나서 경비실 안을 쭉 둘러봤어요. 그런데 희한하게 벽시계 옆에 액자가 그대로 걸려있더라고요. 이상하더군요. 벽시계는 원래 경비실에 붙어 있던 거라고 쳐도, 액자는 분명 할아버지 경비원분이 제가 일하던 시기에 걸어 놓으신 거였으니까요. 설사 버리실 마음이었더라도 직접 가져가서 처리하실 분이었어요. '꼼꼼한 분도 마지막엔 실수를 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하곤 귀찮긴 했지만 퇴근할 때 챙겨서 택배로 보내드리기로 했어요.      


 짐을 다 챙긴 다음 앉아있으니 한숨이 푹 나오더군요. 아무래도 경비실 안을 대충 치우고 마무리는 해야 될 것 같아서 "아이고, 그래그래, 그놈에 유종의 미…."라고 투덜대며 바닥에 뭉개진 양초를 주워 쓰레기통에 넣었어요. 그리고 구석에 밀어 놓았던 통조림도 처리하려고 집어 들었는데, 통조림 겉면에 그려진 고양이가 눈을 똑바로 뜨고 절 쳐다보고 있더군요. 신비한 느낌이 들었어요. 꼭 그림 속에 눈동자가 살아있는 것 같이 느껴졌거든요. 그렇게 통조림에 그려져 있는 고양이와 눈을 한참 맞추고 있다 보니 "캣피의 생각"이란 그림이 떠올랐어요. 자연스레 땅콩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던 그때의 제 모습도요. 그리고 땅콩이가 무슨 생각으로 위령제를 하는 마지막 날에도 저에게 냄새의 저주를 뿌렸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하지만 결론은 단순할 수밖에 없었어요. '짐승이니까 그랬겠지… 짐승이니까….'였죠.   


 그런데 '짐승이니까 그랬겠지.'라고 결론을 내린 순간, 마음에 제동이 걸리듯이 어색한 느낌이 들었어요. 무언가 이상했어요. 먹이만 아는 짐승이 먹이를 줬는데 화를 풀지 않고 더 난리를 쳤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런 건 복잡한 마음을 가진 인간들이나 그러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가지 다른 가정을 해봤어요. '내가 땅콩이라면….'이 아니라 '땅콩이가 땅콩이라면….'이라고요. 인간의 입장이 아닌 짐승의 입장으로 가정을 해보니 순식간에 다른 의문이 생기더군요.      


'땅콩이가… 아닌가?'     


 사실 땅콩이 특유의 성품이라면 저에게 악감정을 가질 리도 없었죠. 물론 제가 땅콩이라면 전 원한을 품었을 거예요. 전 인간이니까요. 냄새가 날 때는 항상 저와 땅콩이의 영혼밖에 없었어요. 만약 땅콩이가 아니라면 냄새의 근원은…. 저였죠.

     

 유리창에 반투명하게 비친 제 모습을 한참 쳐다봤어요. 물론 멀뚱멀뚱 쳐다보는 제 모습만 보일 뿐이었죠. 제가 냄새로 자학이나 자해를 하는 것도 아닌 데다, 저에겐 지독한 냄새를 순식간에 만드는 마법도 없었어요. 다시 '땅콩이가 맞나?' 하며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분홍이랑 한마디 정도 나눈 것도 가능했으니 혹시 경비실 유리창에 비췬 나와도 가능할까?'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어요. 장난기가 발동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의심의 무게를 저에게 두어 본 것뿐이었죠. 


 신경 정신과 선생님이 추천하신 자가 관찰도 함과 동시에 제 나름대로의 실험을 한번 해보기로 했어요. 정말 어떤 자극에 의해 제게 지각 이상이 생긴 것인지를요. 의도적으로 저 자신을 자극한 뒤에 냄새가 심해지거나 다른 이상이 생긴다면  '냄새의 근원'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 같았고요. 그래서 절 자극해 보기로 했어요. 좀 전까지 화내고 우울해하느라 우거지상 일변이었던 표정을 순식간에 호기심 가득한 새초롬한 표정으로 바꾼 뒤, 유리창에 비친 저에게 물어봤어요.     


"그런데… 냄새는 왜 나는 거야?"     


 말하고 나서 몇 초 뒤 '!' 하고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참 가지가지 하는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다른 지각 이상에 헛소리나 헛웃음은 없었거든요. 그래도 마지막 날인 데다, 누가 볼 사람도 없는 김에 한 번 더 말을 해보기로 했어요. 조금 긴 말을요. 물론 제가 할 말들은, 모두 제 생각을 거쳐 나오는 것이라서 당연히 다 알고 있었지만요.

     

"너 그때 겁먹었지? 젊은 직원 때문에. 그때 땅콩이 그냥 먹이라도 계속 줄 걸 그랬다 그렇지?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참 사했지… 맞아 치사했어…."

     

 말하고 나니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 제 자신에 대해 씁쓸한 마음만 들었어요. 역시 유리창 속 제 형상은 저와 똑같은 표정과 입 모양을 보일 뿐이었고요. 제 특기인 소용없는 짓을 또 한 거라 생각했죠. 분홍이랑 대화했던 것도 이웃한 방에서 넘어온 소리였고, 유리창 속 제 모습과는 대화가 불가능한 거였어요. 유리창에 비친 저의 형상에 대고 말을 해봤자, 아무런 자극이 되지 않는 게 당연했고요.


 확실하지 않으면 의심을 뒤로 미뤘어야 하는데, 그동안 땅콩이를 의심했던 것도 그렇고 마지막 날에 혼자 화내며 난리 친 게, 마음이 착잡해지더라고요. 땅콩이는 저에게 서운할 순 있겠지만, 보복을 하고 싶어 하거나 원한을 갖진 않을 녀석이었어요. 살아있을 때도 그랬으니까요. 그저 제 곁에 있고 싶어 했죠. 이미 알고 있던 단순한 사실을 그동안 보지 않았던 거였죠. 통조림을 다시 땅콩이가 식사하던 자리에 두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어요. 그러면서 무심코 저도 모르게 어떤 말이 입에서 작게 새어 나왔어요.


"그래도 위령제는 내 진심이었는데…. 굿 보다 낫고."


 그때였어요. 순간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폭발하듯 강력한 냄새가 맡아졌어요. 이번엔 구역질도 나지 않았고 놀라지도, 화나지도 않았어요. 바닥에 둔 통조림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제가 방금 한 행동이나 생각에 잘못된 것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어요. 잘못된 게 없었어요. 하지만 다시 잘못된 게 없다고 생각한 그 생각 자체를 다시 파고들었어요. 그리고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 무언갈 찾았다고 생각했을 때였어요. 바닥에 놓인 통조림에 고정한 제 시선의 가장자리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는 게 느껴졌어요. 유리창 속 제 형상이 고개를 천천히 들고 있었어요. 


 밤에 혼자 근무하면서 귀신에 대한 상상을 해 본 적도 없는데 "귀신"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더군요. 마치 깨어있는 상태로 가위에 눌리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유리창 속의 움직임이 멈추어졌을 때, 저도 뒤따라 고개를 천천히 들었어요. 저의 모습을 한 그 사람이 절 쳐다보고 있더군요. 전 어안이 벙벙해진 채 유리창 속 그 사람을 보고 있었고, 그 사람은 입을 꾹 다문 채 무표정하게 있었어요. 고개를 살짝 움직여도 그 사람은 그대로 있었고, 입을 다물었다 열어도 그대로 있었어요. 잠시 귀신에 홀린 듯한 얼빠진 모습으로 가만히 있다가 제가 찾아낸 걸 그 사람을 보면서 이야기했어요.


"구… 굿이었구나. 굿을 떠올린 거였어. 맞지?"


 말을 마치자마자 그 사람의 반응이 돌아왔어요.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그 사람의 반응을 눈으로 본 순간 명치가 아플 정도로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어요. 조금은 무서워지고 덜덜 떨리면서도 확인을 하고 싶었어요.


"따… 땅콩이를 위로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어 그리고 사과하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지도 않았어. 위령제를 하기로 마음먹은 건. 그, 그건…."


 그다음 우리는 같은 말을 동시에 내뱉었어요.


"기억에서 털어내려고 한 거였지."

     

'기억에서 털어내려고 한 거였지.'      

 

 오직 제 눈에만 보이는 그 사람의 모습이었고, 오직 제 귀로만 들을 수 있는 그 사람의 목소리였어요. 환각이 시작된 거였죠. 그 사람의 선명한 목소리를 듣고 난 다음, 전 더 이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극도의 긴장감이 밀려오더군요. 심장은 크게 뛰기 시작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어요. 정신을 차려야 하는 순간에 또 당황해 버린 거였죠. 마치 공황이 오는 것 같았고 '이제 내가 완전히 미쳐버린 건가?'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요. 그러면서 그저 도망쳐야겠다는 본능적인 느낌이 차오르고 있었고요. 저를 계속 쳐다보고 있는 그 사람의 시선을 피해 이리저리 눈알을 굴렸어요. '시간!' 어차피 퇴근시간이 모든 걸 끝내고 절 구해줄 거라 생각하면서 벽시계를 보고 남은 시간을 확인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을 다시 보고요. 다시 벽시계를 보고, 그 사람을 보고…. 혼자 정신없이 안절부절못하던 그때 벽시계 옆에 걸려있던 액자가 시야에 거슬리게 지나갔어요. 그리고 그 사람을 보면서 가빠진 숨을 몰아쉬고 있다가 갑자기 천천히 숨을 고르게 되더군요. 액자 때문이었어요. 고개를 들어 눈을 찡그리면서 초점을 다시 액자에 맞춰 보았어요. 그리고 액자 속 글귀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곤 말했어요.


"뭐, 뭣이라?"

      

 액자의 글귀를 한 글자씩 다시 읽었어요. 아주 잠깐이었어요. 아주 잠깐 모든 게 정지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 잠깐이 지나 모든 것의 정지가 풀렸을 땐, 심장도 더 이상 크게 뛰지 않았고, 식은땀도 더 이상 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갑자기 웃음이 크게 터졌어요. 경비실에서 그렇게 웃어보긴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호탕하게 웃어본 것도 오랜만이었고요. 할아버지 경비원분이 그래도 유머감각을 갖고 계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CCTV 화면을 돌려봤듯이, 그분도 어쩌면 밤에 제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계셨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어요. 액자 속 성경 구절을 통해 그분이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문 군! 이제는 힘을 내야 할 때예요!"

      

 맞아요. 시작할 때였죠. 왜냐하면 저도 이미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제 생각에 대해서요. 그저 알고 있으면서도 감추어왔던 걸, 알아야 할 시간이 온 것뿐이었어요. 유리창에 비친 그 사람을 보며 말했어요.  


"그래… 그래, 알고 있었다. 그럼 우리… 다시 답을 찾아볼까?"


 숨을 한번 크게 '휴'하고 내쉬며 액자를 다시 한번 보았어요. 액자 속의 성경 구절이 더 이상 아리송하게 보이지 않았어요.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고린도전서 13장 12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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