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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갱 Oct 23. 2021

[여행 속 여행] 미야코섬에서의 아쿠아틱 어드벤처






Aquatic Adventure (of a lifetime)


오키나와 근교의 많은 섬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곳은 미야코섬(Miyako-jima, 宮古島)이다. 미야코섬은 미야코 제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오키나와 본섬 나하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 서쪽으로 떨어져 있다. 나하에서 인천까지 2시간 걸린다는 걸 생각해보면 미야코섬은 오키나와 본섬에서 꽤 멀리 떨어진 셈이다. 


미야코 여행기라고 하면 응당 소고기와 소금 아이스크림과 같은 맛있는 음식들과 요나하 마에하마 비치, 히가시헨나자키 등 아름다운 바다를 소개해야 하겠지만, 여기선 우리가 미야코 여행에서 만난 특별한 세 사람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까 한다.



미야코 바다 사나이 나카무라 아저씨


식: 미야코섬에서 한 다이빙이 오키나와 본섬보다 좋아요.
나카무라: 물론이지!


미야코섬에서 한 스쿠버다이빙은 너무 즐거운 기억이다. 그 기억의 중심엔 우리의 다이빙 가이드 나카무라 아저씨가 있다. 그는 미야코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다이빙을 마치고 나와서 그가 직접 미야코 소바란 것을 끓여줬는데, (내가 보기엔) 오키나와 소바와 그리 다르지 않아보였지만, 미야코 소바가 오키나와 소바보다 훨씬 낫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야코 소바는 오키나와 소바보다 더 얇고 곧은 면을 쓴다).


그는 내가 동경하던 '멋진 바다사나이'의 원형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거친 머릿결을 가진 나카무라 아저씨는 “해신회(海神會)”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적당히 낡은 배를 몰며 미야코 바다 구석구석을 안내해주었다. 물속에서 보여준 여유로운 다이빙 솜씨와 어류 대백과사전과 같은 방대한 바다 생물 지식 덕분에 한번은 그가 진짜 바다의 신이 아닐까 의심해보기도 했다.


바닷바람에 머리를 날리며 여유로이 배를 모는 모습은 너무나 강렬했다. 마치 어렸을 때 골목을 주름잡던 멋있던 동네형의 모습이랄까(그런 형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좋아하는 모습은 닮고 싶다지. 나카무라 아저씨를 만난 후, 나는 다이빙이나 물놀이를 갈 때마다 “해인(海人)”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꼭 챙겨 간다[1]. 


마흔살이 다 되어 가니,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누군가 물어본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언젠간 나카무라 씨처럼 “해신(海神)”이 되고 싶다고.


[1] 해인(海人, Uminchu) 티셔츠는 오키나와 이시가키섬에서 시작한 오키나와 토종 브랜드이다. 국제거리에도 매장이 있어서 여행 중 들리기 좋다.
>> 주소 (국제거리점, 海人 牧志店): 1 Chome-3-67 Makishi, Naha
>> 홈페이지 (일본어): http://www.uminchu-okinawa.com/



산신 소리를 따라 미야코섬으로 이주한 숙소 주인아저씨


오키나와와 그 근교를 여행하면서 묵었던 숙소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숙소 중 하나가 미야코에서 만난 아야구야[2]다. 숙소 주인아저씨는 일본 본토 사람인데, 산신이라 불리는 오키나와 전통 악기의 매력에 빠져서 산신을 배우고자 오키나와로 이주했다고 했다. 세상에, 악기 소리가 좋아서 일상의 터전을 떠나 여기 멀리 오키나와까지 오다니!


산신 연주를 들려주는 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저씨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돌아오니 다른 손님들도 거실에 나와 있었다. 거실에 손님들끼리 어색하게 앉아 있으니, 주인아저씨가 거실 한편에 자릴 잡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택시기사였던 자신의 산신 선생님을 몇 년을 쫓아다니면서 산신을 배웠던 이야기와 오키나와의 맥주 오리온 비루 이야기 등등. 손님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아저씨는 흔쾌히 산신을 꺼내서 즉석 공연도 했다. 산신의 매력에 빠져 먼 오키나와 미야코로 이주해 온 아저씨는 그렇게 또 손님들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산신 음악의 매력을 들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오키나와에서 만난 일본 사람들 중에서 본토 출신들이 많이 있었다. 여기 숙소 사장님도, 집 앞 이자카야 사장님도, 학교에서 만난 몇몇 일본인 직원분들도 일본 본토를 떠나 오키나와로 내려왔다고 했다. 다들 저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한 명씩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았지만 왠지 알 것도 같다. 아마도 3줄 밖에 없는 산신으로도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듯이, 소리를 낼 수 있는 줄이 많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삶을 찾아온 게 아닐까? 

 

[2] 아야구야 (Ayagya-, ゲストハウスあやぐやー)
>> 주소: Maezatozoe-3-6 Irabu, Miyakojima




최고의 파도를 기다리는 마코토 아저씨


마코토 아저씨는 우리가 머물던 아야구야 숙소에서 만났다. 혼자서 여행을 온 마코토 아저씨는 미야코에 온 지 꽤 됐다고 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큰 덩치, 그리고 약간 무서운 첫인상 덕택에, 처음엔 아저씨에게 말을 건네기가 약간 무서웠다. 하지만 보기와 다르게 호기심이 많던 마코토 아저씨는 일본어도 잘 못하면서 여기 먼 미야코섬까지 흘러 들어온 우리 부부가 궁금했었는지, 열심히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우리에게 질문을 했다. 우리도 우리가 아는 일본어와 영어, 손짓 발짓을 모두 총동원해서 나름 원활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무슨 일로 미야코섬에 왔냐고. 그리고 아저씨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나왔다. 


서퍼 마코토 아저씨
서-핑.

아저씨는 몇 주간이나 여기 미야코에서 서핑을 하며 좋은 파도를 기다린다고 했다. 파도를 몇 주씩이나 기다리다니. 아니 그보다 직업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수 있는 거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굉장한 부자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조급해하지 않고 파도를 기다리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묻어 나왔다. 파도가 안 좋은 날에도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숙소에서 공짜로 주는 아와모리 술을 마시며 호탕하게 웃었다. 비유하자면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명장면을 기다리며, 그 앞에 놓여진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긴 전개과정을 스킵하지 않고 즐기는 모습 같다고 할까나? 


문득 궁금해진다. 마코토 아저씨는 기다리던 최고의 파도를 만났을까? 오래 기다린 만큼 더 좋은 파도를 만나 멋진 미야코 바다를 누렸길 바란다.






미야코에선 뭘 할까?


미야코 블루 - 잊을 수 없는 미야코만의 색깔.

미야코는 바다가 아름답기로 손에 꼽힌다. 아름다운 미야코의 바다색은 '미야코 블루 (Miyako Blue)'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본 섬과는 또 다른 푸름이 있다(산호보다 모래가 더 많은 해변에선 에메랄드 빛이 돈다). 미야코를 간다면 아름다운 해변을 놓치지 말길. 


>> 요나하 마에하마 비치, 히가시헨나자키, 17END, 아라구스쿠 등 아름다운 해변은 미야코섬 도처에 널려있다. 미야코 공항이나 숙소에서 미야코 안내 책자를 집어 들고 숙소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도 좋다.





미야코 다이빙 -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많지 않은 다이빙 경험이지만, 오키나와와 그 근처 섬에서 해본 다이빙 경험을 다 합쳤을 때도 미야코에서의 다이빙이 손꼽힐 만큼 좋았다(물론 날씨와 나카무라 사장님의 친절함도 무시 못할 요소다). 미야코에는 특별한 지형이 많았다. '가우디'라고 불리는 지형에서는 해골 모양의 구멍 뚫린 바위 사이로 드나들 수 있고,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지형을 지나며 물속에서 아지랑이가 피는 것도 볼 수 있다. Shipwreck(좌초된 배) 지형도 몇 개 있는데, 그중 한 곳에서는 떼 지어 있는 Batfish도 만날 수 있다.


>> 미야코 아쿠아틱 어드벤처 (Aquatic Adeventure). 주인 나카무라 아저씨는 영어도 잘하신다.

>> 주소: https://miyako-aquaticadventure.com/en/index.html



미야코 특산품 즐기기

미야코에선 입도 즐겁다. 대표적인 특산품으로 미야코 눈소금(유키시오)이 있는데 이는 오키나와 본 섬에서도 많이 보일만큼 유명하다. 친스코라는 과자 형태와 아이스크림 등 여러 형태로 파는데, 기회가 되면 둘 다 맛보자. 미야코의 소고기도 유명한 특산물이다. 미야코 와규, 미야코 규로 불리는 미야코 소고기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힐 만큼 좋은 고기로 유명하다고 한다(그리고 당연히 비싸다). 마지막으로, 부산에 가면 냉면이 아니라 밀면을 먹듯이, 미야코에 왔으면 오키나와 소바가 아니라 미야코 소바를 먹어보자. 사실 우리가 맛보기엔 되게 비슷했는데, 미야코 사람 말로는 미야코 소바가 훨씬 낫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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